점심시간입니다.
"선생님! 다 먹었어요"
밥풀 하나 없는 도시락을 내밉니다.
"그래, 잘 먹었다"
소금으로 양치하고 하얀 이 드러내며 달려옵니다.
"선생님! 나가서 놀아도 되요?"
"그래! 친구들이 부르면 들어와야 한다"
"네!"
밥을 다 먹은 녀석들은 바깥놀이를 하러 갑니다.
청소하는 친구들은 행주로 상을 닦고
길다란 밥상을 영차영차 치웁니다.
행주를 빨아오고
밥풀 몇 개 담겨있는 음식물 통을 비우고
빗자루로 열심히 바닥을 씁니다.
"선생님! 청소 다 했어요"
"어디 보자! 그래 깨끗하다."
"그럼, 이제 나가서 놀아도 되요?"
"그래, 선생님하고 같이 나가자"
점심시간이 끝나려면 아직도 15분이 남았습니다.
현관 계단에 앉습니다.
먼저 나온 녀석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도 술래잡기 같이 해요"
"선생님은 배 불러서 해바라기 할란다"
"에이.. 같이 해요"
목 위로 올라타는 녀석을 빙그르 돌려 품에 안습니다.
"햇볕이 참 따뜻해서 좋다"
저 멀리 하품하는 고양이 찐득이가 보입니다.
고양이 뒤로 멀뚱 서 있는 녀석 둘.
"야 이녀석들아! 거기는 위험하니까 이리 나와라"
녀석들이 서 있는 곳은 1미터 정도되는 돌담입니다.
걸어 나오는 녀석들 모양 앞으로
품에 안은 녀석이 또 다시 조릅니다.
"그래, 그럼 술래잡기하자"
일어서는데 한 녀석이 달려옵니다.
"선생님! 다빈이 머리에서 피 나요"
울며 걸어오는 다빈이의 이마에서 피가 흐릅니다.
깜짝 놀라 달려갑니다.
짚은 손을 치우니 이마에 푹 패인 구멍이 보입니다.
흐르는 피를 손바닥으로 막으며 사무실로 달려갑니다.
볍씨반 선생님께서 약통을 가져 오십니다.
거즈를 대고 반창고를 붙입니다.
"이녀석아! 울어도 아프다!"
돌담에 서 있던 녀석입니다.
나오는 모양을 보았는데
다시 들어가 뛰어 내렸나 봅니다.
"병원에 가야겠어요"
"제가 병원에 데려가지요"
볍씨반 선생님께서 아이를 데리고 나섭니다.
"어머님께 연락드릴께요. 사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가세요"
"선생님! 다빈이 괜찮아요?"
"어? 응.. 질경이반 들어오라고 해라."
"왜요?"
"점심시간 지났다. 어서 들어오라고 해라"
"네.."
손바닥을 봅니다.
빨갛게 피로 물든 손바닥.
선생님의 마음에 멍이듭니다.
질경이반 녀석들이 앉았습니다.
다친 친구를 본 녀석들이 웅성웅성.
"자..모두들..눈을 감자"
"선생님, 다빈이 괜찮아요?"
"병원에 갔다. 자..눈을 감으래두..."
아이들이 눈을 감고 선생님은 음악을 틉니다.
명상음악이 나옵니다.
씰룩씰룩 눈꺼풀이 움직이는 녀석들.
벌렁벌렁 마음이 움직이는 선생님.
아이들은 눈을 감고 선생님은 입을 닫고
음악은 음악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선생님을 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상처 난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이제는 이력이 날 만도 한 일이지만
상처에는 아직도 상처가 나는 선생님입니다.
자유로운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자유롭습니다.
자유로운 선생님은 믿음도 책임도 강건해야 합니다.
놀이터가 넓을수록 아이들은 넓은 자유를 누리지만
놀이터가 넓을수록 상처입을 이유도 많습니다.
손바닥 안에만 넣어둔다면
다칠 일도 상처받을 일도 없겠지만
내일을 생각하는 선생님은
당장의 일 년만을 내다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루에도 한 두놈씩 이리 넘어지고 저리 긁힙니다.
어지간한 상처는 물로 한 번 쓱- 씻고나면 그만일 정도로.
다빈이가 왔습니다.
이마에 넓다란 밴드를 붙이고서.
"어떠냐? 아프냐?"
씩- 웃는 녀석의 얼굴을 쓰다듬습니다.
상처가 아물 때면
다빈이는 그만큼 더 컸을 것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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