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살이 손짓합니다.
어서 어서 나오라고
형광등 불빛아래
계절없이 놀지말고
아이들 손 붙잡고
어서 어서 나오라고.
"봄이 얼마만큼 왔는지 보러갈래?"
"네! 좋아요!"
누가 말리기라도 한 것처럼
동동 발구르며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답소리 앞장섭니다.
"놀이터에 가 보자"
으르릉 으르릉 성을 내는 하늘이.
아이들만 보면 짖어대는 녀석이지만
센소리 한 번에 조용해 집니다.
마치 호통소리를 그리워한 녀석마냥.
"여기가 놀이터야. 지금은 울퉁불퉁하지만
울퉁한 곳 눌러주고 불퉁한 곳 톡톡치면
평평한 땅이 될꺼야."
"선생님! 놀아도 되요?"
"그래. 놀자!"
"선생님은 뭐하고 놀꺼에요?"
"음..선생님은...해바라기할꺼야"
"해바라기가 뭐에요?"
"햇볕 보면서 해바라기 흉내내기."
흙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비스듬한 흙비탈을 엉덩이로 미끄럼을 타는 아이들.
흙이 미끄러운지 엉덩이가 미끄러운지
미끄러지며 미끌미끌 함성을 지르는 아이들.
"에그머니나, 이녀석아. 엉덩이 더러워지잖아!"
엄마 잔소리가 엉덩이에 붙어 있는 것 같습니다.
놀이를 시작한지 10분도 안 되었는데
온 몸에 흙 칠을 한 녀석들도 있습니다.
흙과 아이들은 참 친한 것 같습니다.
만나기가 무섭게 척척 달라붙으니...
"모닥불 피울까? 이 구덩이에 피우면 좋겠다"
푹 들어간 땅에 마른 풀을 넣습니다.
라이터를 꺼내 척 붙이니 치직- 붙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한거에요?"
흙장난을 하던 녀석... 작은 불씨를 보며 말합니다.
"저기 햇님한테 빌려왔다. 모닥불 피우려고"
"선생님...풀 주워와도 되요?"
"그래, 대신 땅에 떨어진 풀만 주워와야한다."
"네!"
아이들이 신이 났습니다.
구덩이에 풀이 넘쳐납니다.
"아이구, 뜨거워! 안되겠다. 돌멩이를 쌓자!"
"돌멩이를 왜 쌓아요?"
"불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야지. 불이 나면 안되니까"
돌멩이를 주워옵니다.
"여기요! 돌멩이!"
손가락 만한 돌멩이입니다.
"아니... 너희들 머리만한 돌멩이를 주워와라.
그래야 모닥불이 넘어가지 못하지"
"선생님! 돌멩이요"
낑낑거리며 돌멩이를 주워옵니다.
구덩이 주변으로 동그랗게 돌담이 쌓입니다.
"자!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다. 이제 앉아서 불 쬐자"
햇볕 쨍한 아침의 모닥불!
선생님과 아이들이 쪼그려 앉아 손바닥을 말립니다.
혹시나 손바닥에 붙어 있을지도 모를 숨은 겨울을 말립니다.
"어? 벌써 밥 먹을 시간이네? 밥 먹으러 가자!"
"선생님! 불은 어떻게 해요?"
"꺼야지."
"어떻게 꺼요? 물 떠 와요?"
"아니?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
"뭔데요?"
"잠깐만... 자! 여자친구들은 먼저 들어가서 밥 먹을 준비해라"
"우리들은요!"
남자친구들이 왜 우리들만 빼냐고 오리 입을 합니다.
"너희들은 불을 꺼야지"
"왜 우리들만 불을 꺼요!"
"너희들은 소방차를 가지고 있으니까"
"소방차요?"
장난꾸러기 킥킥 웃음을 짓는 선생님.
"어! 이녀석.. 먼저 들어가라니까"
뭘 하나 쳐다보던 여자친구 하나가
선생님 말에 쪼르르 달려갑니다.
'자! 지금부터 소방호수를 꺼내자.
고추 내밀고 여기다가 오줌을 싸는거야!"
"오줌 싼다구요? 재밌겠다"
동그랗게 선 녀석들이 제각기 고추를 내밀더니
지지직 지지직 오줌을 쌉니다.
"선생님! 오줌에서 연기가 나요"
"불에서도 연기가 난다."
여기저기서 노란 오줌줄기가 쪼로록 쪼로록.
지릿한 오줌내를 풍기며 불이 꺼집니다.
"자! 이제 불 다 껐다"
"선생님! 저 아직 오줌 안 눴어요"
고추를 내밀고 한참이나 섰던 녀석.
꿈틀꿈틀 툭 터져나는 오줌을 쌉니다.
"자!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야- 밥 먹으러 가자"
아이들이 달려갑니다.
고개들어 하늘을 봅니다.
맑고 푸른 하늘입니다.
"참 좋다!"
.
.
.
옥길동의 바깥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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