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아침에 만난 친구 이야기 해 줄까요?
청소를 하기위해 베란다 문을 열던 중이었어요.
아랫집 강아지 다섯마리가
울퉁불퉁 밭을 뛰어 다니며 놀고 있었어요.
검은 강아지, 얼룩 강아지, 하얀 강아지
누런 강아지, 복실 강아지... 그렇게 다섯마리였어요.
뛰어노는 모양이 너무 귀여워 한참이나 쳐다보는데
가만히 보니 입에 무엇인가를 물고 있는거에요.
저게 뭘까? 자세히 보니 그림 그리는 붓을 물고 있는거에요.
강아지들이 붓을 물고 무엇을 하는걸까? 궁금해 졌어요.
강아지들은 입에 문 붓으로
흙 땅을 쓱싹쓱싹 문지르기도 하고
친구 강아지 등에다가 낙서를 하기도 하는거에요.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거 있죠?
쓱싹쓱싹 흙 땅에다 문지르니
파릇파릇 새 싹이 돋아나는거에요.
쓱싹쓱싹 친구 등에 문지르니
왈왈... 초록 물든 소리가 들리는거에요.
너무나도 신기해서 강아지들에게 물었어요.
"너희들 그 붓 어디서 났니?"
붓을 문 강아지들이 대답했어요
"어젯밤 산 넘어 온 친구에게 선물로 받았어요"
"산 넘어 온 친구? 그 친구가 누군데?"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그 친구는 봄 친구래요.
나는 겨울에 태어나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엄마만큼 키가 크면 그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다 하셨어요"
"그래? 봄 친구가 왔었구나"
강아지들이 뛰어 다녔어요.
등에 그려진 초록 물이 간지러운지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신바람인지
흙 땅에 온통 초록물을 입히며 뛰어 다녔어요.
강아지들 노는 모양에 선생님 마음에도 신이 났어요.
봄 바람 아기바람이 겨울바람 아빠바람 등에 엎혀
조심조심 불어오는 옥길동 아침에 만난 친구들이랍니다.
"선생님! 강아지하고 말을 했어요?"
"응"
"강아지랑 어떻게 말을 해요?"
"입으로 말고 눈을 보면서 마음으로 말하는거야.
그럼, 강아지들의 목소리가 들려"
"정말이요?"
"강아지하고 고양이하고 함께 살고 있는 선생님인데
강아지하고 고양이 말은 할 줄 알지 않겠니?"
"앗.. 저기.. 선생님! 저기에 강아지 다섯마리가 있어요"
"어? 정말? 정말 흙 땅에 초록물감이 칠해졌네?"
아이들이 베란다로 달려갑니다.
옥길동 마른 밭을 뛰어 다니는 강아지들 발 사이로
물감처럼 번져가는 초록 잎이 또렷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바라보는 옥길동에
강아지 재롱같은 반가운 봄이 찾아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