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화장실 갔다 올께요"
"그래. 갔다와라"
승원이입니다.
"선생님! 오줌을 쌀 수가 없어요"
"왜?"
"고추가 아파요"
"고추가?"
"네..."
"어떻게 아픈데?"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아요"
"바늘로?"
"네..."
"많이 아프겠다. 선생님도 어렸을 때 그런 적 있는데... "
승원이가 울상이 됩니다.
"그런데, 오줌을 싸면 더 아플 것 같은데 오줌이 나오면 괜찮아"
"이...잉... 고추가 아프다구요"
"선생님이랑 같이가자"
아이들에게 화장실 갔다 온다고 말하고서
승원이랑 함께 화장실에 갑니다.
"자..벗어봐.. 어떤가 보게"
승원이가 주춤합니다.
"괜찮아. 선생님도 똑 같은 고추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어디가 아픈데?"
"여기요"
"그래? 이렇게 눌러도 아파?"
"아니요..이...잉... 고추가 아파요"
"잠깐만 기다려 봐"
주방으로 갑니다.
대아에 따뜻한 물을 받습니다.
"자! 고추를 따뜻한 물에 담궈보자. 괜찮아지는지..."
작은 고추가 물 위로 동동 떠오릅니다.
살짝 살짝 문질러줍니다.
"자! 다시 한 번 해보자. 오줌싸 봐"
"으...잉.. 고추 아파요"
눈물이 글썽입니다.
혹시나 따뜻한 물에 담그면 좋아질까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그럼, 어쩌지? 잘 모르겠네? 다른 선생님에게 물어보자"
볍씨반 선생님에게 갑니다.
"선생님! 이 녀석이 고추가 아파서 오줌을 쌀 수 없다는데
좀 봐 주시겠어요?"
"어디요... "
"음.. 요도관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조금 있다가 다시 봅시다"
"이...잉.. 오줌마려워요"
"그럼 오줌싸러 가자!"
"이...잉... 고추가 아파서 못 싸겠어요"
"그럼... 오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
화장실로 갑니다.
바지를 내리고 고추를 내밀고 한참이나 섰습니다.
"아파요.. 아파요...."
할 말이 없습니다. 기다릴 수 밖에.
"승원아! 오줌을 못 참겠으면 아파도 그냥 싸!
싸면 안아프다니까?"
"이...잉.. "
결국 눈물을 보이는 승원이.
선생님 고추가 다 아픕니다.
"기다릴께. 선생님이 함께 기다릴께"
"아..아... "
톡-하고 열매가 터지듯 오줌이 나옵니다.
선생님 손을 타고 오줌이 흐릅니다.
몸이 움찔하던 녀석이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거 봐. 싸니까 괜찮지?"
"네..."
금새 밝아지는 얼굴입니다.
"자! 이제 다시 몸놀이하러 가자"
손을 씻고 교실로 들어섭니다.
승원이의 눈물젖은 얼굴이 빙그레 웃습니다.
선생님 마음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가고난 후 어머니께 전화를 드립니다.
"승원이가 고추가 아파서 오줌을 잘 누지 못해서요.
다행히 오줌을 누고 나서는 괜찮았는데.. 혹시 저녁이나 아침에
뭘 먹었어요?"
"다른 것은 먹은게 없고 저녁에 우유를 좀 많이 먹었어요.
아침에도 그렇고.. 그런데, 아침에 오줌 마렵다고 했는데
늦어서 오줌을 못 싸고 참고 그냥 갔나봐요."
"아... 오줌을 계속 참고 있어서 그럴수도 있겠네요."
"네..그럴지도 모르죠"
"그럼, 오늘 저녁에 잘 좀 지켜 봐 주세요.
혹시 또 아프다고 하는지요"
"예, 잘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습니다.
'그래! 오줌을 계속 참고 있으면 아랫쪽에 신경을 계속 써야 하니까
그래서 막상 오줌을 누려고 하면 그럴 수도 있을거야'
그럴 듯한 생각입니다.
그런데, 마음 한 켠 편하지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알려면 정확히 알아야지. 대충 알면 어떻해?'
그렇습니다.
대충 알면 안됩니다.
늦은 시간입니다.
가방을 멥니다.
'내일은 꼭 알아봐야겠다.
고추 아프다고 하는 녀석이 또 나오기 전에...'
아이들과 생활한지 한참이나 되었건만
왜 이리 모르는게 많은지...
그래서 아이들이 알려주나 봅니다.
선생님이 모르는거 알도록.
그래서 아이들에게 배우는 것이 많다는 것을
또 다시 배우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