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합니다.
땀도 추워 꼭꼭 숨은 겨울에
여름보다 더 잦은 빨래에
콧노래를 더합니다.
군데 군데 질펀한 흙 냄새를 맡습니다.
구석 구석 신나는 하루가 전해집니다.
산책을 하는 중입니다.
"선생님! 저 산책하기 싫어요"
"왜"
"그냥요"
"그럼 그냥 안돼!"
"추워서 나가기 싫단 말이에요"
"몸이 추워? 마음이 추워?"
"몸이 추워요"
"그럼, 나가도 돼"
"왜요?"
"따뜻한 마음이 몸도 녹여 줄테니까"
궁시렁 궁시렁 오리 입을 한 녀석들을 데리고 나섭니다.
"이야! 정말 시원하다!"
"시원하긴 뭐가 시원해요? 춥기만 한데..."
"몸은 춥지만 마음은 참 시원하다. 이런 것을 두고 상쾌하다고 하는거야"
궁시렁, 궁시렁...
"우리 눈사람 보러 갈까? 녹았을지도 모르겠네?"
눈 사람을 만났습니다.
"선생님! 그대로 있어요"
"자세히 봐 봐. 그대로가 아닌 것 같은데?"
"어? 여기가 없어졌어요. 여기두요 .여기두요"
"그렇지? 어디 갔을까?"
"햇빛에 녹았나 봐요"
"그래, 햇님이 가져갔나 보다. 자기가 준 거라고 도로 갖어 갔나 봐.
햇님은 욕심쟁이가 분명해!"
돌아오는 길입니다.
"어?"
"왜요?"
"이야~ 여기 눈 썰매타면 좋겠는데?"
"오늘 눈 썰매 탈꺼에요?"
"그래. 눈 썰매타자. 아참! 아침에는 민들레반하고 타야되네~"
"그럼 우리는요"
"너희는 밥 먹고 점심 때 타자"
"알았어요"
비료포대에 구멍을 뚫습니다.
긴 줄넘기 줄로 연결합니다.
선생님이 끌고 아이들이 탑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습니다.
줄을 끄는 선생님도.
한 녀석, 두 녀석 태워줄 때마다
다리가 흔들거립니다.
"어?"
"왜요?"
"아니다. 계속 하자"
땀이 흐릅니다.
한 겨울에 흐르는 송알 송알 비지땀.
점심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자! 이제 우리 한 번씩만 더 타자!"
마지막 녀석을 태우는데,
나들이 갔던 여섯 살 별꽃반 녀석들이 나타납니다.
"재미있겠다!"
"재미없어! 재미없어!"
한 녀석, 두 녀석 멈추더니 손을 모아 예쁘게 말합니다.
"선생님! 우리도 태워주세요. 녜?"
"재미없는데..."
눈치없는 민들레반 녀석들이 우쭐우쭐 자랑합니다.
"얼마나 재미있는데! 진짜 신나!"
'이런..'
여섯 살 녀석들을 태워줍니다.
오르락 내리락 땀 방울 탓인지
구경하는 햇님 탓인지
언덕의 눈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히히... 오후에 질경이반은 탈 수 없겠구나!"
점심시간. 청소를 마칩니다.
"자! 얘들아, 이제 몸놀이하자"
"눈 썰매타러 안 가요?"
"눈 썰매? 아까 올라올 때 보니까 눈이 거의 다 녹았어"
"그러면 눈이 하나도 없어요?"
"아니? 조금은 있어"
"그럼, 그 눈으로 타면 되겠네요"
"별로 재미없을텐데?"
"그래도 가 봐요"
"정말?"
"예, 가 봐요"
"정말 가야 돼?"
"예. 외투입을께요"
흙 묻은 비료포대를 들고 갑니다.
달랑 달랑 줄을 달고서.
"저기 봐. 이제 눈이 없잖아"
"그래도 한 번 타 봐요"
"정말?"
"녜!"
"알았어..."
또 끌게 될 줄이야...
눈 썰매를 탑니다.
흙 썰매을 탑니다.
한 번 탈 때마다 옷에 흙탕물이 튑니다.
"이것 봐! 옷이 더러워졌잖아!"
"빨면 되요"
"너희들이 빨래하는 거 아니잖아.
엄마들이 빨래하시잖아"
"우리가 하면 되잖아요"
"정말?"
"예! 우리가 할께요"
오늘따라 '정말, 정말' 합니다.
정말 정말 눈 썰매를 또 끌게 되었습니다.
"우히히. 정말 재밌다! 선생님도 재밌지요?"
"응? 그래, 재밌다. 이놈아!"
루돌프 사슴코도 아니고
반듯한 썰매도 아닌데
오르락 내리락 썰매를 끕니다.
"앗!"
썰매가 이상합니다.
더 이상 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못 타겠다. 어쩌지?"
킥킥, 소리없는 웃음을 감춥니다.
"다른 썰매 구해요"
"다른 썰매?"
"예"
"정말?"
"예. 어서 가요"
다른 썰매를 구해 옵니다.
길죽하게 생긴 투명 플라스틱!
"이야! 스노우 보드다!"
"스노우 보드도 알아?"
별걸 다 아는 녀석들!
스노우 보드를 탑니다.
흙 썰매를 탑니다.
앗! 플라스틱이라 몇 번 타니 부셔져 버립니다.
"킥킥... 부셔졌다. 어쩌지?"
"다른 걸 구해오면 되요"
"또?"
쇠로 된 문짝을 주워옵니다.
구멍에 줄을 답니다.
이제는 절대 부서질 것 같지 않습니다.
"이게 뭐야? 냉장고 문짝 아냐?"
"아니에요. 쇠썰매에요"
"쇠썰매?"
눈썰매를 탑니다.
흙썰매을 탑니다.
쇠썰매를 탑니다.
"얘들아!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들어가자!"
"에이~ 더 타고 싶은데..."
눈 없는 언덕에서 눈 썰매를 타는 아이들.
밥풀 하나 없도록 밥을 먹듯이
눈송이 하나 없도록 눈 썰매를 타는 녀석들.
그런데,
옷이 참 가관입니다.
걸친 옷의 반은 흙탕물입니다.
"너희들이 분명히 빨래한다고 했다!"
"엄마가 도와주면 안 되요?"
"안돼. 이놈아!"
루돌프가 큰 소리로 말합니다.
첫 눈이 왔습니다.
하얀 눈이 왔습니다.
분명 하얀 눈인데
하얀 눈 위에서 놀았는데
어제도 오늘도 하얗게 놀았는데
아이들은 흙 투성이가 되어 돌아갑니다.
누가 알까요?
말똥 말똥 구경꾼 햇님이 알까요?
아이들 엉덩이에 녹아버린 첫 눈이 알까요.
눈에 본 듯 환한 이야기.
거짓말 같은 거짓말 아닌 이야기.
녀석들의 모습이 훤합니다.
"엄마 엄마! 이거 이거~ 눈에서 놀아서 이렇게 된거야.
정말이야. 눈에서 놀았다니까? 하얀 눈에서!"
눈이 오면 좋아하는 사람 하나!
줄어들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눈이 오면 콧 노래 부를 사람 하나!
늘어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눈 썰매인지 흙 썰매인지 쇠 썰매인지
썰매만 신나게 타고 놀았습니다.
하루종일 놀고서 느낀 것이 있다면
루돌프 그 녀석! 참 힘들겠다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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