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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재미 난 가족

가족이 모였습니다.

네 집에서 사는 네 명의 가족이 모였습니다.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결혼한 여동생만 빼고

혼자서 살아가는 네 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아버지, 여동생 희정이, 막내동생 남훈이 그리고, 나!

오늘은 희정이의 서른 한번째 생일입니다.

고기 부페집으로 갑니다.

희안한 집입니다.

신발을 가지고 들어 가야 합니다.

신발을 훔쳐 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신발없는 사람들이 가끔 오나 봅니다.

희안한 일입니다.

아버지, 어머니처럼 말씀 하십니다.

막내동생, 장남처럼 이야기 합니다.

여동생, 결혼한 언니처럼 챙겨 줍니다.

장남인 나, 막내처럼 떠들어 댑니다.

서로가 그리운 가족들은

서로의 그리운 모습을 담아 보여 줍니다.

고기를 굽습니다.

고기를 굽는 사람들을 구경합니다.

"홀쭉한 사람들은 우리 밖에 없다"

"혼자사는 사람들이 살찌면 이상하지"

"뭐가 이상하냐? 맛있는거 해 먹으면 되지"

"혼자 사는 사람이 맛 있는거 퍽도 해 먹겠다.

맛 있는거 먹어도 맛 있는 줄 모를꺼다"

"왜 몰라?"

"입맛에는 사람 맛이 제일 중요하니까.

식구가 왜 식구냐. 함께 밥 먹으니 식구지"

"함께 모였으니 실컷 먹자!"

여동생이 야채를 가지러 갑니다.

"생일축하는 안 하냐?"

아버지 물으십니다.

"바쁘게 오느라고 케이크 못 샀어요"

"생일 노래는..."

"여기서 부를까요?"

아무도 대답을 안 합니다.

남자 셋 모두, 쑥쓰러운 얼굴입니다.

"선물은 샀냐?"

"선물보다는 돈으로 달라고 하던데요?"

"돈은 얼마나 줄꺼냐?"

"성심성의껏 줘야죠"

"얼마 줄건데?"

"아버지는 얼마 줄껀데요?"

누구것이 더 큰가 재는 아이들 같습니다.

"들 떠서 고기 너무 많이 가져 오지 마라.

남기면 벌금이란다."

"고기집에 와서 들 뜨는 사람도 있어요?"

사실, 들뜬 사람 있었습니다.

고기집에 와서가 아니라

지글지글 불판의 고기처럼

가족이 모여 들뜬 사람들.

"남훈이도 어서 애인 만들어야지?"

"바빠서 만들 틈이 없어요"

"아버지 닮아서 너희들이 일복이 참 많아. 좋은 일이지"

"아버지 닮아서 돈복은 참 없어요. 안 좋은 일이에요"

"돈은 열심히 일 하면 저절로 따라온다"

'그럼 로또는 왜 그렇게 열심히 사세요?'

고기 한점 목에 걸려 말까지 꿀꺽 삼킵니다.

"우리 신정에는 뭐할까?"

"영화보러 가야지"

"또 영화? 너희들은 모였다 하면 맨날 영화냐?"

"아버지는 어디 가고 싶으신데요?"

"설악산!"

"설악산이요? 차가 많이 막힐텐데...

그리고, 우린 차도 없잖아요"

"그렇군"

"그럼, 온천 가자"

"온천?"

"그래. 수영장도 있는 온천!"

"온천이라..."

"좀 많이 알아보고 정하자."

"그래"

"아버지도 괜찮으시죠?"

"그래"

너무나 달라서 떨어져 살지만

너무나 같아서 가족입니다.

"이게 뭐야!"

안쪽 이빨이 부서져 떨어집니다.

"이빨 부서졌다"

"썩었나 보다"

"이런. 어쩌지?"

"때워야지 뭐"

"때우는데 비싸?"

"응, 비싸!"

"미안하다"

"왜?"

"이빨 때워야 해서 생일선물은 없다"

"그런게 어딨어?"

"너희들 이빨도 아빠를 닮았구나"

"에이구, 좋은 것은 안 닮고 나쁜 것만 닮네.

이빨 나쁜 것, 일 복 많은 것!

눈 좋은 것은 안 닮고, 눈은 눈 나쁜 엄마를 닮고..."

"정말 그러네"

하지만 정말로 쏙 닮은 것이 있습니다.

쑥쓰러워 말로는 못해도

마음으로 전하는 가슴 깊은 사랑!

특별한 일이 있어야 모이는 가족입니다.

특별한 일을 만드는 가족입니다.

서로가 떨어져 살지만

떨어져 살기에 배우는게 더 많은 가족입니다.

한 집에 살아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던 시절보다는

네 집에 살아도

서로가 소중한 지금이 더 좋습니다.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라는 것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은 참 재미난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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