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차를 마십니다.
가슴으로 따스함이 전해집니다.
차 한잔의 포근한 온기가 식기 전에
지난 이틀동안의 행복을 전하고 싶습니다.
캠프를 갑니다.
아이들과 아빠들과 함께 하는 겨울캠프.
크고 작은, 같은 모양의 아빠와 아이들과 함께
겨울여행을 떠납니다.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어쩌면 아빠와 아이가 그렇게 닮았는지
아빠 몸에서 바람이 쑤욱 빠지면
쌍둥이가 될 것같습니다.
약속을 합니다.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고
아이도 아빠도 즐거운 여행이 되어야 한다고
서로가 서로에게 약속합니다.
구불구불 산 길을 오릅니다.
낮고 동그란 예쁜 산들이 있습니다.
산들 사이 아담하고 조그만 집 한 채가 있습니다.
오늘 하루 아빠와 아이들로 사랑이 가득할 집입니다.
쿵쾅쿵쾅 발소리 요란한 아이들의 흥분과
가슴 설레이는 아빠들의 웃음이 시작됩니다.
꼬꼬꼬 꼬꼬꼬
커다란 닭이 보입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다보니 스무마리
"오늘 저녁에는 닭 죽을 먹겠습니다.
저기 저 나들이 나온 닭들을 잡아서!"
꼬꼬댁! 꼬꼬댁!
따사로운 햇볕에 닭 들이 야단이 납니다.
날지 못하는 것이 서러워 꼬꼬댁!
조막 손 아이 손에 들린 신세가 서러워 꼬꼬댁!
달음박질 잘 하는 아이들과
날 듯이 뒤를 쫓는 아빠들에 의해
닭은 스스로 새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을 만듭니다.
무식하게 굵기만한 대나무를 잘게 쪼개고
하얗고 보드라운 창호지에 옷을 입히고
아이들의 손 길과 아빠들의 정성이 모여
하늘로 연을 띄웁니다.
뱅글뱅글 잘도 도는 연입니다.
연을 만들었는지 팽이를 만들었는지
뜀박질하는 심장소리에 땅이 울립니다.
아빠들도 신이나서 연 줄을 당깁니다.
파란 하늘 아래 사랑하나 띄워봅니다.
딱총을 만듭니다.
단풍나무 깎아 대를 만들고
대나무로 옷을 입힙니다.
딱- 하니 딱총이고
딱- 하니 까르르 쏟아집니다.
거뭇거뭇 해가 집니다.
꼬르륵 배가 고파옵니다.
하늘같은 밥을 먹고
함께 나누는 사랑을 먹고
하늘에 달 뜬 줄 모릅니다.
하늘에 별 뜬 줄 모릅니다.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이 잘 하는 노래
아빠들이 배우는 노래
손에 손에 노래를 들고
아빠들과 아이들이 한 노래를 부릅니다.
어쩌면 그리도 예쁘게도 부르는지
어쩌면 그리도 샘나게도 부르는지
듣으면 들을수록
귓불이 간질한 사랑의 노래입니다.
쥐불놀이를 합니다.
잔가지 놀이를 합니다.
얼어붙은 잔 불에 떡을 구워먹고
얼어붙은 손 등을 호호불며
데구르르 구르는 감자알처럼
잘 익은 밤입니다.
촛불을 켭니다.
아빠와 아이의 눈 길을 모아
촛농처럼 흐르는 빛입니다.
마음껏 뛰어 들어도 드넓은 아빠의 가슴입니다.
한 가슴에 안아도 가슴 벅찬 아이들입니다.
바라보기만 해도 벅찬 사랑입니다.
눈부시도록 시샘나는 사랑입니다.
드르렁 드르렁 요란한 하루를 지낸 아빠들과
아빠의 품에 담긴 예쁜 내복의 아이들이
새록 새록 단 잠에 빠져들 때에
하늘에선 별들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엄마만 쏘옥 빼고 꿈나라로 도망 간
얄미운 아빠와 아이들을 지켜보는
초롱 초롱 엄마 별만 수두룩한 하늘이었습니다.
겨울 햇님이 늦잠을 자든 말든
게을러 드러누운 햇볕에도
아빠와 아이들은 하늘 향해 기지개를 켭니다.
꼬마야 꼬마야 줄을 돌립니다.
왕년의 딱지 대장 한 자리에 모여
딱지판을 벌입니다.
화석처럼 얼어붙은 개울가 낙엽잎을 내려다 보며
쌩- 쌩- 얼음을 지칩니다.
우리 엄마 엉덩이만한 커다란 시루에
하얀 찹 쌀을 눕히고
쩍- 쩍- 소리도 요란하게
떡을 찧습니다.
천하장사 우리 아빠 떡을 만듭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끈적 끈적 사랑 여행입니다.
뻐근한 허리를 두드립니다.
식어버린 찻 잔을 들어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십니다.
차가운 차를 마셔도 식지 않는 마음입니다.
길고 긴 겨울 이틀 동안의 짧은 여행
아빠와 아이들이 보여준 은근한 사랑에
선생님 가슴이 벌겋게 데어버린 탓입니다.
오늘밤은 가슴을 덮고 잠을 자야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말:
오늘은 글 쓰기가 부끄럽습니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아무리 쓰고 지워도
반토막도 내어 놓지 못하는 행복이 부끄럽습니다.
오늘은 참말로 글 쓰기가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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