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는 쉬운데
마음을 쓰기는 왜 이리 어려울까요
책은 잉크로 세기고
마음은 느낌으로 세겨서 일까요
책에는 누워 있는 글을 담고
마음에는 살아 움직이는 감정을 담아서일까요
글은 적으면 그뿐인데
마음엔 번짐이 있어서일까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보다는
이대로의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고 싶습니다.
꽃을 말하면 그대로의 꽃이 되고
별을 말하면 그대로의 별이 되는 글
눈에 보이는 글이 아니라
눈을 통해 마음이 되는 글
마음에 담긴 모양을
마음 그대로 내보이는 글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봅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피어나는 행복을
어떻게 말할까요
'좋다'라는 말 보다 더 좋은 말은 없나요?
하늘만큼 땅만큼보다 더 큰 것은 없나요?
행복으로 터져 버릴 것 같은 얼굴로
세 뼘도 안 되는 작은 가슴으로
길고 긴 하루를 어떻게 보낼 수 있었을까요?
'좋다'라는 말로는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것들인데
터지지도 않은 가슴으로
오늘 하루에 마침표를 찍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사전을 뒤적입니다.
넓은 말은 있어도 깊은 말은 없습니다.
많은 말은 있어도 그대로의 말은 없습니다.
그래서 많기만 한가 봅니다.
처음으로 마음 타령을 하게 되었을 때
문예반 선생님께서 장미 한 송이를 주셨습니다.
장미 한 송이를 앞에 두고
원고지 100장을 적어라 하셨습니다.
원고지 한 장 한 장
장미가 있어야 한다 하셨습니다.
원고지 100장안에
장미 한 송이가 있어야 한다 하셨습니다.
그대로의 장미 한 송이가 있어야 한다 하셨습니다.
향기가 나는 글을 적어야 한다 하셨습니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살아나는 꽃이었습니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살아서 꿈틀대는 꽃이었습니다.
100장이 아니라 1000장에도 다 못 적을 만큼
한 송이 장미는 그만큼 컸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 하셨습니다.
글이란 것은
아무리 커다란 것이라 하더라도
한 장의 종이 안에 한 줄의 글 안에
담을 수 있어야 글이다 라고...
욕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르기에 다시 글을 씁니다.
마음 한 구석도 채우지 못한 글이지만
깨진 독에 물을 붇듯 붇고 또 붇다보면
세상 천지가 물 바다가 되어
빈 독에 철철 물이 넘칠 날 있지 않을까요
독 그대로 물로 가득할 날 오지 않을까요
아이들을 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넘쳐나는 행복입니다.
그대로의 행복입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이 만큼이라도 적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눈을 감고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