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정말 정말 궁금해서 물어 보는 건데요
선생님은 뭐하고 노세요?"
"뭐하고 놀다니?"
"아니, 그러니까요. 놀 때 뭐하고 노냐구요?"
"선생님은 너희들하고 놀기 때문에
너희들하고 똑 같은거 하고놀지"
"아니 아니 그런거 말고요. 어른들은 뭐하고 노냐구요?"
"글세?"
밤이 되어도 대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어른들은 뭐하고 놀지?
아이들하고만 놀다보니
어른들하고 놀던 기억이 까마득합니다.
며칠 전 함께 있는 선생님들과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함께 저녁도 먹고.
'그래. 이런게 노는거야.
어른들은 함께 밥 먹고 영화보는게 노는거야.
그런데, 이런걸 매일 하지는 않아.
그렇다면 어른들은 일은 매일 하면서
노는 것은 아주 가끔만 하나?'
그럼, 물어 올 말이 분명합니다.
'어른들은 일 하는 것을 재미있어 해요?'라고.
대부분 재미없어한다고 하면
재미없는걸 왜 더 많이 하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럼 재미없어도 해야하는 것이 있다고 할 것이고
어른이 되어 갈수록
재미없어도 해야 하는 것이 더 많아진다고 할 것이고
그럼 재미없는데도 왜 해야만 하냐고 물을 것이고
그럼 먹고 입고 잠 자고 하는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할 것이고
그것은 어른이 되면 갖게 되는
나와 가족을 위한 '책임' 이라는 마음이라고 말 할 것이고
그럼 분명 우리 아이들은
굉장히 싫어할 것입니다. 어른이 되는 것을...
그리고 이것은 결코 정확한 답도 아닙니다.
어른들은 분명 놀 때보다 일 할 때가 더 많습니다.
어떤 어른은 나중에 신나게 놀기 위해
지금은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 나중이 정말 올지 안 올지도 모르면서.
초등학생이 되면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고
중학생이 되어서도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대학생이 되어서도 그래서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고
그래서 어른이 되고 나면 또 나중을 위해서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아주 오랜 후에 있을 그 나중을 위해
여덟살 때부터 계속 공부하고 일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정말 그래서 일을 하는것일까요?
더욱이 그것이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제가 아이라 하더라도 정말 어른되기 싫겠습니다.
어른되면 이렇게 해야한다라고 말하기도 싫습니다.
이것도 절대 옳은 답이 아닙니다.
다시 생각합니다.
나는 일할 때가 많은가? 놀 때가 많은가?
일 할 때가 훨씬 많습니다.
맞습니다. 그것은 정말 사실입니다.
놀기만 하다보면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을 더 많이 합니다.
그리고 선생님(나)에게는
노는 것보다는 일하는게 더 쉽습니다.
아이들하고 놀기는 어렵지 않지만
어른들하고 놀기는 어렵습니다.
아이들하고 할 놀이는 많이 있지만
어른들하고 할 놀이는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특히, 선생님(나)처럼 함께 놀 어른도 별로 없는 어른들은 더욱.
다시 물어 봅니다.
그렇다면 일이 정말 재미없는가?
다행히 나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안 그런 선생님도 있겠지만.
스스로 재미있다고 느끼고
그래서 일이 아니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은 일입니다.
하지만 일이 재미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도 분명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말하기를
일에는 재미있는 일도 있고
재미없는 일도 있다고 말하기 보다는
일을 하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느냐에 따라
일이 재미있고 없다가 정해진다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고 그것보다 먼저,
나 스스로 일과 놀이를
그것으로 만들어진 나의 시간을 나의 삶을
어떻게 받아 들이고 있나를
먼저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요?
"어른이 되면 놀기보다는 일을 더 많이 해.
일이란 것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하는 것이야.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지 알기 위한 것이고.
그리고 일이란 것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마련해 주는 것이기도 해.
우리가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곳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
쉽게 말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 일이기도 하다는거야.
하지만 돈만 벌기 위해 하는 것이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돼.
그렇게 생각하면 소중한 시간과 돈을 바꾸는 것이 되는거야.
어른들이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야. 행복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고.
무엇이 더 큰지를 잊어 버려서는 안돼.
그것을 잊어 버리면 행복한 삶을 놓칠 수도 있어.
그럼, 그렇게 좋은 일을 왜 어린이들은 하지 않을까?
너희들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직 일할 준비가 되지 않아서야.
너희들은 아직 몸도 마음도 계속 자라고 있는 중이잖아.
그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크고 튼튼해야돼.
너희들은 지금 일할 준비를 하는 중이지.
준비를 하기에 제일 좋은 것이 바로 놀기란다.
몸과 마음으로 신나게 놀기말야.
너희가 하는 놀기는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이야.
일과 놀이는 그렇게 다르지 않단다.
이제 알겠니?
어른들은 놀기보다 더 좋은 '일'을 많이 한단다.
어른들은 놀기보다 더 행복한 '일'을 더 많이 한단다.
어른에게는 일이 행복한 놀기란다."하고 말이죠.
머리가 복잡해 집니다.
어른들은 일하면서 논다?
어른들의 놀이는 일이다?
어른들의 놀이와 일은 별로 다르지 않다?
노는 것 보다는 일을 더 많이 하니
노는 것처럼 일을 하는게 더 좋은 것 같기는 한데
정말 옳은 대답인지는 다시 생각 해 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이들에게 답을 주기 위한 말인지
나에게 답을 주기 위한 말인지도 생각 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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