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왔습니다.
양손에 기름 묻혀 가며
온풍기에 기름 넣고 있을 때
커다란 창으로 보이는 아이들.
"질경이반 선생님이다!"
걸어가며 뛰어가며
이 창문 저 창문 옮겨가며
창문에 매달리며 아이들이 부릅니다.
"선생님!"
'이 녀석들!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니?'
그때부터 배실배실 웃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선생님!"
폴짝 뛰어 올라 가슴에 안기는 녀석들.
잃어버린 가슴을 찾은 것마냥
가슴 한 쪽이 묵직해 옵니다.
"방학 잘 지내고 있니? 선생님 안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요. 많이많이."
보고픔이 두 배의 반가움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리움이 세 배의 행복이 되는 순간입니다.
오늘부터 10일간의 방학특강이 시작됩니다.
개학은 아니지만
그래서 특강을 신청하지 않은 아이들은 만나지 못하지만
시끌벅적! 옥길동에 아이들 냄새가 배이기 시작합니다.
선생님이 맡은 과목은 유아축구와 초등 마술교실!
축구시간입니다.
아무래도 질경이반 녀석들이 많습니다.
동생들도 있고... 어? 처음 보는 녀석들도 있네요.
다른 유치원에 다니다가 특강을 신청한 녀석들입니다.
익숙한 얼굴이나 새로운 얼굴이나
아이들의 얼굴은 모두가 동글동글
배시시 웃음 들고 만드는 얼굴입니다.
"일곱살 손들어 보세요!"
질경이반 녀석들이 일어났다 앉습니다.
"아니지! 나 이제 여덟 살이지!"
'그래, 이 녀석들. 벌써 여덟 살이 되었구나.'
여덟 살이 되었다고 그래서 떡국을 먹었다고
선생님도 떡국 먹었냐고 말하는 창근이.
떡국 먹고 한 뼘 커다란 여덟 살이 되었듯이
떡국 먹은 녀석들 덕에 한 뼘 커지는 선생님을 봅니다.
어? 유난히 작은 녀석 하나가 보입니다.
"너... 몇 살이에요?"
"다섯 살!"
"다섯 살에서 여섯 살 된거에요?"
"아니 아니 다섯 살!"
"제가 아는 동생이에요"
여섯 살 별꽃 반 준원이가 말합니다.
"제 정말 다섯 살이니?"
"예. 다섯 살 맞아요!"
"어? 다섯 살은 축구 신청할 수 없는데..."
조그만 녀석이 똥그랗게 쳐다봅니다.
'선생님! 나도 축구할 수 있다고요'하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배시시 웃으니 배시시 따라 웃습니다.
히죽 웃으니 히죽 따라 웃습니다.
'고 녀석 참... 축구공 만한 녀석이 참 귀엽네?'
조그만 손 잡으며 말합니다.
"그래. 그럼, 축구하자. 선생님 잘 봐야 해.
선생님이 뿅 하고 사라지지 않게. 알았지?"
싱글싱글 웃는 녀석.
말보다는 웃음이 더 큰 녀석.
다섯 살 녀석과 축구를 하게 되다니...
아이들과 축구를 합니다.
아침 햇볕에 간지러운 몸 비벼대는 고양이처럼
겨우네 근질근질 몸살났던 몸을 굴려대는 아이들.
공을 찹니다.
여덟 살이 된 녀석들은 뻥- 하고 차고
일곱 살이 된 녀석들은 콩-하고 차고
다섯 살이 된 녀석은 틱- 하고 차는데
틱- 한 녀석, 두리번두리번
'어? 공 어디 갔지?'
빙글빙글 웃음이 납니다.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웃음이 실실 새어 나옵니다.
축구공 만한 녀석이 축구를 하는 모습
참 재미있습니다.
한 시간이 후딱 입니다.
얄미운 시간
왜 재미있는 시간은 빨리 가는지.
언제 시간이란 놈을 만나 한 번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
"잘 가! 내일 또 보자!"
축구공 만한 녀석의 엄마를 만났습니다.
이월 생이라 여섯 살 반에 보낼 것이라고
그래서 한 번 보내 보았는데
턱 걸이로 신청할 수는 있었는데
선생님 힘드시면 안 해도 된다고.
"재미있던걸요? 귀엽던걸요? 잘하던걸요?
공은 잘 못 차지만 스스로 축구공이 되는 녀석이던걸요?"
귀여운 녀석을 내일도 만날 생각하니
가슴속에 축구공 만한 기다림이 생깁니다.
드디어 아이들이 왔습니다.
키득키득!
밤마다 웃음 새는 배꼽 꼬매는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