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기를 보시라!
이것이 무엇이냐하면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만병통치약이야
이 약 한 번 먹어 봐!
이 약 먹으면 죽은 사람도 다시 살아나 마라톤을 해!
이 약 한 번 먹어 봐!
이 약 먹고 못 고치는 병이 있으면
내가 당신 아들이야!
자- 이 약 한 번 먹어 봐!
이름하여 만병통치약!!
몇 번을 잠을 깼나 모르겠습니다.
엎치락 뒷치락 레슬링을 하는 희망이
매 시간마다 번쩍 눈을 뜹니다.
"아이구! 허리야!"
할아버지 속 아픈 소리가 절로 납니다.
일찍 눈을 떴습니다.
하루종일 옷 입을 생각하니
아무래도 일찍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손을 뻗어 발을 향합니다.
가깝고도 먼 길
닿을랑 말랑 오늘도 여전합니다.
발가락으로 양말 신기!
그것도 경험이라고 몇 번 했다고
오늘은 쉽게 성공합니다.
청소부터 해야겠지?
구부러지지 않는 허리 세워두고
무릎 굽혀 청소기를 잡습니다.
에구... 내 팔자야!
윙- 청소기 소리 처량하기 그지 없습니다.
아픈데 좀 쉬지 그러냐!
불쌍하다 보다 못한 희망이 한 마디 합니다.
조금씩 움직여야 낫는거야.
오늘은 아프니까 더 해야 해.
누가 그런다고 알아주냐?
알아줘? 청소하는데 누가 알아주길 바라다니
너는 아직 청소를 더 해야 되겠구나.. 쯧쯧...
청소기는 청소기대로
희망이는 희망이대로 혼잣말을 합니다.
"선생님! 재채기하다가 인대가 늘어났다면서요!"
선생님 한 분이 아는 채를 합니다.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그새 읽었나 봅니다.
"그렇지? 기가 막히지?"
"청소는 대충 하세요. 허리도 아픈데..."
"아니야.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청소를 대충하면 아이들을 대충 만날 것 같아 싫습니다.
청소를 대충하면 허리도 대충 낫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고맙습니다. 걱정 해 주는 마음이.
마음이 흐르니 따뜻함이 베어 옵니다.
'아파도 참 좋다!'
아이들이 왔습니다.
"선생님...허리 아프다!"
"왜요?"
"허리 다쳤다"
"그러게 준비운동을 잘 했어야지요"
"그러게"
"이렇게 해 보세요!"
허리 굽혀 발을 잡는 녀석.
"허리 아파 그거 못한다"
"이거 해야 나아요"
"허리 아파 그거 못한다"
"이거 해야 나아요"
"허리 아파 그거 못한다니까!"
"이거 해야 낫는다니까요!"
"누가 그래!"
"선생님이 그랬잖아요!"
"내가 언제!"
"선생님 허리 안 아플때요!"
"이 녀석! 내가 언제 그랬어!"
몸을 숙여 녀석의 양 볼을 잡습니다.
"어? 허리 움직이네? 선생님 꾀병이죠?"
"어? 아니야. 허리 진짜 아파!"
"꾀병 같은데..."
"진짜라니까!"
의심 가득한 얼굴로 쳐다 봅니다.
선생님 얼굴 한 번, 선생님 허리 한 번
"진짜 아파요?"
허리에 주먹을 톡 댑니다.
"악! 아프다. 건드리지 마라!"
"진짜 아파요?"
"악! 건드리지 마라..흐흐.."
"아픈데 왜 웃어요? 안 아프죠?"
"아니야. 너무 아프면 웃음이 날 때도 있다"
"거짓말! 안 아프죠?"
톡 톡 허리를 건듭니다.
진짜 아픕니다.
"이놈! 건들지 말라니까...흐흐.."
도망가는 녀석을 쫓아갑니다.
걷기도 힘들었던 희망이
움츠리기도 힘들었던 희망이
몸을 움직여 쫓아 갑니다.
허리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픔은 느낄 때 아픔인가 봅니다.
통증은 느낄 때 통증인가 봅니다.
아이들에게 온통 빼앗겨 버린 신경은
아픈 줄도 모르고 쑤신줄도 모릅니다.
'거참 희안하다!'
공 차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아픈 허리를 주물럭 주물럭
'분명히 아픈데... 저 녀석들..정말... 희안해!'
아이들은 만병통치약인가 봅니다.
부웅- 붕-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떠납니다.
날 궂어 할아버지 온 몸이 쑤셔오듯
허리에 통증이 느껴집니다.
'거참..희안하군! 저 녀석들..분명..희안해!'
아이들은 분명 만병통치약입니다.
"에구! 허리야! 어서 침 맞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