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동글동글 웃어요
선생님이 동그랗게 눈을 떠요
왜 그러지?
"선생님이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내 눈이 동그래져요
나는 무서운 이야기 싫은데
친구들이 '네'하고 대답해요.
내 목소리 들리지 않게 큰 소리로 대답해요
"이건 정말로 있었던 이야기인데..."
귀를 막아요
선생님이 쳐다보면 어쩌지?
무서운 이야기 들리면 어쩌지?
세게 막았다 약하게 막았다
귀가 아파요
난 무서운거 싫은데
나중에
친구들도 없고 엄마도 옆에 없는 밤에
나 혼자서 잠을 잘 때 분명히 생각날텐데
난 무서운 이야기 정말 싫은데
무서운 이야기 안 들어야지 귀를 막는데
선생님이 안 봤으면 살짝 막는데
선생님이 나 보는지 쳐다보면
선생님 입에서 무서운 이야기가 나와요
귀를 막았는데도 솔솔 이야기가 들려요
귀가 더 커지는지 더 잘 들려요
아직까지는 안 무서운데
아직까지는 별로 안 무서운데
금방 무서운 이야기가 나올 것만 같아요
금방 무서워져서 놀랄 것만 같아요
어떻하지?
그런데
친구들이 웃어요
나도 따라 웃어요.
무서운 이야기가 이상하게 웃기기만 해요
그래도 그래도
가슴에선 계속 뛰어 다니는 소리가 나요
웃기다가 무서워지면 어떻하지?
이야기가 끝났어요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웃기는 이야기였어요
휴우- 다행이다
그런데 이상해요
무서운 이야기를 들은것 처럼
손바닥이 미끌미끌
가슴에선 아직도 누가 뛰어 다녀요
큰 소리로 꽝꽝 뛰어 다녀요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무서운 이야기를 들을 때랑 똑 같았어요
선생님이 무서운 이야기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무서운 이야기를 할 때는
선생님도 싫어요
선생님이 무서운 이야기는 잊어 버렸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살짝 들여다 본 한 녀석의 얼굴에는 쿵쾅쿵쾅 뜀박질 소리가 요란 해요. 선생님 미안한 마음에 무서운 이야기를 우스운 이야기로 갈아 입혔더랬어요. 그랬더니 그녀석 빙그레 웃는데 웃음이 살살 떨리는 것이 아직도 가슴이 뛰나봐요.
그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에 적어 보는 글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