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으로 동그랗게 축구공을 그립니다.
부서질까 조심 조심 발 밑에 내려 놓습니다.
"하나 둘 셋 하면 뻥- 차는거야
몸에 너무 힘을 주면 몸에서 나오는 바람때문에
공을 차기도 전에 공이 날아갈지 모르니까
공을 찰 때에만 힘을 주는거야. 이렇게.
알았지?
자 그럼 하나 둘 셋 뻥-!"
축구 두 번째 시간입니다.
축구에 푹 빠진 녀석들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아주 멀리 날아가는 걸? 보이지? 저기 날아가는거..."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아냐! 저기 저기 하늘에 구멍보이지?
선생님이 아침에 축구 연습하느라고 뻥- 찬 공이
하늘까지 날아가서 하늘에 구멍을 낸거야. 저기 구멍 보이잖아"
"저게 구멍이에요? 해지?"
"에이- 모르는구나? 자세히 봐 봐.
잘보면 얼룩덜룩 축구공 줄 무늬가 보일걸?"
"눈 부셔요!"
"너희들도 축구 연습 열심히 하면
선생님처럼 하늘에 구멍낼 수 있다!"
송송 구멍이 납니다.
열린 구멍으로 땀이 흐릅니다.
"자! 드리블 연습 시간이다.
드리블이 뭐라고 했지?"
"공 가지고 뛰는거요"
"그렇지. 공 가지고 뛰는데 손으로 들고 뛰면 안되겠지?
공은 굴러가고 너희들은 뛰어 가고
그렇게 함께 가는거야. 친구처럼 가까이서.
멀리 떨어지면 안돼. 그럼 공이 화나서 혼자 마음대로 가버린다?
손잡고 가는 것처럼 가까이서 뛰는거야. 알았지?
자 그럼 시- 작!"
드리블을 합니다.
살살 공을 몰고 갑니다.
세게차면 공이 터지기라도 할 것처럼
조심 조심.
"선생님! 축구시합 안해요?"
"시합? 하지."
"언제해요?"
"쉬하고 와서. 자 몸이 가벼워지게 쉬하고 오자."
축구시합을 합니다.
파랑조끼를 입은 파랑나라
주황조끼를 입은 주황나라
"축구는 싸움이 아니다!
싸움처럼 하지말고 놀이처럼 하기.
싸우는 친구는 퇴장이다!"
"퇴장이 뭐에요?"
"퇴장이란 축구를 못하게 되는 것을 말하지.
구경하는 친구가 된다는 뜻이지"
"알았어요!"
"선생님, 화이팅해요?"
"그래, 화이팅해라!"
손을 모았다 하늘 높이 날립니다.
조그만 손들이 천정에 덕지덕지 붙습니다.
"자! 시작!"
"와-"
다섯살 녀석이 가만히 서 있습니다.
만지작만지작 조끼만 만지면서.
"동우야! 동생 좀 도와줘라"
"에이, 그럼 나는 축구 못하잖아요"
'그래? 그럼 선생님이 도와줘야지"
다섯살 녀석의 손을 잡고 뜁니다.
데굴데굴 굴려가는 공을 쫓아
종종걸음 뛰어 갑니다.
기다리지 않는 공
쫓아가면 달아나고 달아나면 다시 쫓아 갑니다.
발 끝에 공 한 번 맞추기 힘들지만
얼룩덜룩 강아지 쫓아가듯
발걸음마다 히히헤헤 좋다 합니다.
미끄럼틀 미끌어지듯 손을 빼는 녀석
혼자서 해 볼테야
뒤뚱뒤뚱 잘도 뜁니다.
"선생님! 축구 신청하면 기술도 가르쳐 주시는거죠?"
한 어머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하늘에 구멍 뚫는 기술.
공따라 웃음따라 뛰는 기술.
가르쳐 주지 않아도 배우는 기술입니다.
'가르쳐는 주죠. 하지만 전혀 다른 기술일걸요?'
아이들이 뜁니다.
녀석들의 발소리에 시간도 함께 뜁니다.
마칠시간!
"에이, 또 끝났어요? 왜 맨날 빨리 끝나요!"
볼멘소리!
앞으로 여덟 번을 더 들어야 할 소리입니다.
오늘도 아이들은 공을 차다 갔습니다.
콩딱콩딱 심장소리 남겨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