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 갠 갠 갠
갠개 개갠지 개갠지 개갠
개갠지 개갠지 개갠지 개갠...
"선생님! 저게 뭐에요?"
창문 가운데 붙어있는 하얀 종이 안에는
요상한 말들이 들어 있습니다.
"응! 어제 아빠들이 여기서 풍물 연습을 했거든.."
풍물연습?
그거랑 저거랑 무슨 상관이야?
"선생님! 저게 무슨 말이에요? 갠 갠 갠 갠?"
"무슨 말이 아니라 무슨 소리야.. 저건 말을 적어 놓은게 아니라
소리를 적어 놓은 것이거든.. 잘 들어봐.. 무슨 소리인지..
갠 갠 갠 갠
갠개 개갠지 개갠지 개갠
개갠지 개갠지 개갠지 개갠..."
"아..알았다.. 꽹가리 소리..."
"아냐..저건 꽹가리 소리 아냐!"
승훈이가 목에 힘을 주며 말합니다.
"그럼 무슨 소리인데?"
"우리 동네에 개가 한 마리 있는데요 막데기를 가지고 탁 치면
깽 깽 깽 깽 깨깽 깨깽 해요. 저 소리랑 똑 같아요"
"우헤헤헤헤" "이히히히히"
아이들이 배꼽을 손에 쥐고 웃습니다.
선생님도 웃음 배를 잡습니다.
"그래.. 그 말도 맞는 말 같다.. 그런데, 개는 왜 때려..불쌍하게.."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묻혀 이야기를 계속 합니다.
"선생님이 오늘 아침에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무지개를 봤다? 벽 무지개?"
"벽 무지개요? 벽 무지개가 뭐에요?"
"화장실 창문으로 들어 온 햇볕이 화장실 거울에 부딪혀서
남자 친구들 오줌싸는 오줌통 위에 걸렸는데 무지개 모양으로 멍이 들었더라..
예쁜 모양 무지개 모양으로말야.. 화장실 벽에..."
"그런 무지개도 있어요?"
"그럼 벽 무지개도 있고 물 무지개도 있지.."
"물 무지개는 뭐에요?"
"호수로 분수처럼 물을 뿌리면 물 속에 살짝 피어나는 무지개.. 물 무지개..."
"아하..."
한 녀석이 이야기 하는 틈을 타서 쌓아놓은 매트위로 올라갑니다..
"아니, 저 녀석이 감히 어디서..."
"감 있어요? 나도 줘요"
딴청피던 또 한 녀석.. 난데없는 감 타령을 합니다.
"내가 언제 감 있다고 했냐.. 감히라고 했지.."
"난 감이라고 들었는데.. 감 먹고 싶다.."
"히히히" "우헤헤헤"
아침마다 모여서 한바탕 신나게 웃고나면
오늘 하루도 빙그레 발그레 산뜻합니다.
오랫만에 일기를 펼치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 봅니다.
아이들에 대한 마음
선생님들에 대한 마음
그리고, 희망이 나 자신에 대한 마음...
졸린 눈을 비벼가며 써 가던 일기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날들에
대답없는 메아리마냥 답답하여 가슴 졸이던 시간들...
힘차게 던진만큼 멀리 높이 날아
다시금 자신에게 되돌아 오는 부메랑처럼
아이들은 내게 사랑을 되돌려주는 부메랑임을
다시 찾은 희망으로 일기장을 찾았습니다.
희망이는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