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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출근 길


눈을 뜹니다.

익숙하지 않은 천정...

밤 늦도록 짐 정리를 마치고

쓰러지듯 잠자리에 들었던 기억.

아버지가 계신 집입니다.

이제는 아버지와 함께 사는 집입니다.

출근준비를 합니다.

내가 출근 준비를 하다니...

양치질을 하는 입에서

웃음 썪인 거품이 입니다.

마치 첫 출근을 하는 마음처럼

어색한 마음이 이상하게 즐겁습니다.

길을 나섭니다.

아침 길에 나선 사람들.

현관문을 여는 아침이면

부지런한 새들이 핀잔이라도 하듯 짹짹 쪼고

밤 새 뜬 눈으로 달과 씨름을 한듯이

앞 발을 길게 빼며 요란하게 기지개를 켜던 고양이.

새들도 고양이도 없는

분주한 차들만, 걸음 바쁜 사람들만 오가는 아침이지만

이런 아침이 참으로 반갑고 정겹습니다.

버스를 기다립니다.

좁다란 차도에 차곡차곡 쌓인 차들을 바라보니

아무래도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않을 버스 같습니다.

내친 김에 걸어갑니다.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시간에 쫓기기 보다는 시간위를 걷듯이 시간위를 뛰듯이

걸음도 뜀박질도 재미납니다.

차도를 따라 걸으니 재미없습니다.

차도 너머 낮은 산을 넘으면 회관입니다.

딱딱한 콘크리이트를 벗어나

울퉁불퉁 흙 길로 접어 듭니다.

컹컹 짖는 개 들의 울림이 있습니다.

개 사육장이 있는 곳입니다.

아침의 낯선 이를 경계하듯 짖어대는 녀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합니다.

"좋은 아침!"

멀뚱 멀뚱... 생전에 인사는 받아 본 적이 없는 녀석들마냥

아침 인사에 어리둥절 하는 개들입니다.

산을 오릅니다.

'출근하며 산을 오르는 사람... 풋!'

생각만 해도 재미있습니다.

재미있는 출근 길입니다.

옹기종기 세 구의 무덤을 지나며 살며시 고개 숙입니다.

"죄송합니다. 좀 지나가겠습니다. 출근하는 길이거든요"

눈 가까이 고구마 밭이 보입니다.

고구마를 키우던 아이들과 아이들을 키우던 고구마들.

줄기마다 대롱대롱 달리던 고구마처럼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이 좋습니다.

아.. 회관이 보입니다.

새하얀 아침이 회관지붕에 가득합니다.

아침 서리가 회관 지붕에 내려 앉은 모습.

이제껏 회관에서 살았지만

아침 나절 회관 지붕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

"안녕하세요!"

힘차게 인사합니다.

"어디 갔다 오세요?"

"어디 갔다 오다뇨?"

"어디 갔다 오시는 길 아니세요?"

"아뇨! 지금 출근하는 길입니다. 출근이요. 출근..."

힘차게 출근한 아침입니다.

아이들이 왔습니다.

"애들아! 선생님이 너희들을 놀래 줄 것이 하나 있다"

"그게 뭔데요?"

"선생님.. 이제는 여기서 살지 않는다. 오늘 아침부터 너희들처럼

걸어서 뛰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럼 어디서 사는데요?"

"여기서 걸어서 30분이면 가는 곳에 산다. 이제는 아침마다 너희들처럼

가방메고 온다"

"돈 많아요?"

"그게 무슨 소리냐?"

"돈 많아서 집을 산 거잖아요"

"집을 산게 아냐..."

"그럼요?"

"선생님 아버지가 살고 있는 곳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선생님도 아빠 있어요?"

"그럼. 있지"

"선생님 아빠는 몇 살이에요?"

"어른들은 연세라고 하는거야. 음 육십하고도 둘..."

"와..우리 아빠 보다 많다."

"그럼.. 선생님의 아빠니까..."

"아빠랑 살아서 좋아요?"

"그럼..좋고말고...너희들이 선생님에게 뽀뽀해 줄 때만큼 좋다!

비오는 날이면 우산쓰고 오고 눈 오는 날이면 눈 맞으며 오고

바람부는 날이면 바람에 등을 밀려 연처럼 날아 올꺼다..히히"

희망이에게 새 집이 생겼습니다.

새로 지은 집도 새로 이사간 집도 아니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금 옥길동으로 출근하는 마음은

충분히 새 것입니다.

"모든 것은 헌 것일수록 더 편하고 좋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매일 매일 새로울수록 좋다!"

" ? "

아이들의 얼굴마다 물음표를 달아 놓고

싱글벙글 웃는 선생님의 얼굴은

새로 태어난 새 마음의 행복한 희망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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