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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별걸 다 이야기하는 선생님

난 참 별걸 다 이야기하는 선생님입니다.

달이 혼자 뜨기 전에 있었던 일 입니다.

"선생님이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무슨 이야기요?"

"선생님, 어저께 맞선 봤다"

"맞선이 뭔데요?"

"결혼하기 위해서 결혼하고 싶어하는 남자 어른과 여자 어른이 만나는거야"

"결혼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빨리 결정하는거 아니야"

"그럼 언제 결정하는데요?"

"계속 만나서 서로 좋아하게 되면 그 때가서 결정하는거야"

"좋아하게 됐어요?"

"아니?"

"왜요?"

"그 여자 어른이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들었나 봐"

선택이라는 것! 마음의 선택!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이 선생님을 하는 것처럼 그 여자 어른도 하는 일이 있었어.

그 사람은 소방관이래"

"소방관? 여자도 소방관해요?"

"불끄는 일은 남자만 한데. 그 여자 어른은 컴퓨터 일 한데"

"컴퓨터요?"

"그래."

한참동안 말없이 앉아 있습니다.

아이들이 멀끄럼이 쳐다 봅니다.

"너희들은 선생님이 좋니?"

"녜, 좋아요!"

"선생님 좋아하는 사람 손 들어볼래?"

별걸 다 시킵니다.

세 녀석이 손을 안 듭니다.

"너희들은 선생님 싫어하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요"

우리반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질경이반 녀석들에게는 물어보지 말아야지.

"여자 어른들은 남자 유치원 선생님을 안 좋아하나 봐"

"왜요?"

"만난지 1시간도 안 됐는데 집에 가야 한데. 집에 일이 있다고...

집에 일이 없는 것 같았는데... 그냥 선생님하고 있는게 재미가 없었나 봐"

한 녀석이 대뜸 말합니다.

"그냥 우리 삼촌처럼 혼자 살아요"

"너희 삼촌도 혼자 사니?"

"네. 혼자 사는게 좋데요. 우리 삼촌은"

"너희 삼촌은 나이가 몇 살이신데?"

"몰라요"

"혼자 사는게 더 좋을까?"

"우리들이 있잖아요."

"너희들?"

아이들 얼굴을 멀끄럼이 바라 봅니다.

"선생님이 부탁이 있는데..."

"뭔데요?"

"들어줄래?"

"네!"

"오늘은 친구 칭찬하기 말고 선생님 칭찬하기 할래?"

"선생님 칭찬하기요?"

"그래. 선생님도 칭찬 들어보고 싶어"

"좋아요!"

아이들이 선생님 칭찬을 합니다.

"선생님은 피구를 잘 해요"

"그래! 고맙다"

"선생님은 축구를 잘 해요"

"그래! 고맙다"

"선생님은 달리기를 잘 해요"

"그래! 고맙다"

"선생님은 멋져요"

"어디가 멋진데?"

"전부 다 멋져요"

"그래! 참 고맙다"

"선생님은 거북이 놀이할 때 잘 놀아줘요"

"그래? 정말 고맙다. 그런데 여자 어른들이 좋아할 것은 없네.

만약에 너희들이 여자 어른이라면 어떤 남자 어른이 좋을까?"

"난 여자 아니에요!"

별자리 선생님 기창이가 말합니다.

"아니, 진짜 여자라는게 아니라 만약에 여자라면 말야.

상상 해 보면 말야."

"나는 정말 여자 아니야!"

공룡 선생님 창근이까지 손을 젖습니다.

남자 아이들 모두가 손을 흔들며 아니라 합니다.

"아니 아니 그러니까 진짜 여자라는게 아니라..."

오늘따라 왜 이리 설명이 안 되는지...

한 녀석이 옷자락을 잡아 당깁니다.

"선생님! 난 선생님이 좋아요!"

"선생님이 왜 좋은데?"

"우리 선생님이니까!"

하얗게 웃어 주는 얼굴이 사랑스럽습니다.

"그래! 고맙다. 이놈아!"

맞선에서 만난 여자 어른이 물었습니다.

"아이들을 참 좋아하시나 봐요"

싫어하지 않으니 좋아하는 것이 맞겠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왜 좋은가 물으면

모르겠습니다.

그냥 아이들이 좋습니다.

그냥 선생님이 좋습니다.

그냥 이런 내 모습이 행복합니다.

정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를때는

아이들처럼 '그냥'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이야기하니 좋았습니다.

들어 주니 좋았습니다.

칭찬 받으니 좋았습니다.

오늘은

그냥 아이들이 좋은 선생님이

우리 선생님이기에 마냥 좋은 아이들과

별걸 다 이야기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별걸 다 들어주는

참 좋은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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