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머리 해라!"
뚱딴지 같은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이 어리둥절합니다.
"모두들 손 머리!"
서로들 눈치를 보면서 손을 머리로 올립니다.
아무말도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너희들 왜 손 머리하니?"
기가 막히다는 표정들입니다.
"선생님이 손 머리 하라고 했잖아요"
"선생님 말이면 다 듣니?"
"녜!"
"왜?"
"선생님이니까요"
"선생님이 발가벗고 밖으로 나가라고 하면 나갈꺼니?"
"아니요?"
"왜?"
"부끄러우니까요"
"선생님 말인데 왜 안 들어?"
"그건 하고 싶지 않아요"
"왜?"
".......... "
"옳지 않은 일이라서?"
"네, 맞아요. 그것은 옳지 않은 일이에요"
"그럼 지금은 왜 손 머리하고 있는데?"
"우리가 잘못 했잖아요"
"뭘 잘못했는데?"
"선생님 말 들어주지 않고 떠들었으니까요"
"그렇구나"
창 밖을 봅니다.
가지뿐인 나무들이 보입니다.
겨울에는 나무들도 벌거벗습니다.
"나무들은 춥겠다. 겨울에 옷을 더 벗어서...
그런데 나무들은 참 바보다.
여름에는 옷을 입고 겨울에는 옷을 벗으니...
그런데 나무들은 참 착하다.
여름에는 많은 나뭇잎으로 시원한 그늘을 주고
겨울에는 낙엽으로 땅을 따뜻하게 덮어줘서..."
"선생님, 손 내려도 되요?"
"이제는 잘못한 것이 없어졌니?"
"아니요?"
"그런데, 왜 손을 내리려고 하니?"
"우리가 잘못한 것을 알았으니까요"
"그래? 그렇구나. 그럼 손 내려라!"
아이들이 손을 내립니다.
"선생님이 한 가지만 물어볼게.
저기 있는 저 나무는 선생님일까 아닐까?"
"아니에요"
"왜?"
"나무는 나무에요"
"선생님은 선생님이고?"
"네!"
"어떻게 하면 선생님인데?"
"우리를 가르쳐 주면 선생님이에요"
"난 너희들에게 가르쳐 주는게 없는데?
그냥 놀기만 하는데?"
"선생님은 이상한 놀이를 많이 알고 있잖아요.
어제도 새로운 고무줄 놀이을 가르쳐 주셨잖아요"
"그것은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생각나서 한 것인데?"
"그래도 선생님은 우리가 모르는 놀이를 100가지나 알고 있다면서요"
"100가지가 아니라 1000가지도 알고 있지.
그런데 그 놀이는 너희들이 없으면 생각나지 않아.
그래서 선생님도 얼마나 많은 놀이를 알고 있는지 몰라.
그게 무슨 말인지 아니?"
"몰라요"
"그것은 너희들이 선생님의 선생님이란 뜻이야.
너희들을 보면 놀이가 생각나니까"
"우리가 선생님의 선생님이라구요?"
"그래. 맞아. 너희들이 선생님의 선생님이야.
너희들 뿐만 아니라 저기에 있는 저 나무도
선생님의 선생님이야."
"나무도 선생님이라구요?"
아이들이 입을 벌리고 헤헤 웃습니다.
"그래. 나무도 선생님이고 앞마당의 고양이 살금이도 선생님이고..
무엇이든 배울 것이 있으면 모두가 다 선생님인거야."
"모두가 다 선생님?"
"그래. 그래서 너희들도 선생님 이름을 하나씩 가지고 있잖아.
한결이는 줄넘기를 잘 해서 줄넘기 선생님, 재연이는 편지쓰기를 잘 해서
편지 선생님, 지원이는 친구들을 많이 도와줘서 엄마 선생님,
인규는 축구 선생님, 창근이는 공룡 선생님, 용문이는 화가 선생님...
한결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줄넘기를 잘 했을까? 엄마 뱃속에서부터
줄넘기를 잘 했을까?"
"아뇨? 히히히"
"그래, 한결이도 엄마 뱃속에서 태어날 때는 다른 친구들과 똑 같았지.
아무것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지. 아무것도 잘 하는게 없었지.
그런데, 점점 커가면서 줄넘기를 보게 된거야. 처음으로.
처음에는 줄넘기를 할 줄 몰랐겠지? 누구나 그런것처럼.
그런데 한 번, 두 번... 못 넘어도 또 넘어보고 또 넘어보면서
하나 넘고 두 개 넘고 세 개 넘고.. 그래서 잘하게 된거지.
저절로 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서 된거지.
그래서 지금은 우리가 줄넘기 선생님이라고 부르는거지."
아이들이 고개를 끄떡끄떡합니다.
"선생님에게 말을 할 때는 어떤 말을 해야하지?"
"존댓말을 해야 해요"
"왜?"
"예의를 지켜야 하니까요"
"왜 예의를 지켜?"
"선생님이니까요"
"우리보다 나이가 많으니까요"
"그래. 그래서 예의를 지키는구나. 선생님이라서, 나이가 많아서.
그럼, 너희들끼리도 서로 예의를 지켜야 하겠지?
너희들도 선생님이니까.
너희들은 서로 나이가 같으니
존댓말은 하지 않아도 서로 예의는 지켜야 하겠다. 그렇지?"
"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는
적어도 하나씩은 배울 것이 있단다.
그러면 모두가 선생님이겠구나.
모두가 선생님이니 모두에게 예의를 지켜야 하겠고.
그것이 바로 어려운 말로 존중이라고 하는거다"
"존중이요?"
"그래. 존중. 나만큼 소중하게 생각하고 대한다라는 뜻이야"
"아~"
"오늘은 이 세상 모든 것 들에게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을 알게 된 좋은 날이다!"
"선생님은 참 많이 아는 것 같아요"
"너희들은 참 많이 알게 하는 선생님인 것 같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선생님은 너희들을 보면 저절로 생각이 나니까 그렇지"
"우리를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도 저절로 생각이 나요?"
"그럼~ 참 희안하지?"
"예, 희안해요. 그럼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주세요. 네?"
"그럴까?"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운다'라는 책이 있다지요?
'모든 것은 유치원 아이들에게서 나온다'라는 책도 있나요?
지금껏 살아 오면서 배운 것보다
아이들에게서 배운 것이 더 많고
아이들과 함께 배워 나가는 것이 더 많고
그렇게 배운 것들이 더 삶 같으니
어딘가엔 그런 책이 분명히 꼭 있을꺼에요.
종이에 쓰여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말이죠.
아이들은 선생님이 준다고 생각하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서 받는다고 생각하고
누가 주고 누가 받는지는 몰라도
서로가 받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인 것이 감사하고
아이들이 제 선생님인 것이 행복한 날입니다.
오늘은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 중 하루입니다.
'달봉샘의 성장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궁금해요! (0) | 2010.05.05 |
---|---|
산타 할아버지께 (0) | 2010.05.05 |
외로움도 행복만큼 가깝다. (0) | 2010.05.05 |
깨진 독에 물 붓기 (0) | 2010.05.05 |
겨울 여행 (0) | 2010.05.05 |
오늘은 (0) | 2010.05.05 |
싫어 싫어 생쥐! (0) | 2010.05.05 |
별걸 다 이야기하는 선생님 (0) | 2010.05.05 |
재미 난 가족 (0) | 2010.05.04 |
물음표와 느낌표 (0) | 2010.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