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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선생님의 선생님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나의 필요에 의해.

아이들과의 시간은

내가 필요로 하는 시간을 갖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나의 필요에 의해.

아이들과의 시간은

잊고자 하는 기억을 멈추게 하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나의 필요에 의해.

아이들과의 시간은

행복하지 못한 나 자신을 잊기에도 충분한 도구였습니다.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무런 필요로 없이.

하루 하루 더해지는 짐같은 시간들에

오히려 나 자신이 도구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기에...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아이들마냥 행복한 것 같았기에...

그런데!

아이들은

필요에 의해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자기 자신을 잊기 위해 선생님을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선생님에게는 삶을 위한 도구였지만

아이들에게는 만남 자체가 바로 삶이었습니다.

여기에

배움을 주는 사람과 배움을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르침을 주는 사람과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르치는 이가 곧 배우는 이가 되고

배우는 이가 곧 가르치는 이가 된다는 것을

아이들은 단지 만남 만으로 가르쳐 주었습니다.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누가 누구에게서 배우는가

무엇을 위해 배우고

무엇을 위해 가르치는가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가르치는가!

가르치기에 앞서

먼저 배울 수 있는 선생님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언제나 선생님이 되어 주는 아이들이 있어

선생님 또한 가르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만납니다.

만남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닌 목적이 됩니다.

단지 만남 만으로 충분하고

만남 만으로 행복함을 배웁니다.

진정한 만남 안에는

결코 도망가지도 피하지도 않는

당당한 나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진정으로 나 자신을 만나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감사합니다.

다행히

이세상에는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p.s

이 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는데

이 만큼밖에 가르칠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 보다 더 벅찬데

이 만큼밖에 내 보일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 보다 더 행복한데

이만큼밖에 표현할 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배움에는 끝이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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