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눈을 떴습니다.
아침입니다.
오랫만에 늦잠을 자고 싶었는데
몸은 마음만큼 게으르지 않나 봅니다.
멍하니 누워 천정을 바라봅니다.
손만 내밀면 닿을 듯
'하늘이 이렇듯 낮으면 좋겠다.'
뭉게뭉게 구름이 모여 비라도 내릴라치면
이리저리 흩어놓아 맑은 하늘 만들고
몹시도 비가 그리운 날에는
군데군데 흩어진 구름모아 비구름을 만들고.
햇볕이 따가운 날에는 햇님 얼굴에 물수건이라도 걸어놓고
몹시도 추운 날에는 따사로운 햇볕에 손을 쬐고.
'그래도 하늘은 높이높이 있는게 좋겠다.'
내 사랑하는 외로움 달아 하늘 높이 띄워보고
풍선처럼 두둥실 하늘 위를 걸어도 보고
휘휘 젖어 손 닿는 마음보다 더 큰 마음이 좋겠다 싶습니다.
꿈틀꿈틀 지렁이 마냥 이불 속을 돌아다닙니다.
한 두번 용을 쓰면 벽에 쿵 부딪히는 좁은 방이지만
오늘따라 마냥 구르고만 싶습니다.
'가만... 마지막으로 청소를 한 것이 언제더라...'
가방을 내려 놓기가 무섭게 책을 펴 들고
자장 자장 자장가마냥 한 줄 두 줄 읽다보면
나도 모르고 푹- 쓰러져 잠이 들던 어제, 그제 그리고....
청소를 한지가 꽤나 오래 되었습니다.
발 밑에 쌓여져 있는 옷 가지들이 수북합니다.
'청소를 해야겠다!'
아버지 방으로 갑니다.
방바닥이 꺼슬꺼슬합니다.
모래사장이 따로 없습니다.
아버지 일터에서 따라 온 녀석들입니다.
쓸어도 쓸어도 솓아나는 듯
좀체 쓸리지 않는 녀석들입니다.
물걸레질을 합니다.
털고 닦고 여러 번 하다보니
발 밑이 뽀송합니다.
이부자리를 정리하다가
날개가 하얀 선풍기를 봅니다.
'역시 울 아버지다!'
날개를 떼어내어 물로 씻습니다.
덩어리진 먼지들이 시커멓게 떠 오릅니다.
싱크대에 가득한 그릇들도 정리하고
아버지와 나의 중간지대인 화장실, 부엌도 청소합니다.
내 방도 청소합니다.
이부자리를 털고 옷을 게어 넣고
방바닥 모서리, 꿈을 꾸듯 쌓여있는 먼지도 쓸어내고
작지만 결코 부족하지 않은 공간을 말끔하게 씻어 냅니다.
마지막으로 밀린 빨래를 세탁기에 털어 넣습니다.
'이제는 몸을 청소할 시간이다'
머리감고 면도하고 세수하고
온 몸에 물을 뿌려 샤워도 하고
하루 정도는 더 입어도 됨직한 옷을 입고
집을 나섭니다.
" 징- "
호주머니 전화기를 꺼냅니다.
'어? 아닌데?'
또 다시, " 징- "
이런! 배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뱃 속 창자가 울려대는 텅 빈 진동소리!
' 밥 먹기 전에 이발부터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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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씨방 푹신푹신한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뱃 속도 편안하고
까실까실한 머리카락도 좋습니다.
내일부터 삼박 사일간 직원 연수를 떠납니다.
읽어야 할 책도 남아있고
써야 할 글도 있습니다.
손을 들어 허공을 만져 봅니다.
손에 쥔 듯 만져지지는 않지만
천천히 스쳐가는 하루를 느낍니다.
오늘은 일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