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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학교

음악 소리 • 5세 신나는 음악소리가 들립니다. 어깨가 들썩입니다. 아이들의 웃음이 보입니다. 거울마냥 덩달아 웃습니다. 다섯 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체조는 절도 있는 동작도 멋있는 율동도 아니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움직임 중 하나입니다. 체조를 마치고 아이들과 풍선놀이를 합니다. 풍선은 땅에서 썩지도 않고 재활용도 안 돼 풍선놀이는 하지 않는데 그동안 이곳 저 곳에서 얻은 풍선만 한 서랍이라 할 수 없이 정리 차원에서 아이들과 풍선 놀이를 하였습니다. 요즘에는 썩는 풍선도 나온다고 하지만 달봉이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풍선은 하도 오래된 풍선이라 분명 썩는 풍선이 아닐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먼저 풍선의 안 좋은 점을 말합니다. 그러면서 풍선에 바람을 넣는 모양이 사뭇 어울리지 않는 모습 같기도 하였지만 이왕.. 더보기
통합수업(4월 어느 날) 풀씨 학교 통합 수업 - 여섯 반이 하나의 큰 풀씨 반으로 - 풀씨 학교 통합 수업이란 쉽게 말해 세 연령, 여섯 반 아이들이 다른 반을 내 반처럼 편하게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하고 싶은 놀이를 하는 수업을 말합니다. 여섯 반이 다 내 반이다 보니 여섯 반 아이들이 한 반 아이들처럼 어느 교실에서나 서로 만나게 됩니다.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들이 함께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색깔 블록과 나무 블록이 많고 다락방이 있는 별꽃 반,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다라가 펼쳐진 꽃다지 반과 꽃마리 반,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이용해 만들고 종이접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질경이 반, 역할 놀이가 재미있는 민들레 반, 새로 생긴 작은 놀이터가 아이들을 유혹하는 나리꽃 반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제나 마음껏 놀 수.. 더보기
풍 경(1월 개학 날) 풍 경 풀씨 아이들은 몸 놀이를 좋아합니다. 담임 없는 몸 놀이 선생님도 참 좋아해줍니다. 교실은 담임선생님을 찾는 공간이라면 복도는 달봉샘을 부르는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공간입니다. 아이들의 뜨거운 시선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아직까지 언제 몸 놀이를 하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다섯 살 아이들은 달봉샘을 만날 때면 인사처럼 묻습니다. “ 오늘 몸 놀이 하는 날이야? ” 대부분의 아이들이 몸 놀이를 좋아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몸 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몸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라 하더라도 몸 놀이 시간에 하는 모든 것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특별히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는 저 나름의 이유를 머금고 있는 아이들의 다양한 풍경을 되짚어봅니다. 체.. 더보기
사랑해요 / 귀여운 악동들 일 주일이었습니다. 긴 시간이었습니다.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 모를 시간이었습니다. "어~" 선생님은 내려다 봅니다. 아이들은 올려다 봅니다. 일 주일이었습니다. 긴 시간이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필요없는 시간입니다. 선생님은 허리를 구부립니다. 선생님은 무릎을 구부립니다. 아이들은 뒷굼치를 바둥바둥 세웁니다. 그렇게 우리들은 서로를 확인합니다. 서로를 안아줍니다. 서로를 사랑합니다. "선생님! 선생님 엄마가 이제는 하늘나라에 있어요?" "응.. 구름을 타구 날개를 달구 하늘나라로 가셨어" 싱그러운 녀석 귀여운 녀석 엉뚱한 녀석 모두가 귀여운 우리 아이들입니다. "선생님두 엄마있어요?" 7살이나 된 녀석이 별걸 다 묻습니다. 그럼 선생님은 하늘에서 떨어졌냐? 바닷.. 더보기
십자매 습격 당하다 / 선생님이라는 길 오후 6시.. 수업이 끝났습니다. 아이들이 탄 버스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져 갑니다. 조그만 의자를 내어 현관에 앉습니다. 오랫만의 햇볕에 눈을 뜨지 못하는 십자매 세 마리와 조그마한 팬지꽃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복길이와 함께 합니다. 편안합니다. 수업을 마치고 잠시 생각을 잃어 버립니다.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듯 항상 거기에 그렇게 있던 사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을 놓아 줍니다. 책상머리에 앉습니다. 일상적인 일과는 몇 통의 전화로 끝이 났습니다. 꼬리를 무는 일을 하나씩 들여다 볼 시간입니다. 언제나 처럼 즐거운 사담들이 오갑니다. 다급한 선생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앞집에 사는 고양이 나비가 늙은 십자매 세마리의 오랫만의 외출을 시기하였습니다. 새장이 위,아래없이 균형을 잃어버렸습니다... 더보기
금붕어야. 미안해. 오늘은 견학가는 날입니다. 풍선을 단듯이 모두들 들뜬 마음입니다. 도시락 뚜껑을 열고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는 녀석도 있습니다. 신나게 노래하며 바라보는 창밖은 모두가 친구입니다. 오늘은 견학가는 날입니다. 부천 생태박물관입니다. 아이들의 눈이 왕방울 사탕이 되었습니다. 방울옷이 귀여운 꽃사슴, 푸른목을 자랑하는 공작, 손가락을 쫄새라 촐랑되는 거위, 한잠 늘어지게 자고있는 누렁이까지 모두가 아이들의 친구입니다. 예쁘게 정돈되어 있는 박재된 곤충들은 무척이나 시시합니다. 시원스레 흐르는 물줄기를 타고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한무더기의 금붕어떼가 있습니다. 손을 넣어 어항을 만듭니다. 조그마한 손어항에 금붕어가 들어찹니다. 아이들이 성화입니다. "저두요.. 나두..." 솜털같은 손아귀에 금붕어가 춤을 춥니다. .. 더보기
일요일 보내기 눈을 떴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마음놓고 편히 잤다 싶어 시계를 봅니다. 오전 9시입니다. 이제는 늦잠도 오래 자지 못하는 선생님입니다. 계속 잠을 청해 보지만 편한날일수록 잠이 오질 않습니다. 자던 모습 그대로 일어 섭니다. 이불이며 요며 베란다에 널어 놓습니다. 건조대에 한움큼 있는 빨래도 모두 내어 놓습니다. 뜨거운 햇볕에 빨래가 잘 익을 듯 합니다. 컵라면에 물을 붓습니다. 냉온수기에서 빈소리가 납니다. 물을 길어 와야합니다. 청소를 합니다. 인사동에서 사온 향에 불을 붙입니다. 은은한 향기가 온 방에 가득합니다. 남은 빨래를 들고 샤워실로 갑니다. 세탁기가 알아서 빨래를 해 줍니다. 담배불을 붙입니다. 베란다의 뜨거운 기운이 담배를 피워댑니다. 저멀리 밭에는 수건을 덮어쓴 아저씨가 앉아 있.. 더보기
내 삶이 부끄러워질 때 가끔씩 아주 가끔씩 내 삶이 부끄러워질때.. 어떻게 하시나요? 조그마한 아이들 앞에서 신명나게 율동체조를 하다가 갑자기 이런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워질때.. 그래서, 작은 손모양, 발구름이 어색해 질때.. 저는 저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얼굴을 바라봅니다. 그 작고 가날픈 얼굴속에서 세상을 다 감싸안을듯한 환한 웃음이 피어나는 그런 얼굴을요. 가끔씩 아주 가끔씩 내 삶이 부끄러워질때... 어떻게 하시나요? 모든이들이 그림자 꼬리마져 감추고 가버린 넓고 어두운 회관에 혼자 덩그라니 남았을때 여전히 길게 드리운 내 그림자가 마구 부끄러워 질때 저는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합니다.. 휘영청 밝은 달빛에 그림자가 좋은 벗이 되어 줍니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내 삶이 부끄러워질때.. 어떻게 하시나요? 아이들과 함께 .. 더보기
나는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어린아이가 되었다. 어리광이라는 것을 모르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누구도 어리광을 피우지 말라고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가만히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그 아이에게 강요한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느때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무엇에 대한 눈물인지도 모르게 눈물은 쉴새없이 흘렀습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언제나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던 아이의 그 눈물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눈물은 흐릅니다. 하지만 지금의 눈물은 그때의 눈물과는 다릅니다. 지금은 아름다움을 보고 눈물을 흘립니다. 지금은 아이들의 작은 사랑에 눈물을 흘립니다. 지금은 나에게 주어진 작은 행복에 겨워 눈물을 흘립니다. 아이는 그래서 울었습니다. 자신의 가.. 더보기
비 이야기 늦잠을 잤습니다. 따뜻한 봄소식에 용기를 얻어 기름값 걱정에 회관 보일러를 껐더니.. 못내 아쉬워 가지 못하던 겨울님과 밤새 한바탕 사투를 벌렸죠.. 꽝! 꽝! 두드리는 문소리에 소스라쳐 놀라며 그렇게 시작된 아침입니다.. 늦잠을 잔 유치원선생을 비웃기라도 하듯 언덕배기 진달래가 깨끗하게 단장한 얼굴로 바람님을 벗삼아 그네줄을 타고 있었습니다. 밤새 소리없이 비님이 찾아 왔습니다. 길게 드리운 물줄기로 아무리 쏟아내도 흙밭을 쓸어내기 힘들더니 밤새 곱게 내린 비님의 손길에 현관이 하얗게 새단장을 한 아침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습니다. 늦잠을 잔 턱에 세수하고 면도할 시간도 없이 아이들이 먹을 쌀을 씻고 물을 기르고 현관에서 복도까지 커다란 대걸레를 타고 스케이트를 탔습니다. 무릎까지 걷어부친 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