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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의 일기(녹음본)

십자매 습격 당하다 / 선생님이라는 길

 

 

오후 6..

수업이 끝났습니다.

아이들이 탄 버스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져 갑니다.

 

조그만 의자를 내어 현관에 앉습니다.

오랫만의 햇볕에 눈을 뜨지 못하는 십자매 세 마리와

조그마한 팬지꽃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복길이와 함께 합니다.

편안합니다.

 

수업을 마치고 잠시 생각을 잃어 버립니다.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듯

항상 거기에 그렇게 있던 사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을 놓아 줍니다.

 

책상머리에 앉습니다.

일상적인 일과는 몇 통의 전화로 끝이 났습니다.

꼬리를 무는 일을 하나씩 들여다 볼 시간입니다.

언제나 처럼 즐거운 사담들이 오갑니다.

 

다급한 선생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앞집에 사는 고양이 나비가

늙은 십자매 세마리의 오랫만의 외출을

시기하였습니다.

새장이 위,아래없이 균형을 잃어버렸습니다.

더욱더 다급해진 선생님의 음성이 다시 들려 옵니다.

 

"나비가 십자매를 먹고 있어요"

 

평온하던 오후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끔찍한 장면에 모두들 어쩔줄 모릅니다.

십자매를 몇 년이나 길러오신 영지선생님 한분이

자리에 주저 앉습니다.

눈물이 그칠줄 모릅니다.

 

새장을 확인해 봅니다.

둥지 밑에, 먹이 통밑에 몸을 심하게 떨고있는

십자매 두마리가 보입니다.

아무리 세어봐도 두 마리입니다.

분명 나비의 짓입니다.

 

무엇인가 먹고있는 나비에게 조심스레 다가갑니다.

잔인한 상황에 어느누구도 나비를 쫓지 못합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십자매 한마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앞집 고양이 나비는 쏟아진 좁쌀을 먹고 있었습니다.

 

날아갔나 봅니다.

나비를 피해 멀리 멀리 나래짓을 했나 봅니다.

다행입니다.

 

이제는 십자매가 두 마리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 보입니다.

나비를 멀리 쫓습니다.

멀찌감치서 아쉬운 듯 노려봅니다.

 

애궂은 복길이 녀석만 야단을 맞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기억이 있습니다.

너무나 힘들던 시간들었습니다.

 

이제는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은 십자매 한마리를 잃었습니다.

 

 

선생님이라는 길

 

챗바퀴를 돌리는 다람쥐에게 묻습니다.

 

"무엇을 하고 있니?"

 

다람쥐가 대답합니다.

 

"길을 가고 있어요"

 

"무슨 길?"

 

"제가 가야 할 길이요"

 

"어딜 가는데?"

 

"제가 가는 길은 강아지똥풀이 우거지고, 초롱꽃이

눈부시게 활짝 핀 오솔길을 지나 수수꽃다리 나무들이

예쁜 커다란 소나무 숲이랍니다."

 

"참 예쁘겠구나"

 

"그럼요. 정말로 멋진 곳이죠"

 

다람쥐는 계속 챗바퀴를 돌립니다.

 

다람쥐를 바라봅니다.

무척이나 열심입니다.

한참이 지났습니다.

 

"힘들지 않니?"

 

"아니요. 좋아요. 힘이 들때면 소나무 숲을 생각해요 그러면 다시 힘이 솟거든요"

 

"........."

 

"힘들지 않니?"

"........."

 

"힘들면 그만 내려오지 그러니? 소나무 숲이 아니더라도 네가 살만한 곳은 많단다. 그리고 소나무 숲은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어"

 

"아니에요. 저는 소나무 숲에 갈거에요. 꼭 갈꺼에요"

 

".........."

 

제가 가는 길이 소나무 숲이 아닌가 할 때도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가 보지 않은 길입니다.

하지만 제가 가고 있는 길입니다.

뒤돌아 설 수도 있습니다.

'이제 그만'하고 내려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온 길이 다람쥐 챗바퀴돌듯 항상 그 자리인 것 만 같을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는 다람쥐가 아닙니다.

 

오늘은 좋은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