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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한결같이, 몸 놀이 선생님 이야기

풍 경(1월 개학 날)

풍 경

 

풀씨 아이들은 몸 놀이를 좋아합니다.

담임 없는 몸 놀이 선생님도 참 좋아해줍니다.

교실은 담임선생님을 찾는 공간이라면 복도는 달봉샘을 부르는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공간입니다.

아이들의 뜨거운 시선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아직까지 언제 몸 놀이를 하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다섯 살 아이들은 달봉샘을 만날 때면 인사처럼 묻습니다.

 

 “ 오늘 몸 놀이 하는 날이야? ”

 

대부분의 아이들이 몸 놀이를 좋아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몸 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몸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라 하더라도 몸 놀이 시간에 하는 모든 것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특별히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는

저 나름의 이유를 머금고 있는 아이들의 다양한 풍경을 되짚어봅니다.

 

체조 시간입니다.

풀씨 학교 체조는 춤을 못 추는 달봉샘이 놀이처럼 만든 체조입니다.

그래서 풀씨 체조를 하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체조 시간이면 떡 허니 앉아서 구경꾼이 되는 녀석이 있습니다.

슬그머니 왜 체조 안 해? ” 하고 물으면 나 체조 안 한다구! ” 하고 오히려 큰 소리를 냅니다.

오로지 체조만 안 하는 녀석입니다.

친구들이 재미있어 까르르 까르르 웃어도 돌부처처럼 앉아서 콧방귀도 뀌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체조하다 말고 달리기라도 하면 어느새 친구들 틈바구니 속에서 낄낄 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용수철처럼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돌부처가 됩니다.

이 녀석은 오로지 체조만 하지 않습니다.

또 한 녀석이 있습니다.

이 녀석은 늘 선생님 바로 앞에 자리를 잡는 녀석인데(체조 자리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체조 시간이면 바지 호주머니에 양손을 푹 찔러 넣고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합니다.

간간히 웃기는 동작이 나오면 피식 웃기만 할 뿐 호주머니에 들어간 손은 체조가 끝날 때까지 나올 생각을 안 합니다.

잡기 놀이를 안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다양한 잡기 놀이는 체조 중에도 놀이 중에도 수시로 등장합니다.

이 녀석은 잡기 놀이만 하면 담임선생님 품에 폭 안겨서 나올 줄 모릅니다.

그래도 이 녀석은 그나마 평범한 이유를 가진 아이입니다.

안 하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망가고 잡는 동작에 겁을 먹기 때문에

누가 잡고 누가 도망가고 왜 잡고 왜 도망가고에 대해 안심할 수 있는 때가 되면 저절로 해결됩니다.

몸 놀이를 정리할 때면 척추를 쭉 펴 주고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하기 위해

선생님이 거꾸로 들어주거나 팔을 잡고 온 몸을 늘려주며 거꾸로 한 바퀴 돌려 내려주는 동작을 해줍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왜 난 안 해 줘요? ”

 

하면서 자기를 먼저 해 달라 하지만 유독 이 시간만 되면

 

나 저거 안 할 거야! ”

 

하며 흔들리는 눈빛과 큰 목소리로 엄포를 놓는 녀석도 있습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알았어. 그럼 가슴으로만 폭 안아줄게. ”

 

하고 안아주는 것만 되풀이 해 줍니다.

 

숨을 안 쉬거나 물을 안마시거나 밥을 먹지 않으면 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기 위해 꼭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는 잔소리 거리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잔소리 거리는 남들도 하기 때문에 그냥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몸 놀이도 친구들이 다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해야 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래서 몸 놀이를 한다면 참으로 서글픈 일일 될 것입니다.

 

몸 놀이는 몸의 주인인 내가 내 몸을 움직이는 놀이입니다.

그러므로 억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편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스스로 해야 합니다.

 

진정 몸을 살리는 몸 놀이는,

체조 시간에 앉아 있는 아이,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서 있는 아이, 잡기 놀이를 안 하는 아이, 달리기가 싫은 아이,

친구랑 부딪히는 것이 싫은 아이, 거꾸로 들거나 매달리는 것이 겁나는 아이 등

안 하는 것이 있는 아이들이 어느 순간에는 자기도 모르게 경계가 풀려 절로 참여하게 되는 몸 놀이입니다.

또한 이 순간이 바로 살아있는 몸 놀이가 되는 순간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할 수는 없지만

모든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오늘도 풀씨 학교 몸 터는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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