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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한결같이, 몸 놀이 선생님 이야기

통합수업(4월 어느 날)

풀씨 학교 통합 수업

- 여섯 반이 하나의 큰 풀씨 반으로 -

 

풀씨 학교 통합 수업이란 쉽게 말해 세 연령, 여섯 반 아이들이 다른 반을 내 반처럼 편하게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하고 싶은 놀이를 하는 수업을 말합니다. 여섯 반이 다 내 반이다 보니 여섯 반 아이들이 한 반 아이들처럼 어느 교실에서나 서로 만나게 됩니다.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들이 함께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색깔 블록과 나무 블록이 많고 다락방이 있는 별꽃 반,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다라가 펼쳐진 꽃다지 반과 꽃마리 반,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이용해 만들고 종이접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질경이 반, 역할 놀이가 재미있는 민들레 반, 새로 생긴 작은 놀이터가 아이들을 유혹하는 나리꽃 반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제나 마음껏 놀 수 있는 풀씨 아이들의 작은 운동장 몸 터! 이 뿐만이 아니지요. 모든 반 아이들이 늘 만나고 부딪히는 길고 긴 복도와 책방, 흙과 돌멩이와 물이 만나는 진흙 운동장까지 이 날 만큼은 모두의 교실이고 놀이터가 됩니다.

자연 안에서는 가르치려 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연보다 더 훌륭한 교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들이 함께 있을 때에도 교사의 역할은 더 작아집니다. 일곱 살 아이들이 다섯 살 아이들에게 크레파스 쥐는 법을 알려주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다섯 살 아이들이 일곱 살 형들 반에 갔다 온 날 너무나 큰 것을 하고 온 양 의기양양해한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으신가요?

몸 터는 정보 공유의 장입니다. 일곱 살 아이들이 질경이 반에서 신문지를 돌돌 말아 손오공의 여의봉을 만들어 몸 터에서 뛰어 놀고 있습니다. 이를 본 여섯 살 동생들이 형들 하는 모양을 따라 질경이 반에 가서 신문지를 가지고 여의봉을 만들어 보려 애를 씁니다. 이때 옆에서 또 다른 여의봉을 만들던 일곱 살 형이 동생들이 애쓰는 모양을 보다 못해 대신 접어주기도 하고 차근차근 접는 방법을 알려 주기도 합니다. 동생들은 형들이 알려 주는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외울 양으로 형들의 모습에서 눈을 뗄 줄 모릅니다. 이렇듯 통합 수업은 새로운 무엇을 배우기 위한 수업이 아닌 할 수 있는 것을 서로 나누고 나누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아이들이 곧 교사가 되는 수업인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절로 이루어지는 수업이며 무엇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수업입니다.

 

그렇다면 풀씨 학교 선생님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아이들을 도울까요?

실 예) 통합 수업에 대한 사전 준비로 아이들과 먼저 이야기를 나누었던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성향과 의사를 존중하여 각 반에 무엇을 어떻게 배치할 지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준비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 지를 그리고 교사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 서로에게 보탬이 될 것들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첫 번째 통합 수업 이후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풀씨 선생님들의 회의 시간에 통합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질경이 반 선생님은 질경이 반에 들렀던 아이들의 수가 몇 명쯤 되고 그 아이들이 누구이며 그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하였고 서로 역할은 어떠했는지 말합니다. 여기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종이를 공급해 주었고 그 종이들이 몸 터에서 재 쓰임대로 사용되어지고 있음을 보았다고 말합니다. 꽃마리 반 선생님은 꽃마리 반 아이들이 자기 반에서 해도 되는데도 꽃다지 반에 가서 만다라를 하는 모양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고 말합니다. 꽃다지 반 선생님은 한 번에 여러 장씩 만다라를 그리는 아이들을 위해 보다 잘 집중할 수 있도록 열린 문을 살짝 닫아 주었다 말합니다. 민들레 반 선생님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역할 놀이를 하는 모양을 눈에 보이는 양 설명하고 이에 역할 놀이가 서로 겹친 아이들이나 의견 충돌이 생겼을 때 서로 풀어가는 모양을 지켜보는 방법을 일깨워줍니다. 나리꽃 반 선생님은 놀이에 주도적이지 못한 아이들이 가끔씩 쉬러 오는 모양을 보고 그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과 손길로 안아주고 별꽃 반 선생님은 일곱 살 아이들과 여섯 살, 다섯 살 아이들의 경계가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모양에 놀라면서 다락방에서 블록을 밑으로 던지려는 아이들에게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놓치지 않았음을 주지하여 줍니다. 비가 와서 바깥놀이가 거의 없었던 반면 아이들이 몸 터나 한 곳에 치중하였던 것은 없었는지 그리고 아이들 간 관계는 어떠하였는지 꼼꼼히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나눔과 도움에 대해 서로 공유하며 또 다시 돌아 올 통합 수업을 새롭게 준비합니다.

 

아이들과의 생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아이들의 손에 들려 가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아이들의 가슴에 실려 가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러한 집중이 연령 구분 없이 함께 어우러지는 가운데 아이들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 아이들과 같이 준비하고 더불어 그리고 스스로 하는 수업' 을 만드는 것이 바로 풀씨 학교가 지향하는 통합수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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