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달봉이 진짜로 있어요? ”
“ 그럼~ 있고 말고. 선생님 집에서 같이 사는걸? ”
“ 한 번 데려와 봐요. ”
“ 왜? ”
“ 같이 놀게요 ”
“ 달봉이가 오면 큰일 나~ ”
“ 왜요? ”
“ 얼마나 장난꾸러기인데~ ”
“ 그래도 괜찮아요. ”
“ 아냐~ 선생님이 안 괜찮아~ 달봉이가 오면 선생님이 수업을 못 해 ”
“ 에이~ 달봉이 보고 싶은데... ”
선생님 핸드폰에도 달봉이가 있습니다.
달봉이 인형을 찍어 놓은 사진.
사진은 왜 인형이냐고 물으면서도
아이들은 달봉이 사진을 좋아합니다.
아침이면 참새마냥 짹짹거리며 학교에 오는 녀석들.
선생님을 보면 달봉이를 보는 듯 인사합니다.
“ 어이~ 김달봉~ ”
짓궂은 일곱 살은
인사도 짓궂습니다.
“ 달봉이다~ ”
그나마 여섯 살 녀석들은
그림을 보듯 이야기합니다.
“ 달봉이 선생님~ ”
다섯 살 녀석들이 가장 예쁩니다.
달봉이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
달봉이 같은 선생님
달봉이 선생님
김 달봉!
선생님은 꿈을 꿉니다.
투명한 아이들의 눈길을 따라
아무도 가보지 않은 세상으로,
피리부는 아저씨처럼
달봉이의 목소리를 타고
아이들과 함께 꿈을 꿉니다.
손아귀에서 사라져 버리는 동전처럼
발그레한 귓불에서 나타나는 마술처럼
아이들에게는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이고
선생님에게는 아이들을 가슴에 담는 이야기입니다.
다섯 살 녀석들은
선생님이랑 결혼한다 하고
여섯 살 녀석들은
결혼하자면 도망을 가고
일곱 살 녀석들은
선생님이 늙어서 결혼하기 싫다고 하고
초등학생들은 장가 못간 노총각이라 놀려댑니다.
저마다 다른 선생님이지만
저마다 다른 아이들 속 달봉이는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속 알맹이 풍성한
영양 많은 동화도 아니고
개구리 머리에 메뚜기 다리처럼
앞뒤 없이 엉성한 이야기이기 일쑤지만
아이들이 달봉이를 좋아하듯
선생님도 달봉이를 사랑합니다.
선생님이 아직도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달봉이를 기억해 주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 선생님 집에 언제 초대 할 꺼에요? ”
“ 이사 가면. ”
“ 지금은 왜 안돼요? ”
“ 집이 너무 작아서 너희들까지 들어오면 부서지기 때문이야 ”
이제야 알겠습니다.
달봉이는 진정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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