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뭐하세요? "
" 하나, 둘, 셋... "
" 선생님! 뭐하세요? "
" 열, 열 하나, 열 둘... "
" 선생님!! 뭐 하시냐구요!! "
" 열 여덟, 열 아홉, 스물! 우와 스무개야 스무개! "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득달같이 달려드는 녀석들.
내리쉰 숨 다시 들이 마시며 팔 졸라 묻습니다.
" 아침에 음식물 쓰레기 묻으러 잠깐 숲에 갔다가 모기를 만났는데,
무려 스무 군데나 물렸어. 스무 군데나... "
" 침 바르면 되잖아요. "
" 스무 군데나 바르려면 침이 모자르겠는걸? 네 침 좀 빌리자. "
" 에이~ 싫어요. "
양 손으로 입을 막고 성큼 물러서는 녀석.
" 선생님! 오늘은 뭐 할꺼에요? "
" 글쎄?.. 가방 놓고 와라. "
" 오늘은 안에서 쉬면 안 되요? "
쉰다구? 놀러와서 쉰다구?
고놈 참...
집에서 무슨 중노동을 했길래
잠 안자고 무슨 놀이를 했길래.
" 보물찾기 할껀데..싫으면 들어가자. "
" 보물찾기요? 아니에요. 좋아요. 좋아요. "
후다닥~
발바닥 소리 요란하더니,
뿅~
마술처럼 가방만 사라집니다.
" 보물찾기 어떻게 하는건데요? "
오십 개도 넘는 눈들이 쏟아집니다.
" 우와~ 눈 부시다. 다~ 쳐다보니까! "
" 보물찾기 어떻게 하는거냐구요! "
" 급하긴,.. 천천히,.. 기다리기... 몰라?.. 자....그럼, 천천히 잘 들어~.
선생님이 너희들 오기 전에 보물을 숨겨 놓았는데 찾는 사람에게 그 보물을 줄꺼야. "
" 어떤 보물인데요? "
" 미리 말해 주진 않아. 보물이라고 생각되는게 있으면 들고와서 물어봐.
그러면 보물인지 아닌지 대답해 줄테니까. "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똥 마려운 녀석들처럼 흩어집니다.
선생님은 잔디 밭에 돗자리 깔고 누워 하늘을 봅니다.
" 캬~ 하늘 참 좋다~ "
" 선생님! 이거 보물 맞아요? "
한 녀석이 손바닥 벌~건 작업 장갑을 주워옵니다.
" 그것보단 깨끗하다 "
또 한 녀석이 달려옵니다.
" 선생님! 여기 보물! "
울퉁불퉁 돌멩이를 내밉니다.
" 그것보단 예쁘게 생겼다. "
" 선생님! 여기요! "
떨어진 나뭇잎 하나 달랑 들고 오는 녀석.
" 그것보단 훨~ 씬 크다. "
" 보물이 있긴 있는거에요? "
" 있지. 있고 말고~ "
분명 보물이라고 했건만
보물같은 보물을 주워오는 녀석은 하나도 없습니다.
" 선생님! 여기요! 보물이요! "
어디서 주워 왔는지 물고기 잡는 어망같은 것을 내미는 녀석.
" 그게 왜 보물이라고 생각하는데? "
" 힘들게 찾았으니까요. "
" 오호~ 좋은 생각이긴 한데, 보물은 아니야. 그것보단 훨씬 멋지거든? "
선생님은 등 대고 누워 하늘 구경하고
아이들은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 다닙니다.
" 에이~ 보물이 있기는 있는거에요? "
"그럼. 있고 말고. 선생님이 언제 거짓말하는거 봤니? "
30분이 지납니다.
신나게 시작했던 녀석들이
모두들 오리 입을 달고 있습니다.
" 자~ 얘들아! 모여라. 선생님이 보물 가르쳐 줄께! "
조그만 나무 그늘아래 옹기종기 아이들이 앉습니다.
" 먼저 보물찾기에 대한 달봉이 이야기를 들려줄께.
달봉이 이야기를 들으면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꺼야. 어때? "
" 좋아요! "
........
여름방학입니다.
달봉이와 칠뜩이와 삼룡이는 너무나도 심심합니다.
아빠와 엄마는 여름 휴가라고, 두 분 만 쏘옥 외국 여행을 떠나셨고
선생님은 방학인데도 학교에 가야 한다고 아침부터 나가셨습니다.
칠뜩이는 쿨 쿨 낮잠을 잡니다.
삼룡이는 엎드려 동화책을 읽습니다.
달봉이는 등 대고 누워 말똥 말똥 배만 긁습니다.
" 으아~ 심심하다. "
달봉이, 배꼽을 드러내며 기지개를 켭니다.
" 뭐 신나는 일 없나? "
열린 창문으로 솔~솔~, 더운 바람 부는가 싶더니
펄럭 펄럭 하얀 종이, 달봉이 얼굴 위로 떨어집니다.
" 이게 뭐야! "
달봉이 거꾸로 들고 바라보는 종이에는 까만글씨가 또박또박.
" 보. 물. 지. 도. "
" 보물지도? "
달봉이가 벌떡 일어납니다.
방 바닥에 쫘-악 펼쳐 봅니다.
종이에는 ' 보물지도 '라는 글씨 말고도
정말 보물지도같은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 어! 이 지도는... 어! 우리 집 뒷 산 지도네? "
뒷 산 꼭데기까지 오르면 동굴이 하나 있고
동굴 안으로 계속 들어가다 보면 막다른 길.
그 곳에 가위표가 그려져 있습니다.
아하~ 보물!
" 심심했는데 잘 됐다. 보물이나 찾으러 가야지. "
달봉이가 가방을 쌉니다.
나침반도 넣고 도시락도 넣고 밧줄도 넣습니다.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넣다보니 가방이 볼록 합니다.
" 자! 이제 출발이다! "
벌떡 일어서는데, 가방에서 무엇인가 뚝- 떨어집니다.
뚝- 떨어진 곳이 하필이면 자고있는 칠뜩이 얼굴입니다.
" 아이구~ 코야! "
칠뜩이가 코를 만지며 벌떡 일어납니다.
칠뜩이 코를 때린 것은 다름 아닌 동그란 나침반입니다.
" 뭐야! 이거! 어? 나침반이네? "
달봉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 어? 형, 어디가? "
아픈 코를 어루만지며 칠뜩이가 묻습니다.
" 보물 찾으러 간다! "
" 보물? 그게 무슨 소리야? "
" 자! 여기 보물지도! 하늘에서 떨어졌어. 나보고 보물 찾으라고. "
" 보물지도? "
엎드려 동화책을 보던 삼룡이도 일어섭니다.
" 같이 갈래? "
" 정말? "
" 하지만 보물은 내가 먼저 고를꺼야. 보물지도는 내가 찾았으니까. "
" 알았어. 알았어. "
칠뜩이와 삼룡이도 따라 나섭니다.
산을 오릅니다.
더운 여름이라 금방 땀이 납니다.
덥기도 하고 다리도 아프고.
하지만 힘들 때마다 보물을 생각합니다.
달봉이가 생각합니다.
" 보물은 분명 맛있는 음식일꺼야. "
칠뜩이도 생각합니다.
" 보물은 분명 커다란 장난감일꺼야. "
삼룡이도 생각합니다.
" 보물은 분명 재미있는 동화책일꺼야. "
쉬지 않고 오르다 보니,
눈 앞에 커다란 동굴이 보입니다.
" 어? 동굴이네~ . 형아. 후레쉬는 가져왔어? "
" 후레쉬? 어... 갖어왔나? "
달봉이가 가방을 뒤집니다.
가방 속에서 베개가 나옵니다.
" 뭐야? 베개는 왜 가져왔어? "
" 글쎄? ... 나도 몰라! "
" 아이구~ 정말. "
다시 가방을 뒤집니다.
이번에는 튜브가 나옵니다.
" 뭐야? 수영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튜브는 왜 가져왔어? "
" 글쎄?... 나도 몰라1 "
아무리 뒤져도 후레쉬는 없습니다.
" 어떻하지? "
제자리에 쪼그려 앉던 삼룡이가 벌떡 일어섭니다.
" 아하! 초가 있었지~ "
삼룡이가 호주머니에서 초 한 자루를 꺼냅니다.
어제 저녁, 갑자기 정전이 되는 바람에
서랍에서 꺼냈던 초입니다.
불을 붙이려는 순간, 전기가 들어와서
호주머니에 그냥 쏘옥~ 집어 넣었던 초입니다.
" 형아! 성냥이나 라이터는 있겠지? "
달봉이가 또 다시 가방을 뒤집니다.
가방에서 망치가 나옵니다.
" 뭐야? 망치는 또 뭐하러 가지고 왔어? "
" 글쎄?... 나도 몰라. "
정말 아는게 없는 달봉이입니다.
" 어떻하지? "
삼룡이가 또다시 쪼그려 앉습니다.
" 좋은 생각이 났다! "
칠뜩이가 말합니다.
" 영화에서 보니까 옛날 원시인들은 나무를 비벼서 불을 만들었데.
그러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는거야. "
" 우리가 원시인이냐? "
달봉이가 뾰루뚱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 그럼.. 다른 방법이 있어? "
달봉이 얼굴에 물음표가 생깁니다.
" 글쎄? ... 나도 몰라! "
" 어이구~ 정말. 우리 형아는... "
나무를 주워옵니다.
판판한 판자 위로 나뭇가지를 문지릅니다.
" 이렇게 하면 정말 불이 붙어? "
달봉이가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 봅니다.
" 영화에서는 붙었단 말야. "
열심히 팔을 흔들고 있는 칠뜩이가 대답합니다.
뚝!
나뭇가지 부숴지는 소리.
" 뭐야! 나뭇가지가 부숴졌잖아! "
달봉이가 벌떡 일어서는데
그만, 칠뜩이 머리와 딱- 하고 부딪히고 맙니다.
" 아이구~ 머리야. 불이 번쩍 하네~ "
" 미안.. 미안.. 칠뜩아. 미.... ?.. 불이 번쩍? "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달봉이가 씨익 웃습니다.
" 형아, 왜 그래? "
삼룡이가 묻습니다.
대답 대신 칠뜩이에게 달려가는 달봉이!
따~악!
칠뜩이가 쿵- 하고 쓰러집니다.
" 아이구~ 머리야! "
달봉이가 칠뜩이에게 박치기를 한 것입니다.
" 형아, 왜 그래! "
" 히히! 여기 봐 봐.. 초에 불이 붙었어. "
하얀 초에 빨간 불이 출렁~
춤을 춥니다.
" 어? 불이 어디서 생겼지? "
삼룡이가 고개를 갸웃합니다.
" 박치기 할 때 ' 번-쩍! ' 하고 생긴 불을 붙였~지! "
" 우와~ 형아, 정말 대단하다! "
칠뜩이도 이마를 만지며 일어섭니다.
" 그래도 그렇게 갑자기 뛰어 오는게 어디있어! 깜짝 놀랐잖아. "
" 미안 미안. 내가 호~ 해 줄께. 자! 호~ "
달봉이가 호~ 하는 순간
촛불이 꺼지고 맙니다.
" 으엥? 초가 꺼졌네? "
꺼진 초를 바라보던 달봉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다시 칠뜩이를 바라봅니다.
" 아..안돼... 안돼!!! "
따- 악!
또 다시 넘어지는 칠뜩이.
넘어진 칠뜩이 다리가 떨립니다.
" 미안~ 미안~ "
촛불이 흔들 흔들 춤을 춥니다.
" 형아! 이제는 촛불 꺼지지 않게 잘 해. "
넘어진 칠뜩이를 일으키며 삼룡이가 말합니다.
" 알았어. 알았어. 조심 조심.. .불 조심~ "
동굴 안으로 들어갑니다.
똑- 똑-
동굴 전정에서 물방울이 떨어집니다.
살금 살금 촛 불이 꺼지지 않도록
엉금 엉금 돌뿌리에 넘어지지 않도록.
한참을 걸으니 정말로 막다른 길이 나옵니다.
막다른 길 밑에 정말로 가위표가 그려져 있습니다.
" 찾았다! 보물! "
달봉이가 신나서 폴짝 폴짝 뜁니다.
" 형아! 조심! "
달봉이가 뛰는 바람에 촛불이 휙- 꺼져 버립니다.
갑자기 캄캄해 집니다.
" 이런! "
" 이제 어떻하지? 앞이 보이지 않는데... "
" 가만..가만.. 이게 뭐지? "
주섬 주섬 옷 비비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드륵- 하는 소리와 함께 환한 빛이 켜 집니다.
" 어? 후레쉬잖아. 어디서 났어? 그 후레쉬? "
삼룡이가 묻습니다.
" 으~응. 호주머니에 있었어. "
달봉이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합니다.
" 뭐야? 그럼, 호주머니에 후레쉬가 있으면서도 몰랐단말야? "
" 미안해. 호주머니에 후레쉬를 넣고 깜빡 했나 봐 "
" 아이구~ 머리야! 머리가 갑자기 더 아픈 것 같애. "
칠뜩이가 머리를 문지르며 말합니다.
" 형아! 이제 후레쉬도 있으니까 어서 보물을 찾자. "
삼룡이가 재촉합니다.
" 그래. 그래. 어서 찾자! "
바닥에 그려진 가위표를 떼어내니,
네모난 문이 있습니다.
" 여기, 손 잡이가 있어. 한 번 당겨 봐. "
" 그래.. 영~ 차! "
달봉이가 있는 힘껏 당겼는데도 문은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 어? 꼼짝도 안 하네? "
" 형아! 같이 해 보자! "
"그래.. 자~ 영~ 차! "
끼~이~이~ 익!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찍으니,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립니다.
" 자! 보물이 뭔가 보자! "
달봉이는 맛있는 음식
칠뜩이는 커다란 장난감
삼룡이는 재미있는 동화책!
자~ 보물이 뭘까요?
침이 꿀꺽!
그리고는...?
가슴이 쿵!
엉덩이도 쿵!
" 뭐야! 이거! "
문 안에 든 것은 다름아닌
커다란 거울이었습니다.
거울에는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은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
달봉이네 집 뒷 산 커다란 동굴
달봉이가 한 숨을 쉬며 나옵니다.
칠뜩이가 두 숨을 쉬며 나옵니다.
삼룡이가 세 숨을 쉬며 나옵니다.
" 에이- 이게 뭐야! 정말 실망이다! "
터벅 터벅
산을 내려옵니다.
힘 없이 터벅 터벅.
달봉이도 말이 없고
칠뜩이도 말이 없고
삼룡이도 말이 없습니다.
한 낮의 뜨겁던 햇님도 산 넘어 집으로 갑니다.
달봉이도 칠뜩이도 삼룡이도.
어느덧 집 앞입니다.
" 너희들, 어디갔나 오니? "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
" 어? "
고개들어 바라보니,
눈 앞에 빙그레 웃고 있는 엄마와 아빠!
" 엄마! 아빠! "
달봉이가 달려갑니다.
칠뜩이가 달려갑니다.
삼룡이가 달려갑니다.
" 언제 오셨어요? "
" 지금! "
" 보고 싶었어요. "
" 그래. 엄마도 아빠도.. 아참, 자.. 여기 선물! "
엄마, 아빠가 외국에서 사 오신 선물!
달봉이 눈이 커다래집니다.
칠뜩이 눈이 커다래집니다.
삼룡이 눈이 커다래집니다.
달봉이 선물은 맛있는 음식!
칠뜩이 선물은 커다란 장난감!
삼룡이 선물은 재미있는 동화책입니다.
세 녀석이 한꺼번에 소리칩니다.
" 우와~ 보물이다! "
.
.
.
열심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이들.
" 어때? 재미있었어? "
" 그럼.. 선생님이 숨긴 보물이 ' 나 ' 에요? "
" 그럼~ 너희들이지. 바로 너희들!! "
" 에이~ "
실망한 척 하면서도 씨익 웃는 녀석들.
"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은 바로 너희들 자신이야. 그걸 잊으면 안돼. 알겠지? "
" 네!~ "
" 자! 이제 그만 일어나자 "
돗자리를 걷습니다.
돌돌 말아 일어서려는데
한 녀석이 다가와
속삭이며 하는 말!
" 선생님... 그런데, 보물은 어디에 숨겼어요? "
" 뭐? "
오늘은 나를 찾는 보물찾기를 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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