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느낌 나누기 어디서 할까? "
" 난 느낌 나누기 하기 싫어요. "
선생님 다리에 매달려
그네를 타던 소연이가 말합니다.
" 왜? "
" 그냥요 "
" 그냥? "
눈치를 보니
타던 그네를 계속 타고 싶은 모양입니다.
" 소연이는 아침에 세수 하니? "
" 네! "
" 왜? "
" 얼굴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요 "
" 느낌 나누기는 마음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야.
얼굴이 깨끗해지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처럼
마음이 깨끗해지면 모든 것이 좋아져.
어때? "
" 알았어요. 할께요. "
가방만 던져둔 채 신발을 신습니다.
" 숲에 한 번 가 보자. 혹시, 가을이 왔는지 모르잖아? "
" 싫어요 " " 싫어요 "
몇 녀석이 서로 싫다 합니다.
" 왜? "
" 모기한테 물려서요 "
" 모기가 있으면 내려오면 되지."
" 정말이죠? "
" 그럼, 정말이고 말고. "
" 나뭇잎을 잡으면 가을을 만나는거야 "
작년에도 질경이반, 지금도 질경이반인 현근이가 말합니다.
" 그래. 맞아. 현근이는 작년에 가을을 만난 적이 있지? "
" 네! "
나무 계단을 오르고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
숲에 이릅니다.
말이 숲이지,
학교 뒷 편에 있는 작은 언덕입니다.
키다리 아카시아 나무들이 동그랗게 서 있는 곳에
밧줄을 이어 만든 그네도 있고
아이들 즐겨 노는
누운 나무 시이소도 있습니다.
" 선생님! 나뭇잎이 안 떨어져요 "
하늘막고 지붕얹은 나뭇잎들이
혀만 낼름하고 떨어질 줄 모릅니다.
" 아직 가을이 안 왔나 보다.
나뭇가지가 나뭇잎을 꼭 붙잡고 있으니.."
가을이면 숲에 올라
나풀 나풀 떨어지는 나뭇잎을 담습니다.
여름 내내 센 바람에도 끄떡없던 나뭇잎이
가을 바람 살짝 스치는 기운에
힘 없이 떨어집니다.
가을 바람 손을 잡고
땅으로 가는 길에, 잠깐
손바닥 모두어 살짝 담아봅니다.
가을 냄새 물씬 나는 가을을 보며
땅 보다 먼저 인사하기 위해서입니다.
" 며칠 있다 다시 와 보자 "
" 선생님! 여기는 아직 여름인가 봐요."
" 선생님! 모기한테 물렸어요. "
" 모기? 얘들아! 탈출이다! "
우당탕탕!
아이들이 달립니다.
서둘러 숲을 떠납니다.
걸음쫓아 모기도 달려옵니다.
오히려 내려오는 길에 더 많이 물렸습니다.
" 선생님! 모기한테 물렸어요. 여기도...여기도... "
" 에구.. 미안..미안.. 다같이 침 바르자! "
여기 저기 침 도장 찍은 후에
놀이터로 향합니다.
새로 산 풀 깎는 기계 덕에
놀이터 키다리 들 풀들이 작아졌습니다.
" 모래 놀이터에 가 볼까? "
" 네! "
먼저 온 넝쿨 손이 혼자 놀고 있습니다.
" 넝쿨이 많네? 모래도 쑤-욱 꺼지고... "
볼록하던 모래 배가 홀쭉해졌습니다.
아이들 없어 심심한 모래가
하얀 등 돌려 졸고만 있습니다.
" 아.. 저기... "
놀이터 가운데에 새 한마리가 죽어 있습니다.
죽은지 며칠은 되어 보입니다.
축 쳐진 몸뚱아리 사이로
콩알만한 것들이 바글 바글합니다.
" 선생님! 저게 뭐에요? "
" 구더기야. "
" 징그러운거에요? "
" 글쎄..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 "
" 새 몸에서 나온 거에요? "
" 아니~ 새 몸이 죽어 찾아온거야. 구더기는 청소부거든 "
" 구더기... "
그래도 다행입니다.
구더기가 커서 무엇이 되는지 안 물어봐서.
허구헌날 귀찮게 하는
파리녀석의 아기라는 것을 숨길 수 있어서.
젓가락으로 살짝,
죽은 새 몸통을 뒤집어 봅니다.
한 무더기의 구더기가
와르르 쏟아집니다.
" 와~ "
" 많지? 이 많은 구더기들이 죽은 새 몸을 먹어 주는거야. 깨끗하게... "
" 그럼... 새는 어디로 가는거에요? "
" 어디로 갈까? "
" 하늘나라! "
하늘을 보던 성민이가 말합니다.
" 그래, 맞아. 몸은 땅으로 다시 주고, 영혼만 가는거지. 하늘나라로..."
아이들이 하늘을 바라봅니다.
더 없이 높기만 한 저 하늘 위에
하늘 나라가 있습니다.
" 새는 좋겠다. 우리보다 먼저 가을을 만나서. "
도대체 가을은 언제 오는걸까?
아니, 벌써 왔는데 우리가 모르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옷장 속에 잘 넣어 두었던
긴팔 옷을 펼치는 순간,
옷 속에 숨어있던 가을을 만날지도 모르겠네.
" 애들아! 나중에 다시 오자. "
올해는 가을이 늦장을 부리나 봅니다.
아니, 올해는 가을 오는 문턱까지
마중을 나가야 하나 봅니다.
늦장쟁이,신나게 달려왔는데
아무도 반겨주지 않으면
심통쟁이, 훽- 토라져 가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안 그래도 올해는 가을이 짧다 하는데...
가을이 참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