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녀석들이 모였습니다.
시끄러운 녀석들 속에서
더 시끄러운 녀석들.
시끄러움의 진수를 보여주는 녀석들입니다.
물론 시끄러움은 주로 어른들이 느끼는 것이지만.
시끄러운 가운데 바글거리기까지 합니다.
옥길동 개미 마을 일일 장터에 온 듯이.
그래서인지 햇님도 창창한 햇살을 서둘러 거둡니다.
햇님이 숨은 하늘에 달님이 늦습니다.
아마도 햇님이 살짝 귀뜸을 한 모양입니다.
차라리 하늘에 온통 구름 칠을 하고
하루 쉬어 보는 것은 어떨지 하고 말이지요.
오랫만에 동무를 만난 녀석들이 또 있습니다.
옥길동 풀 벌레들이 그 녀석들입니다.
아무리 울어대도 대꾸 하나 없던 한 밤에
메아리같은 시끄러움이 들려오니
얼마나 즐겁고 신이날까
안에서도 밖에서도
안팍이 따로 없는 가운데
귀가 있고 손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틀어 막을 수 밖에 없는 시끄러운 밤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역시 잠의 신령인가 봅니다.
발 없이 뛰어 다니던 녀석들도
고래- 고래- 목청 높던 녀석들도
솔~솔~ 불어오는 잠 바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들썩거리던 천정도 진정되고
쌕- 쌕- 숨 소리만 들려옵니다.
이 때쯤 되면 천근 만근 피곤을 느끼는 이 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선생님 들입니다.
머리만 붙이면 곯아 떨어질 것 같은 시간이지만
느릿- 느릿- 이러한 피곤이 즐겁기도 합니다.
쏙닥 쏙닥
소곤 소곤
귀뚜라미 소리치곤 재미있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잠꼬대 치고는 거미줄 마냥 늘어나는 소리가 들립니다.
" 이 녀석들! 안 자고 뭐하냐! "
허겁지겁 돌아 눕는 두 녀석!
유치원에 오자마자 똥 부터 싸던 녀석
밥 먹자 마자 똥 싸던 녀석
똥이 먼저인지
전화가 먼저인지
똥 싸면서 전화도 하던 녀석.
누구나 똥을 갖고 살면서
'똥' 하면 더럽고 부끄러워
아무도 몰래 화장실에 가는 사람들 틈에서
열심히 똥을 싸던 두 녀석이 있었습니다.
창근이와 동우.
일명 똥 친구로 통하는 녀석들입니다.
이제는 8살 1 학년이 되어
한 녀석은 대안 초등학교인 볍씨학교를,
한 녀석은 동네 공립학교를 다니지만
한 학기에 한 번
유치원 졸업생 캠프 때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습니다.
" 그런다고 안 보이냐? 이 놈들아! "
" 잠이 안 와요 "
베시시 웃고 있는 녀석들 얼굴이
장난으로 반질거립니다.
그러니 잠 때가 뭇을 수 있나.
" 너희들 이리 와 봐라 "
" 왜요? "
이크.. 혼 나나 보다.
거북이 마냥 어깨 속에 머리를 묻은 녀석들의 손을 끌며
선생님 방으로 갑니다.
" 보여줄게 있어서 그래. "
" 뭐요? "
고개를 쏘옥 빼는 녀석들 얼굴에
장난 끼가 도로 붙습니다.
" 이거! "
컴퓨터 앞 입니다.
" 안돼요. 학교에서 컴퓨터 안 하기로 약속 했단 말이에요 "
" 컴퓨터를 하는게 아니라 보여줄 게 있어서 그런다.
컴퓨터는 선생님이 하는 거니까 괜찮아. "
" 뭔데요? "
한 발자욱 다가오는 녀석들.
" 아빠가 쓴 글이다. 창근이 네 아빠가. "
" 우리 아빠가요? "
창근이 아빠는 좋은 아버지 모임 총무님입니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시는.
아빠의 글을 읽어 줍니다.
" 아빠는 창근이가 아빠에게 반말하고 거칠게 말해서 고민이시래.
아빠에게 꼭 존댓말을 해야하나? 생각도 하시고...
전에 약수터에서 만난 아저씨 기억나니? "
" 네, 버릇을 고쳐줘야 한다고 그랬어요 "
" 그랬어? 음.. 그래. 잘 모르는 어른들은 그렇게 말하기도 하지.
창근이 마음을 모르니까 말야. "
덩달아 함께 온 동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선생님과 창근이를 번갈아 쳐다보기만 합니다.
" 미국사람들이 쓰는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데.
그래서 친구나 어른에게 이야기하는 말이 다 똑같데.
친구에게도 ' 밥 먹었니? ' 하고 묻고
아빠에게도 ' 밥 먹었니? ' 하고 말하고."
" 정말요? "
무엇이 그렇게 신나는지 동우는 연신 싱글벙글입니다.
" 그래. 그런데, 우리 나라 말에는 존댓말이라는 것이 있어.
선생님은 이렇게 생각해. 우리 나라 존댓말에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아빠에게 쓰는 존댓말에는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고 말야.
창근이가 아빠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선생님도 잘 알아.
하지만 그러한 마음은 속에만 있으면 아무도 알 수가 없어.
꺼내서 보여줘야 알 수 있잖아. 그 마음을 잘 담을 수 있는 것이 존댓말이라고 생각해."
" 그럼, 예은이도 미국에서는 아빠에게 반말했겠네요? "
일곱 살 때 아빠 회사 일로 몇달 간 미국에서 살다 온
예은이를 떠 올린 창근이.
" 음.. 영어로 말했으면 그랬겠지? 하지만 예은이 가족은 미국에서도 우리나라 말을 썼데.
그러니까 반말하지는 않았을꺼야. "
두 녀석이 번갈아 바라봅니다.
" 아까 동우랑 잠깐 이야기를 했는데, 동우는 아빠가 조금 밉데.
매일 늦게 들어오시고, 엄마랑 다투어서 말야.
하지만, 동우는 아빠에게 존댓말을 해. 동우도 존댓말 하는 이유를 이제는 잘 알꺼야."
동우가 고개를 끄떡끄떡합니다.
" 잘 생각해 봐. 선생님이 대답을 들으려고 물은 것은 아니니까.
그냥 아빠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어. 집에서는 컴퓨터를 못하니까. "
" 알았어요. "
" 그리고, 너희들은 똥 친구잖아? 서로 닮은 점도 많고.. 특히, 똥도 같이 싸고 말야.. "
" 그런데, 아직도 그걸 알고 있어요? "
" 이 놈아! 그럼, 선생님이 그것도 모를까 봐? "
시계를 봅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
" 이제는 자야되겠지? 시간이 너무 늦었는데... "
" 네 "
" 그래. 똥 친구들 잘 자라..."
" 히히히 " " 헤헤헤 "
방으로 들어가는 녀석들을 봅니다.
작기만하던 녀석들이
물 먹은 콩나물마냥 쑥쑥 자라는 모양을 봅니다.
더 이상 키가 크지 않는 선생님이지만
저 녀석들과 함께 있으면 웬지 아직도 커 가는 느낌이 듭니다.
창밖으로 풀벌레 소리 더욱 요란합니다.
아까 놀던 친구들 어디갔냐 찾는 소리 같습니다.
" 똥 친구들, 이제 잔다! 너희들도 이제 자라. 이 녀석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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