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거 뭐야? "
" 나뭇잎이에요 "
" 어디서 가져 오는건데? "
" 수목원에서 주웠어요 "
" 나뭇잎 예쁘니? "
" 네, 엄마 보여줄려구요. "
" 그런데, 나뭇잎이 슬퍼 보인다. "
" 왜요? "
" 이 나뭇잎은 수목원에 있을 때가 제일 예뻐. 수목원이 집이니까.
그런데, 수목원을 떠나 왔잖니? 그래서 아마 나뭇잎은 지금 몹시 슬플꺼야. "
손에 든 나뭇잎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녀석.
" 이제는 가져오지 않을께요 "
" 그래. 예쁘고 소중할수록 잘 지켜줘야 해 "
오늘은 수목원 두 번째 날입니다.
새로웠던 길이 정다운 길이 되었습니다.
만나는 나무마다 아는 체를 하는 아이들.
" 안녕! 아~ 그, 배나무! "
다섯살 조그만 녀석들
오물오물 입을 모두어 불러대는
생생히 살아있는 어제의 오늘입니다.
" 안녕! 중앙로야! "
푸하하! 웃음이 납니다.
길 이름이 세겨진 번지르한 나무를 붙잡고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들.
" 그 나무 이름이 중앙로야? "
" 여기에 중앙로라고 써 있잖아요 "
" 글씨 읽을 줄 알아? "
" 그럼요. 봐요. 중..앙..로.. 맞죠? 이 나무 이름은 중앙로에요 "
" 그래? 음. .그런데, 이 나무는 왜 가지가 하나도 없어? "
" 나무가 지금 차렷하고 있는거에요 "
" 오호.. 차렷이라.. "
1학기 때까지 태권도를 배웠던 녀석.
아는 체를 하며 차렷 자세를 보여줍니다.
" 그렇구나. "
" 그럼, 땅 속에도 뿌리가 있겠네? "
" 나무니까 있죠 "
" 그렇구나. 그럼, 선생님도 인사해야지. 안녕? 중앙로야? "
쿡쿡 웃음이 납니다.
누가 선생님 제자아니랄까 봐.
" 아니, 그런데.. 이건 뭐야? 궁뎅이야? "
배꼽이 보이도록 볼록한 배를 만집니다.
" 아니에요. 배에요. "
" 아닌데? 볼록한 것을 보니까 궁뎅이 같은데? "
" 아니에요. 배에요 "
" 어디.. 여기 봐. 여기에 똥꼬도 있잖아. 이거 궁뎅이 맞네.. "
" 아니에요. 이건 배꼽이에요 "
" 똥꼬가 아니구? "
" 이게 궁뎅이잖아요 "
엉덩이를 쏘옥 내미는 녀석.
기회다 싶어 두 손모아 똥찜을 합니다.
" 똥! 찜! "
" 에이~ 선생님.. 나도 똥찜할꺼야! "
오손 도손 마주 보고 마주 웃으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행복하였습니다.
.......
피곤한 다리 주무르며
살며시 들쳐보는 내일 일기에
용감물쌍 개암나무 톡 튀어 오릅니다.
열매 한 알로 도깨비를 쫓았다는
귀신 쫓는 개암나무.
내일은
개암나무 도깨비 이야기
수목원 낙엽길에 쭈- 욱 깔고 달려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