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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해리포터와 가재


" 오늘은 우리가 제일 멀리 가 보자. 어때? "

수목원에 온지 나흘 째.

아이들과 함께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하는 시간입니다.

" 좋아요! "

" 나는 싫어요. 다리 아프단 말이에요 "

" 다리 아프면 선생님이 업어주면 안 될까? "

" 그럼... 좋아요! "

" 저도 다리 아파요 "

" 다리 아픈 사람 손 들어 봐 "

세 녀석이 손을 듭니다.

" 너희들은 다리 안 아프니? "

손 안든 네 녀석을 봅니다.

" 혼자 걸을 수 있어요. 걷는게 더 좋아요 "

" 그래. 그럼, 세 명은 선생님이 한 번씩 업어주도록 할께. 어때? "

" 좋아요 "

오늘은 수목원 끝까지 가 보기로 합니다.

가위, 바위, 보! 업어주는 순서를 정합니다.

한 녀석을 등에 엎습니다.

" 자! 이제 출발하자! "

익숙해진 길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쫑알 쫑알 밥 알 흘리듯 침 튀기는 수다쟁이들.

" 어? 이 나무... 달나라 나무네? "

" 달나라 나무요? "

" 응.. 달 나라 토끼가 심은 나무! "

" ? "

" 있잖아...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

" 아! 계수나무! "

" 그래, 맞아. 계수나무. 계수나무 잎은 하트 모양이래

그리고, 계수나무 잎이 노랗게 변하면 잎에서 솜사탕 냄새가 난데 "

" 솜사탕 냄새요? "

" 그래. 솜사탕 "

" 우~ 와. 토끼가 솜사탕을 좋아했나 보네.. "

" 그래.. 그랬나 보다. 히히.. "

" 나중에 가을되면 계수나무 잎으로 솜사탕 만들어 먹자. "

" 에이~ 나뭇잎을 어떻게 먹어요! "

" 어떻게 먹긴? 맛있게 먹지. "

" 에이... 선생님은 맨날 장난만 쳐. "

등에서 땀이 흐릅니다.

고목나무 매미마냥 달랑달랑 달린 녀석

한참을 걸으니 물 먹은 솜 마냥 무거워집니다.

" 아이구.. 무겁다. 잠깐 쉬다가 가자. "

두 번째 업힐 녀석이 다가옵니다.

" 선생님! 저는 안 업어줘도 돼요. 혼자 걸을께요 "

" 정말? 그럼, 선생님도 편해서 좋지. 고마워. "

" 저도 혼자 걸을께요 "

세 번째 녀석 마져 거듭니다.

" 그래? 고마워. 정말 고마워. "

등에 업혔던 녀석

신발만 직- 직- 바닥 그림을 그립니다.

" 선생님! 발 뒤꿈치가 까졌어요. 그래서 아파요 "

못내 미안했던지 뒷꿈치 핑게를 댑니다.

" 어디.. 음.. 이렇게 뒷굼치를 구겨 신으면.. 어때? 안 아프지? "

" 네.. 이제 안 아파요. 나도 걸어갈께요. "

" 그래 그래.. 우리 꼭데기까지 걸어가자. 이야~ 호! "

이제는 다리 아픈 녀석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르막 길에 접어 듭니다.

" 선생님.. 끝까지 가면 가재도 있을까요? "

" 가재? 아마 있을껄? 가재는 산 위 조용한 물가에 사니까... "

" 그럼.. 우리 가재 잡아요 "

" 잡아? "

선생님 동그란 눈에 한 녀석이 들어옵니다.

" 잡으면 어떻하냐? 보기만 해야지. 가재 아프게... "

한 녀석이 핀잔을 줍니다.

" 그래. 우리는 가재를 만나면 반갑겠지만 가재는 아마 놀랄꺼야.

그러니까 더 놀라게 하지 말자! "

친구의 핀잔에 토라질까 선수를 치는 선생님입니다.

" 알았어요 "

다행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끄떡 끄떡 고개를 넘는 녀석입니다.

" 어? 선생님! 저기에 민들레반 있어요 "

일곱 살 민들레반 녀석들

첨벙첨벙 물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 선생님! 우리도 여기서 놀아요. 네? "

" 끝까지 가면 더 좋은 곳이 있을꺼야. 끝까지 가서 놀자. "

" 여기는 미끄럼도 있잖아요. "

녀석이 가르키는 곳에서

민들레반 녀석들이 돌 미끄럼을 타고 있습니다.

" 끝까지 가면 아마 더 멋진 미끄럼이 있을꺼야 "

" 없으면요? "

" 없으면 다시 여기로 내려와서 놀면 되지. "

" 알았어요 .그럼, 어서 가요. 어서~ 요 "

" 그래. 그래.. "

다행입니다.

가재를 찾고 싶은 선생님.

찾아서 녀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선생님 마음을 알아줘서.

" 선생님! 여기가 끝인가 봐요 "

철조망이 높게 드리워진 산 길에 이릅니다.

" 어? 그런가 보네? 우와~ 저기 다리 좀 봐. "

무지개 모양 주황색 다리가 하늘에 걸려 있습니다.

" 재미있겠다. 선생님. 우리 저기 가 봐요. "

" 그래 그래.. 어서 가자! "

첨벙첨벙 물 길을 헤치며 다리에 오릅니다.

" 만남의 다리? 선생님.. 만남의 다리래요. "

" 아~ 아! 지도에서 보니까 만남의 다리가 맨 위에 있던데.. 바로 여기인가 보다. "

" 우리가 제일 끝까지 왔어요. "

다른 반 보다 다른 모둠보다 제일 멀리 온 녀석들.

물 가에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꺼냅니다.

등산하시는 아저씨 한 분을 만납니다.

" 아이구~ 병아리들이네? 병아리! "

" 히히.. 선생님.. 선생님도 병아리래요. 히히 "

" 그래. 선생님도 병아리가 됐다. 큰 병아리! "

" 히히히 " " 키키키 "

높은 산 맑은 물 투명한 공기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점심을 먹습니다.

" 선생님! 가재는 어디 있어요? "

아이들과 가재를 찾아 나섭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가재는 커녕 소금쟁이 한 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 선생님이 계속 찾아볼께.."

" 우린 물에서 놀아도 되죠? "

" 그래. 찾으면 부를께. "

아이들이 옷 입은 채로 빨래를 하는동안

선생님은 구석 구석 돌멩이를 들춥니다.

" 에이~ 가재 찾아서 보여주고 싶었는데... "

어렸을 적 친구들과 산에 갔을 때도

유독 혼자서만 가재를 못 찾던 선생님입니다.

오늘은 찾을 수 있을까 했는데

오늘도 여지없이 꽝 입니다.

" 선생님! 우리 저기서 놀아요 "

물놀이에 신난 녀석들이 미끄럼을 찾았습니다.

" 그래. 알았어. "

구석 구석 서운함을 묻어 둔 채 돌멩이를 내려놓고 일어섭니다.

" 그런데, 너희들.. 옷 가져왔지? "

" 전.. 안 가져왔는데요! "

" 그럼, 넌 젖은 옷 입고 집에 갈꺼야? "

" 에이.. 해리포터 옷 있잖아요. "

혹시나 해서 가지고 오는 선생님 반팔 티셔츠.

아이들이 입으면 영작없는 마법사 해리포터 모양입니다.

" 너..이 녀석. 일부러 안 가지고 왔지? 해리포터 하고 싶어서. "

" 히히.. "

속옷까지 몽땅 젖은 녀석

옷이란 옷은 전부 벗긴 다음

쌀 가마니 씌우듯 선생님 반팔 티를 입히면

반 팔 티셔츠는 긴 팔 티셔츠가 되고

찰랑 차랑 허리에 차던 끝단이

대롱 대롱 무릎에 가서 걸립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커다랗게 보이는 녀석들이

선생님 옷만 입혀 놓으면 영락없는 아기들입니다.

뭉게 뭉게 땀방울 흰 구름되어

하늘에 척척 걸릴 때쯤

해리포터 2명을 합쳐 일곱 녀석들과 함께

오르던 길 되돌려 내려 옵니다.

" 가재 못 봐서 섭섭하다. "

" 맞아요. 보고 싶었는데... "

내려오는 길은 더욱 신납니다.

오르며 흘렸던 수다쟁이 웃음보.

줏으며 오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 어! 물이 하나도 없네? "

오를 때만 해도 가득했던 물 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물 속 돌멩이들만 빼꼼 얼굴을 내밀어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 위에서 수로를 잠궜나? "

" 수로가 뭐에요? "

" 수로는 물이 다니는 길이야. 물이 다니는 길을 막으면 물이 안 흘러가지.."

" 아- "

" 돌멩이들이 많아졌다."

" 돌멩이가 많아진게 아니구 물 속에 있던 돌멩이들이 나온거야. 물이 없어서. "

서로 묻고 서로 대답하는 녀석들입니다.

" 돌멩이들이 자기 모양을 뽐 내려고 나왔나 봐요. 선생님! "

" 그래. 물이 없으니까 꼭 그렇게 보인다. 그렇지? "

" 네 "

그 때입니다.

" 선생님! 저기에 가재 있어요 "

한 녀석이 달려갑니다.

다른 녀석들도 후닥닥 뛰어 갑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선생님 눈에

한 마리 작은 가재가 보입니다.

" 아- 이런.. 이렇게 낮은 곳에,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구나. "

" 아야 - 찝게로 물려고 한다.. 히히.. "

아이들이 가재를 봅니다. 신이나서.

선생님도 가재를 봅니다. 멍하니.

무엇엔가 뒷통수를 맞은 기분입니다.

하루종일 찾아 헤맨 선생님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이들은 너무나도 쉽게 가재를 찾았습니다.

욕심이 없어서 일까...

마음을 비우면 모두가 친구라더니

가재는 친구를 알아보나 봅니다.

' 나도 좀 껴 주라. 가재야! '

아이들 뒷통수에 뻘쭘 선 선생님

가재보고 아이들 보고 하늘보며

그렇게 또 다시 한 수 배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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