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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개학 첫 날!


패달을 밟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오늘은 긴 긴 방학을 끝내고 개학하는 날.

누구보다 먼저 학교에 가고 싶었습니다.

찐득이 냐-옹 울어대고

하늘이 컹컹 울어대는 옥길동 언덕을 오릅니다.

굳게 잠긴 현관문을 열며 큰 소리로 외칩니다.

" 얘들아! 오늘은 아이들이 오는 날이다! "

큰 창 문을 열고 베란다에 우뚝 섭니다.

옥길동 큰 텃밭이 한 눈에 들어 옵니다.

뱅글 뱅글 제자리 맴을 도는 잠자리가 하나, 둘, 셋...

" 너희들도 아이들이 오는 것을 아는구나! "

대 걸레를 타고 춤을 추듯 청소를 합니다.

흥얼 흥얼 화장실 청소도 흥겹습니다.

쓱싹 쓱싹 쓸어내는 먼지에도 인사함을 잊지 않습니다.

" 미안! 이제 너희들은 밖에 나가서 놀아라 "

회관 옆 아이들의 놀이터를 봅니다.

여름 내 훌쩍 자라버린 들 풀들을 바라보며

우리네 아이들도 저만큼 컸겠지?

홍~홍~ 웃어 봅니다.

붕~ 붕~

아이들이 오는 소리입니다.

오랫만에 아이들 잔뜩 태운 뚱뚱한 버스

힘겹게 옥길동 언덕을 오르며 땀 흘리는 소리입니다.

버스 머리가 보입니다.

버스 창에 매미 마냥 달라붙어

조막 손 모두 펴서 태극기마냥 흔들고 있습니다.

" 안녕! 안녕! 안녕! "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길게 빼어

얼굴 가득 웃음으로 보냅니다.

" 선생님! "

" 그래! 방학동안 잘 지냈냐! "

넘어질 듯 엎어질 듯 달려오는 녀석.

못본 척 안 본 척 곁 눈질로 실실 웃는 녀석.

' 나는 하나도 안 보고 싶었다 뭐! '

당연하다는 듯 고개 삐죽 내밀고 들이치는 녀석.

너무나 반가우면 오히려 더 어색한가 봅니다.

" 이리 와 봐! 한 번 안아 보게 "

" 어? 어? 이거 놓으세요 "

뿌리치면서도 실실 웃는 녀석.

" 선생님! 이것 봐요 "

손에 물방울 같은 열쇠고리 든 녀석.

" 이거요. 다른 나라에서 가져 왔어요. 우리 이모가. "

" 그래? 어떤 나라에서? "

" 필립 나라요 "

" 필립나라? 어디... 필리핀이라고 써 있네? "

" 에이.. 그러니까 필리핀! "

잘못 말 한 것이 못내 부끄러운지

연신 고개를 다리 사이로 파 묻습니다.

" 맞아. 맞아. 필리핀이 필립나라 맞아! "

마지막 한 녀석까지 모조리 빨아 들인 작은 학교는

오랫만에 포식을 한 듯

흡족히 반짝!

배를 통통 거립니다.

" 자! 질경이반 모두 나오라고 해라! "

우르르...

물 그릇을 쏟듯 쏟아져 나오는 녀석들.

" 그렇게 좋으냐? "

" 예! "

" 나도 좋다! "

" 뭐가요? "

" 너희들 만난 것이 무지 무지 좋다! "

" 우히히! "

쫑알쫑알 옹알옹알

시끌벅적 폴짝폴짝

도때기 시장입니다.

" 오랫만에 왔으니 인사하러 가야지? "

" 누구한테요? "

" 옥길동 친구들한테! "

가뿐 숨을 몰아쉬는 뚱뚱한 버스 뒤로

뚱보 고양이 찐득이가 기억자 눈으로 잠을 자고 있습니다.

" 안녕! 찐득아! 잘 있었니? "

" 선생님! 찐득이 너무 늙은 것 같아요 "

" 늙었다구? 늙은게 아니구 졸린거야. 졸려서 얼굴이 쭈르러 든거야. "

" 정말요? "

하늘 아래 하늘 보는 동그란 얼굴

선생님 마음이 마른 빨래처럼 쫘-악 펴집니다.

" 자! 이제는 살금이랑 반달이랑 하늘이를 보러갈까? "

" 네! "

한 걸음에 세 걸음씩

신이나면 저절로 달음박질!

" 어? 선생님!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더 있어요 "

" 으~ 응. 찐득이가 키우는 고양이야. 도둑 고양이 새끼인데 찐득이만 따라다녀. "

" 찐득이 애인 아니에요? "

" 애인 하기에는 너무 작지 않니? "

" 히히히 "

" 선생님! 저기 봐요! "

해바라기 마냥 키가 껑충 큰 누드베키아

노란 꽃 잎이 춤을 추듯 흔들립니다.

" 꽃이 움직인다. 바람도 안 부는데.. 저절로! "

" 나비가 앉았어요. 꽃에 다 있어요. 하나, 둘, 셋... 우와.. 백개도 넘어! "

바로 그 때입니다.

귀여운 성민이... 혼자 겨울인 듯 떨리는 목소리.

"선..선생님.. 여..여기... "

성민이 손 등위로 알록달록 벌 한마리가 앉았습니다.

" 이게 뭐야? 벌이야? "

" 성민아! 움직이지 마. 벌이 놀라면 안돼! "

조그만 꿀 벌 한마리.

성민이 손등에서 열심히 다리를 비빕니다.

" 선생님! 요거.. 뭐에요? "

노란 색 꽃 부스러기.

" 벌이 노란 똥을 싼다! "

시끄럽던 녀석들, 일순간 조용해 집니다.

성민이 손 등에 꿀 벌 한 마리.

사사삭- 사사삭-

다리 비비는 소리 들릴만큼

붕-

꿀 벌이 날아갑니다.

순간 ' 와- '하는 소리와 함께 안도의 한숨.

성민이 신이나서 입을 쫑긋 세웁니다.

" 꿀 벌이 성민이가 반가웠나 보다. "

유난히 키가 큰 옥길동 해바라기

구름 속 햇님대신 빙그레 웃어 줍니다.

오늘은 개학 첫 날!

하루종일 뛰어 다니는 것도 모자라

붕- 붕- 꿀 벌마냥 날아 다녔습니다.

왱- 왱- 모기처럼 시끄러웠습니다.

.................................................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드는 절기인 처서!

오늘은 모기 입이 삐뚤어 진다는 '처서' 입니다.

여기 저기 안 다니는 곳 없이

여기 저기 안 물린 곳 없이

모기 배만 잔뜩 채워 줬지만,

손가락 꾸-욱 찍어 목초액 톡톡 바르며

혓바닥 살짝 맛 보는,

신나고 즐거운 개학 첫 날이

더 큰 절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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