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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내가 없으면 나비가 온다.


팔랑 팔랑

꽃잎 떨어지듯

나비 한마리 날아듭니다.

젖은 날개 곱게 열면

눈부신 햇살에 호랑무늬 환합니다.

나풀 나풀 날개짓에

가슴 한켠 바람이 일면

너울 너울 넘나드는

바람 계곡이 보입니다.

더듬이 봉 길게 뻗어

손짓 발짓 담은 후에

바람타고 훠이 훠이 바람 길을 갑니다.

나비 걸음 한 걸음

술 취한 듯 비틀대며

절로 이는 걸음따라

나비따라 나섭니다.

...

유난히 맑은 날 오후

옥길동 눈부신 현관에

나비 한마리 찾아들었습니다.

그놈 날개짓 하는 모양에

눈길이 산만하여 한참을 보고 섰는데

이리오라 손짓하듯 옷깃 스쳐 돌아섭니다.

가는 곳 어디일까 따라 나서는데

몇 발자욱 가다말고 뒤돌아 보는 모양이

필경 날개짓에 손짓을 단 모양입니다.

내친 김에 이리저리 쫓아 보는데

휘- 돌아 앉은 곳에 한 무더기 나비천지입니다.

햇볕이 무거워 단내 달고 떨어진 복숭아 위로

어림잡아 스무마리는 될 법한 나비들이 있습니다.

아지랭이 피어나듯 나비 떼가 일어났다 앉습니다.

손 등 들어 한 녀석 불러보지만

본 체 만 체 복숭아에 눈 팔려 경계마저 한산합니다.

손가락 살짝 뻗어 날개 면에 대어보니

한들한들 바람같은 숨결이 느껴집니다.

" 선생님! 나비와 이야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언제인가 나비를 불렀던 선생님에게 묻습니다.

" 어떻게 하면 나비를 부를 수 있나요? "

" 나비를 부르려면 나비가 되어야지요. 그게 아니면 나를 버리든지 "

"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

" 나비란 녀석은 예민한 녀석입니다.

' 나 ' 를 인식하고 있으면 절대 나비를 부를 수 없습니다.

내가 없으면 나비가 올 것입니다. "

" 내가 없으면... 나비가 온다? "

순간, 피가 쏟구치고

온 몸을 관통하는 물줄기가 느껴집니다.

내가 나 임에 자연과 하나될 수 없듯이

내가 나를 벗어 던짐으로

내가 자연이 되고 자연이 곧 내가 되어

내가 아닌 자연으로 나비를 부를 수 있다는 것.

내가 곧 나비가 될 수 있다는 것.

저 가벼운 날개짓에

커다란 우주가 있습니다.

옥길동 천지에 나비가 지천입니다.

오늘은 나비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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