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절기 ②
소설(小雪)
손돌바람에 대한 전설.
고려 23대 고종이 몽고군의 침략을 받아 강화도로 몽진을 가던 때라고도 하고, 조선시대에 이괄의 난을 피해 인조(仁祖)가 한강을 건너던 때라고도 한다. 사공 중에 손돌(孫乭)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피난을 가는 왕을 모시고 뱃길을 서둘렀지만, 왕이 보아하니 손돌이 자꾸 일부러 그런 것처럼 물살이 급한 뱃길을 잡아 노를 젓는 것이었다. 왕은 의심이 갔다. 그래서 신하를 통해서 물살이 세지 않은 안전한 곳으로 뱃길을 잡으라고 하였지만 손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왕은 의심을 이기지 못하고 선상에서 손돌을 참수(斬首)하고 말았다. 손돌은 죽기 전에 억울함을 하소연하였지만 소용이 없음을 알고 바가지를 하나 내놓으며 물에 띄운 바가지가 가는 길을 따라 뱃길을 잡으라고 말하였다. 물살은 점점 급해지고 일행은 하는 수 없이 손돌이 가르쳐 준대로 바가지를 물에 띄웠다. 바가지는 세찬 물살을 따라 흘러갔으며, 왕을 실은 배도 그 뒤를 따랐다. 무사히 뭍에 내린 왕은 그때야 비로소 손돌의 재주와 충심을 알았다. 또 다른 전설에서는 손돌을 죽인 후에 더더욱 세찬 바람이 불고 물살이 급해졌기 때문에 하는 수없이 싣고 가던 말의 목을 잘라 제사를 모셨더니 파도가 잠잠해졌다고도 한다. 뭍에 도착한 왕은 곧 후회를 하였지만 손돌의 목숨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대명리 덕포진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장지(葬地)를 정해 후하게 장사를 지내주었다고 한다. 이때가 10월 20일이었는데, 매년 소설 즈음인 이맘때가 되면 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 무렵에 부는 바람을 손돌바람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대설(大雪)
소설에 이어 오는 대설(大雪)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원래 재래 역법(曆法)의 발상지이며 기준 지점인 중국 화북지방(華北地方)의 계절적 특징을 반영한 절기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반드시 이 시기에 적설량(積雪量)이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일 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절기인 대설은 시기적으로는 음력 11월, 양력으로는 12월 7일이나 8일 무렵에 해당한다. 24절기 중 대설이 있는 음력 11월은 동지와 함께 한겨울을 알리는 절기로 농부들에게 있어서 일 년을 마무리하면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농한기(農閑期)이기도 하다. 이 시기는 한겨울에 해당하며 농사일이 한가한 시기이고 가을 동안 수확한 피땀 어린 곡식들이 곳간에 가득 쌓여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풍성한 시기이다. 한편 이날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에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믿음이 전해지지만 실제로 이날 눈이 많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 또 눈과 관련하여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눈이 많이 내리면 눈이 보리를 덮어 보온 역할을 하므로 동해(凍害)를 적게 입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의미이다.
동지(冬至)
24절후의 스물두 번째 절기.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 하였다. 태양의 부활이라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 하는 것이다. 이 관념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라는 말처럼 동지첨치(冬至添齒)의 풍속으로 전하고 있다. 또 동지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교미한다고 하여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부른다. 구미(歐美) 각국의 성탄절(크리스마스)도 초기 기독교가 페르시아의 미트라교(Mithraism)의 동지 축제일이나 태양 숭배의 풍속을 이용해서 예수 탄생을 기념하게 한 것이다. 신약성서에도 예수의 탄생 날짜 기록은 없다. 농경민족인 로마인의 농업신인 새턴(Saturn)의 새턴네리아 축제가 12월 21일부터 31일까지 성했고, 그 중 25일이 특히 동지 뒤 태양 부활일로 기념된 날이었다.
동짓날이 되어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연못의 수면이 얼어붙어 얼음의 모양이 쟁기로 밭을 갈아놓은 것처럼 된다. 이것을 용갈이[龍耕]이라고 한다.
또 이날은 동지부적(冬至符籍)이라 하여 뱀 ‘사(蛇)’자를 써서 거꾸로 붙여 잡귀를 막는 속신(俗信)이 있으며, 팥죽을 쑤어먹지 않으면 쉬이 늙고 잔병이 생기며 잡귀가 성행한다는 속신이 있다. 동짓날 일기(日氣)가 온화하면 이듬해에 질병이 많아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하며,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여긴다. 또 동짓날이 추우면 해충이 적으며 호랑이가 많다는 믿음이 있다.
예부터 동짓날이 되면 백성들은 모든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즐겼다. 또 일가친척이나 이웃간에는 서로 화합하고 어려운 일은 서로 마음을 열고 풀어 해결하였다. 오늘날 연말이면 불우이웃 돕기를 펼치는 것도 동짓날의 전통이 이어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동지에는 동지팥죽을 먹는다.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를 만들어 넣어 끓이는데, 단자는 새알만한 크기로 하기 때문에 새알심이라 부른다.
우리 조상들은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나 재앙이 있을 때에는 팥죽, 팥밥, 팥떡을 해서 먹는 풍습이 있었다. 요즈음도 이러한 풍습이 이어져 고사를 지낼 때에는 팥떡을 해서 고사를 지내고 있다. 고사의 목적은 사업하는 사람은 사업이 번성하기를 기원하고, 공사를 하는 사람은 공사가 아무런 사고 없이 완공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팥이 들어가는 음식은 소원을 이루어준다고 믿었지만, 그 사실 여부를 떠나 팥이 지닌 여러 가지 효능으로 보아 건강식품임에는 틀림없다. 팥은 피부가 붉게 붓고 열이 나고 쑤시고 아픈 단독에 특효가 있으며, 젖을 잘 나오게 하고 설사, 해열, 유종, 각기, 종기, 임질, 산전산후통, 수종, 진통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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