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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몸 놀이 연구소

작은 아이들과의 캠프



아이들이 잔다.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그 모양들이 예뻐서 엉덩이도 한 번 토닥여 주고
머리도 한 번 쓰다듬어 주고
그렇게 한 바퀴 빙 돌고 나서
오늘 하루를 적어 본다.

어제 저녁은 괜시리 바빴었다.
아이들과 약속한 불꽃놀이가 도착하지 않아
늦은 밤에 대형 마트들을 계속 돌아 다녔지만
결국 구하지 못해 찜찜한 마음으로 새벽녘에 잠들었는데, 오늘은 참으로 여유롭다.
아이들과 약속한  불꽃놀이도 잘 마쳤고
야광놀이도 즐거웠고
수영장을 가로 지르는 짚 라인도
아이들과의 물 놀이도 즐거웠다.
그래서인지 피곤한 몸도 참 행복하다.

한 녀석이 그랬다.
내가 열이 자꾸 나서 그러는데
만약 못 가게 되면 야광 막대기 먼저 주면 안되냐고.
그리고 그 녀석으로부터 오늘 아침에 전화도 받았다.
열이 좀 내리기는 했는데
그래서 캠프는 갈건데
만약 열이 또 나면 엄마가 데리러 오면 안되냐고.
그래서 그래자고 약속하고 캠프에 왔다.
저녁을 먹고 나서 녀석과 또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조금 후에 불꽃 놀이도 하고 야광 놀이도 할건데
만약에 엄마가 오시려면 지금 전화해야 한다고 하니
곰곰히 생각하더니 자고 내일까지 놀고 가겠단다. 그리고 엄마와 통화해서 자기의 결정을
또박또박 말하는데 너무나 대견해서 콕 안아줬다.
불꽃놀이를 하며 녀석이 그랬단다.
안왔으면 후회할 뻔 했다고
이 재미있는 것을 못 보는
캠프에 안 온 친구 걱정까지 하면서.

또 한 녀석이 있다.
아직 해도 안졌는데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이 난다고 하는 녀석.
그래서 어쨌으면 좋겠냐고 하니
엄마한테 갔으면 좋겠단다.
녀석 손을 잡고
다섯 살 반에 있는 동생을 보러 갔다.
동생과 다섯 살 아이들이 너무나 신나게 놀고 있었다.
동생을 보니 어떻냐고 하니 물끄러미 쳐다 본다.
달봉샘도 첫째라서 네 마음을 잘 안다고
첫째들은 마음이 더 넓고 더 깊어서
보고 싶은 마음도 더 든다고
달봉샘도 그렇다고.
그래서 그런 달봉샘이 생각 덜 나게 도와준다 하니
한  번 해 보겠단다.
대견해서 녀석 손을 꼭 잡아줬다.

일곱 살 마술 동아리 아이들이 마술 공연을 했다.
짧은 연습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이 정말 열심이었다.
무엇이 이 작은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녀석들 하나 하나가 대단해 보였다.
일곱 살 일곱 명의 아이들 중에는
툭 하면 삐지는 녀석도 있고
무엇이든 처음에는 안한다고 하는 녀석도 있고
친구들 앞에 나서는 것을 절대 안하는 녀석도 있는데
이 녀석들이 그 녀석들이 맞나 싶었다.
하나같이 예뻐서 깨물어 주고 싶은 녀석들이었다.

몇몆  녀석이 친구들의 공연을 보고 달려 와서
새끼 손가락을 걸고 간다.
두 번째 마술 동아리할 때 꼭 시켜 달라고.
이 녀석이나 저녀석이나
하나같이 왜 이리 사랑스러운 지 모르겠다.

마이크 잡은 선생님에게 달려와
왜 이리 노래를 길게 하냐고 핀잔주는 녀석
메뚜기는 좋아하는데 소금쟁이는 무서우니
수영장에서 제발 쫒아 달라고 신신당부하는 녀석
그 친구를 위해 소금쟁이를 쫒아 주는 녀석
자기는 다섯 살이라
앞으로 캠프를 두 번은 더올 수 있다고 하는 녀석
자원 봉사자 선생님 이름을 '알' 이라고 지어 놓고
알레르기 때문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녀석
여섯 살때는 물 놀이 반을 물밖에서  보내더니
오늘 수영장에서는 제일 늦게 나오는 녀석
이 녀석이나 저 녀석이나
하나같이 왜 이리 기특한 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늦은 밤에 쓰는 글이 피곤한 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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