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면 방학맞은 아이들이 몰려 옵니다.
방학이라고 뭐 하나라도 더 시키보겠다는 엄마 등쌀에
등짝에 온통 손자욱만 찍힌 아이들이
방학을 발로 차며 달려 옵니다.
경기도 하고도 광명에서
눈 딱 감고 손 닿는대로 이 놈 저 놈 골라 낸 것처럼
이 놈 저 놈 별 희안한 놈까지 몰려옵니다.
10일간의 방학특강..
하모니카도 배워야 하고 마술도 배워야 하고
연극도 배워야 하고 책 읽기도 배워야 하고
방방마다 붙여진 이름표에는
아이들 괴롭힐 생각들만 대롱 대롱 달려 있습니다.
그나마 눈 씻고 잘 찾았다는 특강이지만
아이들 등짝의 손자욱은 지워지질 않습니다.
그나마 잘 찾았다는 옥길동에서도.
커다란 녀석들이 몰려옵니다.
허리 아래 세상사는 녀석들만 바라보다가
머리통이 세개나 더 있는 녀석들이 올라서니
선생님 까칠수염에 아이들 색깔 머리 간지럽습니다.
안녕하고 인사하면 무안한 바람만 일어납니다.
반갑다 인사하면 요상한 말만 춤을 춥니다.
텔레비젼을 삔처럼 꽂고 다니는 아이들은
걸어다니는 텔레비젼입니다.
바다건너 다른 나라 마실 온 듯
하늘저편 외계인이 떨어진 듯
서로가 서로에게 이상합니다.
예쁘고 예쁜 말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고
곱고 고운 말은 유치원을 나오며 다 버린 듯 합니다.
스스로 버리는지 아니면 버림을 당하는지
아이들의 입에서는 아이들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처음보는 아저씨가 처음보는 선생님이
처음보는 꼬마처럼 처음처럼 웃는것이
처음을 잊은 아이들에게는 오랜 기억이 되나 봅니다.
큼지막한 녀석들의 커다란 몸집에서
작은 시절 조그만 기억들이 새록새록 피더니만
몸집만 커다란 선생님 앞에서
장대만한 아이들이 삐약 삐약 되살아 납니다.
버린것도 아니고 버림을 당한것도 아니고
어린시절 묻히듯이 어린 기억 묻혔었나 봅니다.
마지막 날입니다.
마지막 시간입니다.
마지막 인사에 생글 생글 처음같은 아이들입니다.
이메일을 적어 가고
핸드폰을 적어 가고
문화는 변했어도 마음은 그대로입니다.
쑤욱 쑤욱 자라나는 키다리 어린이가
꼬마 시절 좋은 기억 뭉개지 않고
작은 키에 큰 마음 잊지 않고
길다랗게 높아가는 머리처럼
쑤욱 쑤욱 더불어 자라기를...
여름방학 마지막 날입니다.
방학특강 마지막 날입니다.
개학하는 월요일이면
허리 아래 세상 큰 녀석들과
높은 하늘 희망 따며 그렇게 보낼렵니다.
크게 한 번 들이쉬고
크게 한 번 내쉬면서
한바탕 신나게 놀아볼랍니다.
여름방학 10일간의 세상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