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탑니다. 한 녀석과 함께.
"선생님 추워요"
"추워? 안아줄까?"
"몰라요"
"몰라? 뭘?"
"그냥요"
"그냥?"
"마음속을 들여다 볼까?"
"제 마음속에는 몰라요랑 그냥이 제일 많아요."
"선생님 마음에는 그 말이 별로 없는데..
그 말을 잊어 버리면 어른이 되는 걸까..
선생님은 어렸을 때 생각이 하나도 안 난다..
어렸을 때가 없었나 보다"
"어렸을 때가 없으면 지금 선생님도 없어요."
"그런가?"
일곱살밖에 되지 않은 녀석과
서른 넷이나 된 녀석 둘이서
인생이란 버스를 함께 탔습니다.
아이들이 왔습니다.
옥길동 가득.
찐득이 하품 천지인 옥길동에
옥길동 커다란 창에
아이들이 왔습니다.
창 너머 해바라기
빼꼼 내민 얼굴에
하늘아래 방긋웃는 햇님
옥길동 주인님이 오셨다!
해바라기가 지천입니다.
수영장에서
"물이 무서워요!"
점심먹는 공원에서
"개미가 무서워요!"
고구마 밭에서
"벌레가 무서워요!"
첨벙이며 물쌀을 괴롭히고
엉덩이 씰룩대며 돗자리로 깔아 뭉개고
훠이 훠이 활보하며 벌레들을 내치는데
"네 놈이 더 무섭다. 이놈아!!"
서른 네살 선생님
아이들 품에 묻힐까 무섭습니다.
하루살이 두 번 살듯
하루해가 7년되고...
밀물들면 입학하고
썰물들면 졸업하는
철썩 철썩 파도맞는,
서른 네살 등대같은 선생님
잦은 비에 젖은 빨래
벼락동네 옥길동에
인터넷이 끊어지고
희망일기 끊어지고
일곱밤을 잠만자다
눈꼽 땐 두 눈에는
하늘같은 아이들이 무섭습니다.
옥길동 천정구름 바라보며
배갯살 두드리며 적어보는 두 글짜는
'몰라요'.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