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 아니었다면
결혼해서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었다면
며칠이고 방 안에 틀어 박혀 삶을 곱씹어 보지 않았을 지도 모를 노릇입니다.
몸은 지칠 대로 지쳤고
마음은 가닥을 잡을 수 없을 만큼 갈래갈래 흐트러졌습니다.
번민은 또 왜 이리 많은 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선이골에서
병든 닭처럼 꾸뻑 졸며 교사 연수를 하던 날에
몸은 하늘이기에 몸 선생님은 도를 닦아야 한다는 말을
문신처럼 마음에 새기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여덟 살에서 열세 살까지 서른 네 명의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선생님 마음도 한참을 들떠 있었습니다.
추억을 먹고 사는 선생님에게
몰라보게 껑충 자란 아이들은
지난 삶의 해답이었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문자에 전화에 그리고 또 문자에 전화에
그렇게 만난 아이들과의 시간이 어찌 갔나 모르겠습니다.
살과 살을 맞대고 아이들을 부둥켜안을 때에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잘 자란 녀석들을 보며 잘 살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작은 아이들의 선생님으로 돌아 왔습니다.
아이들은 자라지만
나는 늘 아이들의 선생님입니다.
이 모습이 바로 나입니다.
사랑한다. 녀석들아!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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