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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YMCA 풀씨학교와 몸 놀이

2010, 마음으로 만나는 졸업생 캠프


선생이 아니었다면

결혼해서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었다면

며칠이고 방 안에 틀어 박혀 삶을 곱씹어 보지 않았을 지도 모를 노릇입니다.

 

몸은 지칠 대로 지쳤고

마음은 가닥을 잡을 수 없을 만큼 갈래갈래 흐트러졌습니다.

번민은 또 왜 이리 많은 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선이골에서

병든 닭처럼 꾸뻑 졸며 교사 연수를 하던 날에

몸은 하늘이기에 몸 선생님은 도를 닦아야 한다는 말을

문신처럼 마음에 새기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여덟 살에서 열세 살까지 서른 네 명의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선생님 마음도 한참을 들떠 있었습니다.

추억을 먹고 사는 선생님에게

몰라보게 껑충 자란 아이들은

지난 삶의 해답이었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문자에 전화에 그리고 또 문자에 전화에

그렇게 만난 아이들과의 시간이 어찌 갔나 모르겠습니다.

 

살과 살을 맞대고 아이들을 부둥켜안을 때에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잘 자란 녀석들을 보며 잘 살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작은 아이들의 선생님으로 돌아 왔습니다.

 

아이들은 자라지만

나는 늘 아이들의 선생님입니다.

이 모습이 바로 나입니다.

 

사랑한다. 녀석들아!

언제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