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날씨: 오전에는 춥고 오후에는 풀림.
아침부터 분주하다.
나리꽃 아이들 컵을 닦는다.
컵 속에 녀석들의 어제 행보가 빼곡히 들어 있다.
물을 마시다 급하게 나간 선빈이 컵에는 선빈이 녀석 장난이 고여 있고
기차놀이를 좋아해서 기관사 같은 원혁이 컵에는 토마스 기차 바퀴가 빠져 있다.
칫솔을 닦는다.
겨울 들어 소금으로 양치하는 아이들의 칫솔모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게으른 녀석들의 칫솔에는 하품 소리가 들리고
늘 잊지 않고 양치하는 도윤이랑 보민이, 의진이 칫솔모에서는
따뜻한 잇몸의 온기가 전해진다.
주전자를 닦는다.
텅 빈 주전자에 따뜻한 옥수수차를 따르면
호호 불어대는 아이들의 입김이 서린다.
슬쩍 화단으로 흘려보내며 선생님 눈치를 살피는 건이가 비치고
쏟기 위해 침대 위에 살짝 올려놓고
친구가 침대에 오르기만 기다리는 연재도 보인다.
아침나절 아이들의 흔적을 닦으며
달봉샘은 아이들의 장난에 또 한 번 웃는다.
아이들이 왔다.
차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복도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외침이 말해준다.
“ 달봉샘~~~~~~ ”
누구랄 것도 없이 찾아대는 녀석들의 외침 소리는
목마를 때 찾는 옹달샘 같다.
가장 먼저 달봉샘을 찾은 녀석의 수다가 시작된다.
버스에서 있었던 이야기, 어제 있었던 이야기, 친구에 대한 이르기 등
이야기가 줄을 잇고 달봉샘을 찾는 녀석들도 줄을 잇는다.
눈을 감고 있어도 몇 녀석이 있는 줄 금방 안다.
참 신통하다.
이야기 할 때 다른 녀석들 이야기는 전혀 안 들리는 모양이다.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아이들 셋이 모이면
달봉샘 귀 속 달팽이관에서 비상벨이 울린다.
“ 한 명씩 말 해! ”
장난 끼 가득한 달봉샘의 큰 목소리에
아이들 두 눈이 초생 달이 된다.
어수선한 자료실에 들어선다.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가는 세민이를 부른다.
“ 왜? ”
“ 도와달라고! ”
나리꽃 아이들은 선생님 돕는 일에는 모두 선수들이다.
바닥에 내려진 방석을 올려 캐비닛 위로 쌓는다.
뭐가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 인 세민이 녀석.
“ 다 됐다. 고마워~”
세민이 녀석, 다시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간다.
건이가 온다.
“ 달봉샘, 뭐해? ”
“ 자료실 정리하고 있다. ”
“ 왜? ”
“ 어지러워서.”
뒤따라 서준이가 온다.
서준이를 본 건이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친다.
“ 달봉샘! 건이 가요~ ”
서준이 목소리를 듣고 돌아보니 건이 녀석, 벌써 없다.
눈치가 10단이다.
교실에 들어서니 다영이, 의진이, 연재가 그림책을 내민다.
다 그렸단다.
그림책을 펼쳐 아이들과 함께 제목을 단다.
참견쟁이 의진이는 달봉샘 무릎에 앉아
달봉샘이 뭘 하든 제가 먼저 하려한다.
의진이 엄마는 이럴 때 ‘땍!’한 번 한다는데
달봉샘은 의진이 엉덩이만 살짝 치운다.
보민이가 달려온다.
“ 나 어제 왜 안 왔게?”
“ 왜? ”
“ 헤헤헤 ”
연신 새우 눈을 하고서 조잘거리는 보민이.
돌아보니 예진이가 안 왔다.
‘ 이 녀석, 이틀에 한 번꼴로 달봉샘이랑 전화하더니..전화에 맛 들렸나? ’
예진이 엄마에게 전화하면 예진이가 전화를 받는다.
마치 예진이 전화에 전화한 것처럼.
그리고 친구처럼 편하고 재미있게 말한다.
달봉샘도 참 좋다. 이런 통화가.
달봉샘도 맛 들렸나?
“ 밖에 나가도 되요?”
예람이다.
“ 겉옷입고 나가라. ”
“ 축구하자. ”
예람이도 축구에 맛 들렸다.
남자 친구들이랑 뛰쳐나가는 여자 아이들 서너 명.
나리꽃 반에서 장차 국가대표 여자 축구선수가 나오려나~
아침시간은 참 짧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이 긴 하루보다 소중하다.
살아있는 열여섯 명의 나리꽃이 활짝 피어오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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