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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우울함이 끝나는 날 / 선생님이 아파요 조그마한 동네입니다. 꼬마가 있습니다. 길을 갑니다.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꼬마는 장님입니다. 모두가 장님입니다.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보인다는 말을 모릅니다. 무엇이 보이는것인지 생각도 모릅니다. 지팡이가 있을 뿐입니다. 지팡이가 길을 갑니다. 길을 갑니다. 걸어서 갑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희미한 기억 저편에 있는 말입니다. 걷는다는 것. 누군가가 말해 주었습니다. 걷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걷는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지금 꼬마는 걷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없는것도 몰랐습니다. 누군가가 말해 주었습니다. 바람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햇볕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위험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모든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바람을 느끼고 싶습니다. .. 더보기
일요일 보내기 눈을 떴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마음놓고 편히 잤다 싶어 시계를 봅니다. 오전 9시입니다. 이제는 늦잠도 오래 자지 못하는 선생님입니다. 계속 잠을 청해 보지만 편한날일수록 잠이 오질 않습니다. 자던 모습 그대로 일어 섭니다. 이불이며 요며 베란다에 널어 놓습니다. 건조대에 한움큼 있는 빨래도 모두 내어 놓습니다. 뜨거운 햇볕에 빨래가 잘 익을 듯 합니다. 컵라면에 물을 붓습니다. 냉온수기에서 빈소리가 납니다. 물을 길어 와야합니다. 청소를 합니다. 인사동에서 사온 향에 불을 붙입니다. 은은한 향기가 온 방에 가득합니다. 남은 빨래를 들고 샤워실로 갑니다. 세탁기가 알아서 빨래를 해 줍니다. 담배불을 붙입니다. 베란다의 뜨거운 기운이 담배를 피워댑니다. 저멀리 밭에는 수건을 덮어쓴 아저씨가 앉아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