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참 지루한 시간입니다.
기다리는 사람만이 있는 의자.
시간이 정지된 느낌입니다.
"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음... "
눈동자에 힘이 없습니다.
" 비교적 정상이에요..그런데, 간이 좀 나쁘시고..
그리고.. 심장은 좀 더 봐야 알겠는데요? 어제 밤은 어떠셨어요? "
" 글쎄요.. 정상적인 날보다는 여전히 심하고, 요즘 같이 불안한 날 중에서는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
" 그래요... "
가슴 사진을 들여다 보는 의사 선생님.
' 내 가슴이 저렇게 생겼구나! '
" 일단은 간염 접종부터 하시고.. 그리고.. 심장은 계속 봅시다! "
" 예... "
엉덩이 주사에 팔 주사까지 맞고
병원을 나섭니다.
' 아무래도 마음에 병이 생긴게 아닐까?
그런데.. 아무리 들여다 봐도 모르겠으니.. 참... '
아이들을 만납니다.
여전히 시끄러운 녀석들...
"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오늘은 일찍 온다고 했잖아요. "
" 미안해! 오늘은 앉아서 2시간이나 기다렸어. 사람이 많아서..."
" 어디가 아프데요? "
" 음.. 간이랑 심장이랑 "
" 궁둥이 주사 맞았어요? "
" 응.. 오늘은 궁둥이하고 팔 하고 이렇게 두 대나 맞았다. "
" 우와~ 아팠겠다. "
" 아니.. 괜찮아.. 이제. .밥 먹자... "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습니다.
밥을 먹고 약을 먹고 하늘 한 번 봅니다.
뭘 하고 놀았는지도 모르게 시간은 훌~쩍
집에 갈 시간입니다.
아이들을 안습니다.
" 오늘은 조금만 더 안고 있자. 선생님 가슴이 편해지게.. 도와줄꺼지? "
" 네...."
한 명, 한 명 아이들을 가슴으로 안습니다.
가슴과 가슴이 맞닿으며 아이들을 느낍니다.
선생님 마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마도 아이들은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 선생님! 내일도 늦게 올꺼에요? "
" 아니.. 내일은 일찍 올께.. 주사만 맞고.. "
" 알았어요. 선생님 늦게 오면 안 오려고 했어요. "
" 왜? "
" 선생님 없으면 재미없잖아요. "
" ....... "
다섯 살 녀석들은 마주치기만 하면
바지단을 붙잡고 주저않습니다.
달봉아... 달봉아.. 하면서.
" 나.. 달봉이.. 아냐! "
" 달봉이 맞아. .달봉이야! "
" 아냐.. 아냐.. 달봉이 아냐.. "
" 맞아. .맞아.. 달봉이야... "
달봉이 마음에 병이 생겼습니다.
무슨 병인지도 모르는 이상한 병이...
무슨 병이든 마음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
나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생긴 녀석이
어떻게 들어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녀석이 어떤 녀석이든
사랑하는 아이들을 안듯이
가만히 안아 주어야겠습니다.
무서움도 두려움도
한 번, 두 번 지나니 저절로 익숙해집니다.
내일은 아이들과 고구마를 캐는 날입니다.
뙤약볕 아래 구슬땀과 함께 심었던 고구마.
반짝 반짝 구슬같은 알멩이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오늘같은 내일이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희망입니다.
텁텁한 가슴에 손을 얹으며
가슴에 살아있는 희망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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