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 공주님, 왕자님들이 오셨나?~ "
울긋불긋 단풍이 내리는 줄 알았습니다.
알록달록 고운 한 복에
걸음마져 사뿐 사뿐.
한가위를 맞아 한복을 입고 온 아이들이
오색가지 환한 걸음을 걷습니다.
" 너무 예쁘다~ "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 모릅니다.
" 선생님도 한복 입었네~ "
" 선생님은 한복 자주 입잖아. "
" 선생님! 전 한복이 없어서 안 입고 왔어요 "
" 괜찮아. 한복을 안 입어도 추석은 오니까. "
때때옷 입은 아이들의 모습
보기에 참 좋습니다.
" 선생님! 이거 좀 껴 줘요 "
옷고름이 흩어진 녀석이 머리핀을 들고 옵니다.
" 어디... 음.. 똑딱 단추가 떨어졌네? "
똑딱 단추 도망간 곳을
머리핀으로 살짝 여미어 줍니다.
" 선생님, 이거.. 풀어졌어요 "
바지 대님이 풀어진 녀석
늘어진 대님을 질질 끌며 달려옵니다.
" 조심해라. 넘어질라 "
대님을 매어 줍니다.
" 그렇게 뛰어 오니까 꼭 선풍기 같다. "
" ? "
" 있잖아. 코드달린 선풍기! "
" 헤헤헤~ "
아침부터 시작된 한복 다시 입기는
고쳐도 고쳐도 고장나는 라디오 같이
긴 숨 한 번 쉴 틈을 주지 않습니다.
한바탕 뛸 때마다
풀어 헤쳐지는 앞 가슴.
여자 아이건 남자 아이건
선머슴처럼 가슴을 풀어헤친 모양이
참으로 가관입니다.
모양이 이렇다 보니
예쁜 생각이 헤뜨러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 잠깐만! 한 명씩, 한 명씩 하자! "
이러다 하루종일 수선쟁이가 될 것만 같습니다.
" 우리.. 이렇게 하자! "
" 어떻게요? "
" 옷은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입기도 하지만, 먼저 편해야 되는거야.
예쁜 것은 잠깐이지만 불편한 것은 계속이니까.
그러니까 한복이 불편한 사람은 편하게 고쳐 입자! "
더운 녀석은 아예 저고리를 벗습니다.
바지가 너무 긴 녀석은 바지단을 추쳐 올립니다.
알록달록 보기 좋던 옷이
덤벙덤벙 떼 없는 무덤같습니다.
주인 잃은 한복들이 바닥에서 아우성입니다.
" 이놈들아! 벗은 옷은 잘 둬야지. "
옛날 옛날 우리네 조상님들은
이런 옷을 어떻게 입었을까요?
달려가 여쭈면 분명 그러시겠죠?
" 우리는 그런 옷 안 입었다! "
옥길동 앞 마당에선 바깥놀이가 한창입니다.
초등학교 볍씨 형아들이 땅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알록달록 때 탈까 두려운 고운 옷이 아닌
엄마가 직접 달달달~ 재봉틀 기워 만든
감색 생활 한복!
보기에도 좋고 입기에도 좋고 놀기에도 좋아 보입니다.
명절이면 으례히 입게 되는 한복
이왕지사 입을 옷이라면
보기에도 좋고 입기에도 좋고
놀기에도 좋으면 얼마나 더 좋을까
행여나 어른 좋으라 입힌 옷이라면
당장에 훌러덩 벗긴 후에
호로록~ 놀이 한복 입어야 되지 않을까
형아들 편한 옷에 시샘 난 선생님이
볼멘 소리로 부려보는 투정입니다.
" 자~ 이제 신~나게 놀자! "
네 녀석이 모여 한 하늘에 뿌려집니다.
마침내 신명나는 추석놀이가 시작됩니다.
.
.
.
.
만난 음식 적당히 자~알 드시고
가는 길 오는 길 길마다 편안하시고
고운 님 좋은 님 만나 하루종일 행복한
너도 나도 풍성한 추석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희망이도 덩달아 그러하겠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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