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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고구마를 캐는 마음으로


오늘은 고구마 캐는 날!

매일같이 맞는 엉덩이 주사로

오늘도 선생님은 지각을 하였습니다.

" 어? 선생님.. 오늘은 일찍 왔네? "

" 그래. 이제 내일부터는 너희들보다 더 일찍 올꺼야. 그 전처럼 "

" 안 가도 된데요? "

" 아니? 이제부터는 오후에 가기로 했거든. 너희들이 기다릴까 봐. "

" 잘됐다. 히~ "

" 그럼.. 에벌레 그네타기 놀이해요 "

회관 천정에 걸쳐 있는 긴 천을 가르키는 녀석들.

줄로 된 그네가 아니라

펼치면 흔들 침대마냥 누울 수도 있습니다.

" 아니~ 나중에 하자. 지금은 너희들하고 햇볕쬐고 싶다. "

높다란 하늘위에는

오늘도 눈부신 햇님이 있습니다.

오후가 되었습니다.

" 오늘은 고구마 캐자 "

" 캐면 오늘 가지고 갈 수 있어요? "

" 글쎄? 그건 선생님들하고 이야기 해 봐야 하겠는걸? "

고구마 같은 표정을 짖는 녀석들입니다.

" 너희들 다섯 살 적에는 저~ 윗 밭에다 고구마를 심었었는데

땅이 너무 퍽퍽한대다 사랑을 너무 많이 줘서

그만 괴물 고구마가 나오고 말았어.

형들이 커다란 고구마를 손에 들고 이렇게 말했단다.

'선생님! 고구마 밭에서 호박이 자랐어요! ' "

" 히히히.. "

"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예쁜 고구마가 나올 것 같애.

물렁 물렁 땅도 좋고 무엇보다 너희들이 송알 송알 반짝 반짝 땀 흘리며 심은 고구마이니까."

" 선생님이 고구마 심을 때 혼냈잖아요 "

" 그건 너희들이 고구마 생각을 안 해서야.

그 날 심지 않았다면 아마 고구마는 말라서 죽었을꺼야.

덥다고 투덜 투덜 투덜이가 됐었지만

그래도 너희들이 반짝 반짝 땀 흘려 열심히 심었기 때문에

오늘 드디어 고구마를 캘 수 있게 된거야. 반짝 반짝 고구마를 말야~ "

" 에이~ 고구마가 어떻게 반짝 반짝해요? "

" 못 믿겠다면 함께 가 보자. 지금 바로! "

" 좋아요! "

밭으로 갑니다.

호미랑 커다란 고구마 통을 들고서.

동생들은 벌써부터 나와

뻘 뻘 땀방울을 만들고 있습니다.

" 우와~ 우리가 캘 고구마가 없겠다. 동생들이 벌써 저렇게 많이 캤어. "

" 선생님! 우리도 어서 캐요 "

'" 그래! 그러자. "

동생들은 손으로 땅을 파는데

일곱 살이랍시고 손에 손에 호미를 듭니다.

" 너희들도 손으로 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 호미도 모자라는데..."

" 두 명이서 하나 씩 하면 되잖아요. 우리도 호미쓸 줄 안다구요. "

녀석들...

몇 번의 작업으로 벌써 호미 일꾼이 되어 있습니다.

" 우와~ 선생님! 여기봐요. 고구마에요. 고구마!! "

불쑥 고구마가 쏟아날 때마다 탄성이 터져 납니다.

손에 손에 고구마를 들고서

주렁 주렁 웃음을 달고 선 녀석들.

" 내 고구마가 제~일 크다. "

" 내 고구마는 새끼 고구마야. 새끼 고구마. 히히.. "

커다란 고구마 통이 순식간에 뚱보가 됩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더니

십시일반(十匙一飯) 이라더니

역시.. 아이들 손이 무섭습니다.

이제는 아무리 뒤적여도 지렁이만 쏟아 집니다.

" 선생님! 지렁이가 왜 이렇게 많아요? "

" 음.. 너희들이 고구마를 캘 수 있도록 지금까지 지렁이가 지켜줬나 보다.

지렁이에게 고맙다고 해야겠는걸? "

" 지렁아~ 고마워~ "

고구마가 가득합니다.

고구마 만큼 마음도 풍성합니다.

" 자~ 잘 봐. 고구마가 얼마나 반짝 반짝 하는지.. "

" 어? 정말이네? "

고구마에 달라붙은 흙덩이에

반짝 반짝 흙 알갱이가 수두룩합니다.

" 에이~ 흙은 원래 이래요 "

" 원래 이런 흙이 어디있어?

이게 바로 너희들이 고구마를 심을 때 흘렸던 땀방울이기 때문에 그런거야.

반짝 반짝 햇볕에 빛나던 땀방울!

햇볕하고 땀방울하고 깜깜한 흙 속에 함께 살면서 이렇게 멋진 고구마를 만든거야.

선생님은 그렇게 믿어."

아이들이 흙 묻은 고구마를 쳐다 봅니다.

" 이제 고구마를 캤으니, 이제 밀을 심어야겠다 "

" 밀가루요? "

" 그래. 밀가루 만드는 밀... 빵을 만드는 밀..."

" 히히.. 그럼, 빵도 만들어 먹을 수 있겠네.."

" 그렇지.. 오늘 고구마 캐니까 어땠어? "

" 좋았어요 " " 신났어요 "

" 그래.. 그렇게 좋은 마음으로, 고구마를 캐는 신나는 마음으로

밀을 심는다면 아마 밀도 무럭 무럭 잘 자랄꺼야..."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고구마를 캤습니다.

줄기마다 대롱 대롱 달린 고구마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울렁 거립니다.

고구마를 캐는 마음으로

다시금 밀을 심을 아이들은

먼 훗날 멋진 어른이 될 마음으로

오늘도 열심히,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입니다.

우리는 모두 농부들입니다.

희망을 가꾸는 농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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