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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높고 높은 담 너머에는


어느 마을에 높고 높은 담장 하나가 있었습니다.

키 큰 어른들만 들여다 볼 수 있는 담장 너머에는

키 작은 아이들은 볼 수 없는 세상이 있었더랬습니다.

땅콩만큼 작은 아이들이 담장 옆을 지날 때면

높고 높은 담장 너머가 참으로 궁금하였습니다.

" 어이구~ 저를 어쩌나~ "

혀를 차며 지나는 아저씨 눈에는 과연 무엇이 보일까?

" 저런~ 저런~ 저럴 수도 있구먼..."

나이드신 할머니의 구부러진 허리보다도 작은 아이들은

담장 너머 호기심이 너무나 궁금합니다.

" 아저씨! 저 좀 높이 들어 줄 수 없어요? "

지나는 아저씨께 부탁을 해 보지만,

" 에끼~ 이놈! 어린 녀석들이 보는 것이 아냐, 이놈아! "

나무라는 소리만을 올려 주고 갑니다.

왜 보면 안 된다는 거지?

대체 담장 너머에 무엇이 있길래...

옹기종기 엉덩이 의자에 앉아

아이들이 소곤거립니다.

" 그래, 그렇게 하자! "

커다란 한 녀석이 엎드리고

그 보다 작은 녀석이 그 위에 엎드리고

그 보다 더 작은 녀석이 그 위에 엎드린 후

제일 작은 녀석 하나가 엎드린 등 위로 올라 섭니다.

" 뭐가 보이니? "

제일 밑에 엎드린 커다란 녀석이 묻습니다.

" 뭐가 보이냐구? "

그 보다 작은 녀석도 묻습니다.

" 왜 말 안 해? 뭐가 보이는데? "

그 보다 더 작은 녀석이 다그칩니다.

" 어서 말해! 뭐가 보이는지..."

그런데,

맨 위에 선 제일 작은 녀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멍하니 서서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 힘들어! 어서 내려 와! "

제일 큰 녀석, 그 보다 작은 녀석, 그보다 더 작은 녀석이

어서 내려오라 합니다.

제일 작은 녀석은

제일 높은 곳에서 제일 낮은 곳으로 내려 옵니다.

" 뭐가 보였는데? 응? 뭐가 보였는데? "

궁금하여 묻는 아이들에게

제일 작은 아이는 말합니다.

" 아무것도 없어. 그냥 여기처럼 담 넘어 골목일 뿐이야. "

" 뭐? "

혀를 차던 아저씨가 본 것은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가

발을 헛디디어 넘어지는 모양이었습니다.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가 본 것은

할머니 넘어진 자리에서

또 다른 아저씨가 넘어지는 모양이었습니다.

팔 들어 올려 주기는 커녕 성을 내던 아저씨가 본 것은

넘어졌다 일어서며 욕을 해 대는 화난 아저씨의 모양이었습니다.

높고 높은 담 너머에는 별 것이 아닌 것이 있었습니다.

어른이라는 것도 사실 별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러한 별 것이 궁금하여

오늘도 쉴새없이 담장 너머에 호기심을 갖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작은 아이들을 위해

팔 한 번 번쩍 들어 올려준다면

어른들에게는 별 것도 아닌 일이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진정 별 것도 아닌 것이라면

아이들 눈 높이로 담장을 낮추어야 하고

진정 별 것이라면

아이들 호기심에 팔 걸어

이 세상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 . . . . .

참으로 오랫만에 따뜻한 가을 햇볕 쬐며 앉아

불안한 가슴 쓸어 내리지 않고

커다란 담 위로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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