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달봉샘의 성장통

배가 아픈 이유

" 선생님! 배 아파요! "

울상인 녀석이 배를 잡고 옵니다.

" 어떻게 아픈데? "

" 그냥...아파요. "

" 아픈데를 손가락으로 짚어 봐 "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곳을 손아귀로 집어 봅니다.

" 음.. 장에서 뭉쳤나? 너희들은 아직 어려서 음식물이 장에서 잘 뭉치거든..:

일단 물부터 마시고 와 봐. 그럼, 선생님이 손으로 풀어줄께..."

배를 주무릅니다.

물렁물렁한 뱃 속에

물컹물컹한 장 속에

딱딱하게 뭉친 녀석을 찾아서.

" 자! 이제 좀 나을꺼야. "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시 오는 녀석.

" 선생님! 배가 계속 아파요 "

" 그래? 그럼 똥 싸고 와 봐. 똥 싸고 나면 배가 안 아프기도 해. "

" 똥 안 마려운데요? "

" 그래도 싸 봐! "

" 알았어요 "

잠시 후 녀석이 또 다시 옵니다.

" 똥 쌌니? "

" 그래도 배 아파요 "

" 그래? 배가 왜 아플까? 이리 와 봐. 선생님이 주물러줄께.."

손도 주무르고 배도 주무르고 등도 두드려줍니다.

" 어때? 그래도 아파? "

" 네..."

" 거참.. 이상하네? 체한 것 같지도 않은데.. 소화제를 먹어볼까? "

" 아까부터 갑자기 아팠어요 "

" 뭐하고 놀았는데? "

" 저기.. 나무에서 놀았어요. "

아이들이 시이소마냥 타기도 하고

침대마냥 눕기도 하고

레슬링을 하듯 엎드리기도 하는

옆으로 누운 줄기가 곧은 나무를 가르킵니다.

" 잠깐만 다시 윗 옷 좀 올려 봐. 아픈 곳이 어디라고 했지? "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곳을 봅니다.

돗보기 마냥 한참이나 들여다 봅니다.

몸에 닿을 듯 말 듯 눈 뜨고 바라보니

조그맣고 까만 점 같은 것이 보입니다.

" 혹시..이게 아픈거야? "

" 아야.. 아파요! "

손가락으로 살짝 집어 올리니

슬그머니 튀어 나오는 것이

먼지만큼 작은 가시입니다.

"아~ 가시가 박혀 있네? 어떻게 여기에 가시가 박혀있지? "

바늘을 가져다가 라이터로 소독을 한 후

살짝 살짝 가시를 건드려 봅니다.

톡 톡 건드려 살짝 눕히니 가시가 잘 보입니다.

엄지와 검지 손톱을 모아 살짝 잡으니

소리도 없이 삐죽 나옵니다.

" 자1 뽑았다. 이제 배 안 아프지? "

" 네... "

싱긋하며 뒤 돌아 달려가는 녀석.

아이들은 자주 배가 아픕니다.

자라느라고 성장통이라는 이름으로 아프고

먹기 싫은 밥 억지로 먹어 아프기도 하고

똥 마려워 배가 아프기도 하고

급하게 먹다 체해서 아프기도 합니다.

간혹, 아픈 곳을 잘 몰라 이렇듯 헤매기도 하지만

그래도 배가 아플 때는 잘 해결이 됩니다.

하지만

정작 짚을 수 없는 곳이 아플 때는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게 아플 때는

그래서 단지 아프다는 소리밖에 할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알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달봉샘의 성장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리 구슬 1.  (0) 2010.05.05
은영이의 칫솔  (0) 2010.05.05
꾸러기 바라보기  (0) 2010.05.05
겨울 할아버지  (0) 2010.05.05
다툼  (0) 2010.05.05
높고 높은 담 너머에는  (0) 2010.05.05
희망 찾기  (0) 2010.05.05
이 병으로는 절대 죽지 않습니다. 2  (0) 2010.05.05
이 병으로는 절대 죽지 않습니다. 1  (0) 2010.05.05
보기에도 좋고 놀기에도 좋고  (0) 201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