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이상한 게 나타났어요! "
겨울방학을 한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방학이라 풀씨 학교 꼬맹이들은 볼 수 없지만
다행히 일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한 특강이 있어
방학중에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오늘이 그 첫 번째 날입니다.
오늘은 달봉이 선생님이 점심을 준비하는 날이라
열심히 된장국을 끓이고 있는데
요리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이
헐레벌떡 부엌으로 달려오십니다.
" 선생님! 이상한 게 나타났어요! "
" 이상한 게? 그게 뭐 에요? "
" 와 보세요 "
교실에 들어서니 노랑 내가 진동을 합니다.
" 읔~ 이게 무슨 냄새 에요? "
" 몰라요. 이상한 게 들어오자마자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요. "
마침 요리 수업시간이라
음식 냄새인 줄 알았는데
코끝을 팍 찌르는 것이
도저히 음식 냄새라고 할 수 없는 냄새가 피어오릅니다.
" 어디로 갔어요? "
" 저쪽~ 아이들 옷 쌓아 놓은 곳이요. "
" 혹시... 쥐 아니에요? "
" 아니에요. 쥐보다 훨씬 컸어요. "
" 쥐 보다 훨씬? 그럼 그게 뭐지? "
마음 속으로 혹시 대왕 쥐가 아닐까 의심하며
살금살금 걸음을 옮깁니다.
' 제발 쥐는 아니길... '
달봉이 선생님이 유일하게 싫어하는 동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쥐인데
어린 시절 생각하기도 싫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기 때문입니다.
그나저나 냄새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코끝이 얼얼해 집니다.
" 아! 저쪽이요. 저쪽으로 가고 있어요. "
피아노 뒤편.
좁은 공간을 호로록 뛰어 가는 녀석.
앗! 정말 쥐는 아닙니다.
뛰는 모양이
울렁울렁 굴곡이 있고
쥐보다는 더 좋은 옷을 입고 있는 녀석입니다.
" 이 뒤쪽으로 갔는데... "
슬쩍 뒤편을 들여다 보다
교구장 뒤 편 어두컴컴한 그늘에
반짝이는 구슬 두 개를 발견합니다.
그 녀석 눈입니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고양이 눈 빛 같지만
색깔이며 밝기가 영 다른 녀석입니다.
" 족제비 같은데요? "
" 족제비요? "
" 네! 전에 한 번 나타났단 말은 들은 적 있는데, 이렇게 보기는 처음이네요. "
" 그런데, 선생님 어떻게 해요? 내 보내야 되잖아요. "
" 베란다 문을 여세요. 제가 장을 흔들어 볼 테니... "
파란 장을 흔듭니다.
이 녀석... 꽤나 불안하겠다 싶습니다.
" 어! 선생님 나와요! 어...어... 나갔다! "
바빠서 엉덩이는 감추지 못하고 줄행랑 치는 녀석.
" 어휴~ 됐다. 그런데, 이 녀석이 어디로 들어왔지? "
처음에는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온 줄 알았습니다.
가끔 겁이 없는 고양이들이 하는 짓이니까.
하지만 나중에 보니 화장실 배수구를 타고 올라온 듯 합니다.
배수구 위에 깔았던 깔판에
그 녀석 몸 크기만큼 구멍이 난 것을 보니.
이빨로 갉은 흔적입니다.
" 그런데, 이 냄새는 뭐지? 도대체? 스컹크도 아니고... "
악취만 남겨 놓고 가 버린 녀석의 정체를 알기 위해
이리 저리 사전을 뒤적여 봅니다.
생긴 것을 봐서는 족제비 아니면 족제비 가족인 오소리 같은데
도망가는 녀석을 세워놓고 자세히 보지 않았으니
알쏭달쏭하기만 합니다.
항문 위에서 지독한 냄새가 나는
노란 액체를 뿜는 것도 비슷한데...
마침내, 오소리는 낮에는 절대로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근거로
족제비로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고 보니
전에 기사 선생님께서 키우던 오리며 닭을 헤친 것도
이 녀석 짓이 아닌가 싶습니다.
쥐하고 비슷하게 생기기는 했어도
쥐가 아닌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옥길동에서 오래 살다보니
별의별 녀석들이 학교에 다 옵니다.
주위에 논도 없는데
비 오는 날이면 청승맞은 개구리가 폴짝 뛰어 오고
사시사철 사는 모기와 파리는 물론이거니와
도마뱀, 지렁이, 달팽이...
기는 녀석들뿐만 아니라
나는 녀석들도 곧잘 들어옵니다.
참새며 까치를 포함한 이름 모를 녀석들.
창 밖으로 꿩이 정말 ' 꿩! 꿩! ' 하고 울고
(누가 지었는지 정말 이름 한 번 잘 지었습니다.)
푸드드득 날아오르는 메추리도 가끔 봅니다.
방학이라 더욱 그런가 봅니다.
오늘은 족제비와 술래잡기 놀이를 하였습니다.
'달봉샘의 성장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 희망이의 일기 (0) | 2010.05.05 |
---|---|
불이야!! (0) | 2010.05.05 |
심심한 방학 보내기 (0) | 2010.05.05 |
아버지의 여자 친구 (0) | 2010.05.05 |
강아지 없는 방학 (0) | 2010.05.05 |
술 마시고 일기 쓰기 (0) | 2010.05.05 |
오 계절 (0) | 2010.05.05 |
아웃사이더는 없다! (0) | 2010.05.05 |
나만 하는 놀이 (0) | 2010.05.05 |
택형이 이야기 (0) | 2010.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