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게 무슨 말이야? “
“ 힘 약한 도현이를 지홍이가 때렸다구요. 그래서 제가 지홍이를 혼내 준 거에요”
도현이는 남자 친구고 지홍이는 여자 친구인데?
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치고...
친구 대신 친구를 혼내줬다?
이거... 친구를 위한 건가? 아닌가?
선생님이 아리송합니다.
때마침, 선생님을 도와준 것은
한참 그네 타기를 하고 있던 도현이였습니다.
“ 아니에요~ 남구가 잘못 한 거에요 ”
남구가 도현이를 쳐다봅니다.
남구는 도현이를 도와준 것이라는데 도현이가 남구 잘못이라 합니다.
“ 지홍이가 저한테 사과해서 끝났는데 남구가 지홍이를 그냥 때린 거에요 ”
남구가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 도현이가 남구한테 도와달라고 했니? ”
“ 아니요~ ”
“ 그런데, 왜 도와줬니? ”
“ ....... ”
“ 친구대신 친구를 때려주는 것은 도와 주는 게 아냐~ ”
지홍이가 말합니다.
“ 맞아~ 난 부탁한 적도 없는데... ”
도현이도 말합니다.
남구가 말문이 막혔습니다.
“ 남구야~ 친구를 생각한 마음은 좋은데 좋은 마음을 잘못 쓴 것 같다.
때리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은 잘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야. “
“ 알았어요 ”
“ 지홍아~ 남구가 알았데 ”
“ 네~ 됐어요 ”
녀석들...
여름 방학이 지나고 나니 훌쩍 커 버렸습니다.
키만큼 마음도 생각도 많이 큰 모양입니다.
선생님이 싱겁게 입맛만 다시고 있는데
또 다른 한 녀석이 후다닥 뛰어 옵니다.
“ 선생님~ 지홍이와 혜안이가 저한테 소리 질러요 ”
“ 그래? 왜 그랬데? ”
“ 몰라요 ”
“ 그럼... 지홍이하고 혜안이 좀 불러올래? ”
지홍이와 혜안이가 왔습니다.
“ 유진이가 지홍이하고 혜안이가 자기한테 소리 질렀다고 하는데? ”
“ 아니에요. 그냥 말한 건데요 ”
“ 그래? ”
“ 네~ 맞아요. 그냥 말만해도 유진이는 막 울어요. ”
“ 말만해도 막 울어? ”
“ 네~ 정말이에요 ”
“ 그럼, 유진이도 좀 데려와 볼래? ”
잠시 후 유진이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 선생님~ 오라고 하니까 또 울어요 ”
천 그네 뒤로 유진이가 울고 있습니다.
손으로 눈을 가린 채.
“ 유진아~ 선생님한테 잠깐만 와 볼래?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
유진이는 꼼짝도 안 합니다.
“ 선생님이 가야겠다. 너희들도 같이 가자 ”
지홍이와 혜안이도 함께 갑니다.
쪼그려 앉아 울고 있는 유진이 곁으로 앉습니다.
울고 있는 유진이를 가만히 품에 안습니다.
“ 왜 울어- 그냥 말한건데... 말로 해야 알지~ 울기만 하면 모르잖아~ ”
지홍이가 옆에서 보챕니다.
“ 지홍아~ 기다려봐~ 유진이는 지금 울고 있어서 말할 수 없을 것 같애.
울음이 그칠 때까지 기다리자~ “
유진이가 품에서 계속 훌쩍거립니다.
“ 너희들 여섯 살 때 일곱 살 질경이 반 언니들도 이렇게 싸운 적이 있었어. 한 언니가 큰 소리로 말하니까 또 한 언니가 울음을 터뜨렸어. 큰 소리로 말한 언니는 그냥 말한 것 뿐이라고 했지만 그 소리를 들었던 언니는 소리 지른 것으로 들었던거야. 내가 하는 말은 나도 듣지만 나보다 다른 사람 들으라고 말할 때가 많으니까 그 사람 생각도 해줘야 하는거야. 내 말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들릴까.. 다른 사람 마음으로도 생각해 봐야 해 ”
지홍이와 혜안이가 울고 있는 유진이를 바라봅니다.
“ 유진아~ 울지마~ ”
유진이는 아직도 눈물을 그칠 줄 모릅니다.
아이들은 놀이수업을 하는 중입니다.
놀이는 선생님이 만들어 준 것도 만들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 스스로 하고 싶은 놀이를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서로 하고 싶은 놀이가 같은 놀이일 때도 있고
다른 놀이 일 때도 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벌어질 때도 있고
전혀 상관이 없는 장소에서 각각 벌어질 때도 있습니다.
자유로운 놀이이기 때문에
놀이 속에서 만들어지는 상황도 무궁무진합니다.
아이들은 이러한 상황마저 놀이에 포함시킵니다.
함께 하는 놀이에는 반드시 갈등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은 말합니다.
‘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아라~ ’
사이좋게 놀기 위해서는
그만큼 친구를 잘 알아야 하고
그만큼 친구를 잘 알기 위해서는
서로를 드러내는 갈등이 많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사이좋게 놀기 위해서는
많이 싸워야 합니다.
싸우되 정말 잘 싸워야 합니다.
잘 싸워야 친구를 미워하다가도 좋아하게 되고
이러한 것이 되풀이되면서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도 놀이를 시작하기 전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 자~ 놀이할 때는 잘 싸우기! 서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 아주 잘 싸우기!
알았지? “
“ 네~ ”
아이들은 지금 놀이를 통해 서로를 배우는 중입니다.
'안양 YMCA 아기스포츠단 몸 놀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년 몸 신령이 지피기 전에 (0) | 2016.05.05 |
---|---|
2013년 햇살 반 몸 놀이 (0) | 2016.05.05 |
2013년 열매 첫 주 몸 놀이 (0) | 2016.05.05 |
2013년 율동과 게임 (0) | 2016.05.05 |
2013년 3월 1주 몸 놀이 (0) | 2016.05.05 |
2013년 몸 놀이를 시작하며. (0) | 2016.05.05 |
2013년 잎새반 몸 놀이 (0) | 2016.05.05 |
2013년 안양 ymca 첫 몸 놀이 (0) | 2016.05.05 |
새싹반 첫 몸 놀이 (0) | 2016.05.05 |
놀이 수업 1. (0) | 2010.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