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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의 일기(녹음본)

달봉샘 성장일기- 희망이의 싸움

 

하루에도 수십번씩 아이들과의 약속을 어깁니다.

'잠깐만.. 조금만 기다려..'하곤 잊어 버립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아이들은 선생님을 바라봅니다.

아무리 조그마한 관심이라도 아이들에게는 그 순간

그것이 전부입니다.

 

친구들과 자주 다투는 녀석이 있습니다.

자기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때리고 봅니다.

입심좋은 한녀석이 말대꾸를 합니다.

'넌 깡패야!!'

깡패라는 소리에 더욱더 주먹을 휘두릅니다.

주먹을 피해 선생님 뒤에 와선 선생님을 이리저리

흔들어 댑니다.

두녀석을 앞에다 세웠습니다.

깡패소리를 들은 녀석은 연신 씩씩거립니다.

또 한녀석은 주먹이 날아올까 조마조마 합니다.

두녀석을 한아름에 가슴에 안았습니다.

두녀석 모두 빠져나오려고 바둥거립니다.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 아주 잠깐만'

 

잠시후 바둥거리던 녀석들이 잠잠해 집니다.

두녀석을 바라봅니다.

오늘따라 이유를 잘잘못을 따지기가 싫습니다.

마냥 안아주고만 싶습니다.

 

두녀석에게 물어봅니다.

'정말 이 친구를 때리고 싶니?'

'정말 이 친구가 깡패처럼 보이니?'

 

두녀석은 말이 없습니다.

한참을 말없이 서 있던 녀석들이 살그머니 빠져나갑니다.

그리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함께 어울려 놉니다.

 

잘한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잘못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일도 그녀석들은 누군가와 분명 싸울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아이들에게 '친구'라는 의미를 새겨줄

싸움임을 믿습니다.

 

지금껏 살아온 시간만큼 무수히 많은 싸움을 하였습니다.

싸우는 순간보다 싸우기 전에, 싸운 다음이 더욱더

힘이 드는 싸움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승패에 예민합니다.

달리기를 하더라도 친구에게 지면 무척이나

노여워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 어린 녀석에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그 작은 노여움은 더욱더 작은 계기로 사라지곤 합니다.

 

지금껏 살아온 시간만큼 노여움도 많았습니다.

노여움을 통해 가장 중요한 자신을 잃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 세상에서 어른으로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저는 어른이 아닌가 봅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한아름에 안을 수 있는 희망이는

아이들의 품속에서 세상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