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기다립니다.
검은 구름이 달님을 가려
답답한 달님이 훌쩍이듯
조용한 비 님이 훌쩍이며 옵니다.
검은 아스팔트에도
맑은 빗물은 물들지 않고
신발 끝에 걸려 소리치는 빗방울처럼
투명하게 옵니다.
옥길동에서 버스를 기다리면
제멋대로 버릇이 생깁니다.
희망이의 버릇은 중얼중얼 중얼거림입니다.
20분을 기다린 버스가
오줌 마려운 강아지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나갑니다.
희망이의 20분을 훔쳐 싣고 마른 먼지도 없이 사라집니다.
버스를 기다립니다.
다시금 시간을 도둑맞지 않기 위해 차도 위로 성큼 올라섭니다.
30분을 기다려 5분 동안 버스를 탔습니다.
흙 묻은 체육복을 벗습니다.
"선생님 체육복은 왜 이렇게 더러워요?"
"옷이 더러울수록 마음은 더욱 깨끗해지는 거란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음.. 옷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많이 써야 하거든.
그러면 마음이 편하지 못해. 하지만 옷이 더러워질 만큼 마음대로 움직이면
마음은 아주 행복해 지거든"
"......................"
"그런데.. 이 말 정말 멋지지 않니? 선생님이 생각해도 정말 멋지다..그렇지?
그렇다고 해 줘.. 해 줘.. 안 해 줄 꺼야? 그럼 뽀뽀한다?"
"멋져요!!"
"그렇지? 정말 멋지지?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멋져"
흙 묻은 체육복을 빨래 통에 담아 둡니다.
빨래 가득 흙먼지가 가득 입니다.
빨래만큼 행복도 가득합니다.
커다란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
빗물 듣는 소리를 듣습니다.
행복한 마음에 비 님은 음악입니다.
오늘은 옥길동에 비 님이 오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