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달봉샘의 성장통

인-라인 스케이트


드르륵.. 드르륵..

바퀴가 구릅니다.

번쩍 번쩍 빛이 나는 바퀴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빛이 바퀴속에도 있습니다.

겨울방학이 끝이 났습니다.

방학내내 잠에 취해있던

아이들의 숨소리가 깨어 났습니다.

버스에서 아이들이 내립니다.

덩치만한 롤러브레이드가

아이들을 이끕니다.

기다란 장대비를 들고서

콩딱거리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선생님의 얼굴에

웃음이 번져 갑니다.

달려가 한아름에 안아 봅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하얀 겨울처럼

포근한 아이들입니다.

반가우면

너무나도 반가우면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를 경우가 있습니다.

너무나 반갑습니다.

너무나 보고 싶었습니다.

선생님도 쑥스럽고

아이들도 쑥스럽고

선생님도 이상하고

아이들도 이상하고

선생님도 기다렸고

아이들도 기다렸고

선생님도 반갑고

아이들도 반갑고

쑥스러운 시간이 지나고

이상한 시간이 지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와서

너무나도 반갑고 반가운 만남에

아이들은 선생님을 꼭 찔러 보고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슴에 묻어 봅니다.

"야.. 이녀석들..방학동안 똥똥해졌네?"

"선생님...선생님은 방학동안 잘 지내셨어요?"

그럼..그럼..

이녀석들..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니?

얼마나 그리웠는지 아니?

얼마나 얼마나..

개학하고 시작된 첫 수업은

롤러 브레이들 수업입니다.

제일 먼저 이름부터 확인합니다.

가방이며, 보호대며, 신발이며

이름이 적혀 있나 없나 부터 확인합니다.

안달이 납니다.

타고 싶어 안달입니다.

"브레이드 언제 타요? 타고 싶단 말이에요"

드르륵 드르륵 쿵 쾅..

드르륵 드르륵 쾅..콰당..

넘어지고 넘어지고

엎어지고 엎어지고

발목이 쑤시고 종아리가 쑤시고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을 위해

밤마다 밤마다

그렇게 그렇게

브레이드를 탔던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이제 브레이드 잘 탄다? 연습 많이 했거든.."

"에이.. 그럼 브레이드도 못탄단 말이에요? 시시하게.."

조금 밉상입니다.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데..

너희들이랑 함께 탈려구

얼마나 발목이 아팠는데..

"선생님이라구 무엇이든지 다 잘하는지 알아? "

"에이.. 그래도 선생님이잖아요.."

피식..

"좋아.. 그럼.. 우리 브레이드 한번 타 볼까?"

"좋아요... 와............"

자.. 어디 한번 타 볼까요?

.. 여섯살 반입니다.

응서입니다

어느새 브레이드를 신고 활주합니다.

"왜 벌써 타니? 친구들 좀 기다려라"

"안돼요..기다릴 수 없어요.. 신발이 말을 안 들어요"

죄 없는 신발탓을 합니다.

조그마한 녀석이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요리 조리 사이 사이

친구들 틈을 비집고 생쥐마냥 살짝 살짝 빠져갑니다.

입을 벌리고 쳐다 봅니다.

"선생님 파리 들어가요"

"음..파리 먹고 있는 중이다.. 쨥쨥.."

산이입니다.

다리가 후들 후들

두 팔이 흔들 흔들

얼굴이 실룩 샐룩

한 발 두 발

무거운 돌멩이를 옮기듯

한 방울 두 방울

땀방울로 시내를 만들듯

토끼들의 경주에 거북이가 참가했습니다.

한 바퀴 두 바퀴

무섭던 브레이드

살살 걷는 걸음처럼

살살 웃음이 생겨 납니다.

민재입니다.

뜀틀 뒤에 말똥 말똥 두 눈이 박혀 있습니다.

" 민재 뭐하니?"

"선생님.. 롤러 브레이드 타요?"

"민재는 브레이드 안탈거야?"

"난 장난감으로 브레이드 탈래"

"그래..그럼 오늘은 구경하는 민재"

민재의 동그란 두 눈이

브레이드 바퀴따라 빙글 빙글

민재의 얼굴도 빙글 빙글

우경이입니다.

드르륵 드르륵

겨드랑이를 긇어대는 손가락처럼

드르륵 드르륵

웃음보가 흐드러지게 터져버린 우경이입니다.

"선생님.. 똥침할거야"

"해 보셔요.. 이렇게 말이지?'

"이..거기 서라"

드르륵 드르륵

온 몸이 간지러운 우경이입니다.

성수입니다.

"이거 좀 해 주세요"

"이게 뭐야?"

"목도리.."

"목도리가 아닌데? 어디..이렇게 해 보자"

"와...수퍼맨"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스카프가 망또가 되고

성수가 수퍼맨이 되어서

바퀴따라 하늘을 나릅니다.

"이잉....수퍼맨"

준영이입니다.

"비켜..비켜.. 부딫힌다.. 비켜"

"못비켜..못비켜.. 부딫히자.. 아자.."

바퀴따라 데굴데굴

바퀴마냥 얼굴이 빙글빙글

얼굴에 침도 빙글 빙글

"에이..더러워"

별꽃반 녀석들..

에에엥... 경찰차가 나가신다..

바퀴마다 번쩍 번쩍

선생님은 도망가고

아이들은 도망옵니다.

"선생님 바퀴는 왜 한개만 반짝거려요?"

"오호.. 좋은 질문.. 왜냐하면..

선생님 브레이드는 애꾸눈 선장이거든"

녀석들..

브레이드 바퀴를 굴리며

하루해를 굴려 굴려

뱃고동을 굴려 굴려

두 다리 쭉 펴고 기지개를 폅니다.

"선생님..배 고파요.. 밥 먹어요"

다음은 7살 질경이반입니다.


음악을 틉니다.

원..투.. 원 투 쓰리 포오..

당가 당가 당당당당당당..

할아버지 할머니 어렸을 적에...

검정고무신 노래가 퍼져 나오면

아이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드르럭 덕덕 드르럭 덕덕

쿵쾅거리는 바퀴에 몸을 싣습니다.

"자 오늘은 스케이트를 신고 체육수업을 하겠어요."

" 그럼 스케이트는 안 타나요?"

"스케이트가 진짜 발이 되는 거에요. 바퀴 달린 진짜 발이지요.

우리가 걸어다닐 때처럼 우리가 뛰어 다닐 때처럼

그렇게 생각하면 되요.. 자. .한번 해 볼까요?"

스케이트를 신고 율동체조를 합니다.

깡총깡총 뛰며 쿵쾅 쿵쾅

게걸음을 하며 슥삭슥삭

앞으로 앞으로 '이야호'

체조에 시큰둥하던 녀석조차 신바람이 붑니다.

달리기를 합니다.

"내가 이렇게 빠르다면 얼마나 좋아?"

"내가 이렇게 자꾸 넘어지는 게 뭐가 좋냐?"

공놀이를 합니다.

데굴데굴 공을 굴리며

데굴데굴 바퀴를 굴리며

데굴데굴 이빨이 돋아나는

데굴데굴 체육시간입니다.

"우리 자유놀이 한번 해 볼까? 하고 싶은 놀이하기..

단, 스케이트 바퀴에 걸려 넘어질 수 있는 딱딱한 것은

가지고 놀지 않기, 좋지요?"

"좋-아요"

자유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탱탱 볼이 날아옵니다.

한 개, 두 개, 세 개.. 아니 열 개

선생님에게 달려드는 공이

선생님 머리에 튕기는 공이

열 개 두개입니다.

"어-쭈.. 좋아.. 그럼 한번 해 볼까!!"

펑펑 눈 오는 날

질펀하게 눈싸움을 하듯

통통 공이 튀어 오르는 날

탱탱 공 싸움을 합니다.

스케이트가 무서워 오기 싫다고 하던 녀석

오줌보가 터질 듯 엉거주춤 걷던 녀석

바퀴 발이 달린 것도 잊은 채

깔깔대며 뛰어 갑니다.

재미있기도 하지..

신기하기도 하지..

저 녀석들..

태어났을 때

어쩌면 발에 진짜 바퀴가 달려 있었을지도 몰라.

아이들은 즐거움입니다.

놀이는 즐거움의 친구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놀이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무엇을 가르치기 전에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를 잊어버립니다.

무엇을 배우기 전에

무엇을 하든 즐거움을 만들어 버립니다.

잘하고 못하고

나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그물을

하나 둘씩 벗어버리면

누구나 즐거운 놀이가 됩니다.

"사진 한 장 찍어 줄까?"

주먹 쥐고 싸우던 건이, 정희

어깨동무 찰칵 찰칵

열심히 블럭을 쌓던 지성이

갸우뚱 갸우뚱 찰칵 찰칵

사진 찍자고 덤비면

'V' 를 먼저 그리는 녀석들..

사진기 가득

손가락만 가득 가득

흰눈이 폴 폴 내리는

옥길동 언덕에

오늘도 바퀴 구르는 소리..

드르륵 드르륵

"선생님..내일도 타요.. 꼭 이요!!"


'달봉샘의 성장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 님 오시는 저녁에  (0) 2010.05.03
새 친구들  (0) 2010.05.03
바다 이야기  (0) 2010.05.03
졸업 사진  (0) 2010.05.03
소리  (0) 2010.05.03
버스 안에서  (0) 2010.05.03
뽀뽀 귀신  (0) 2010.05.03
대화  (0) 2010.05.03
자정에 면도하는 선생님  (0) 2010.05.03
꼬마야 꼬마야  (0) 2010.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