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안아 주는 것도 싫어 합니다.
손을 잡는 것도 싫어 합니다.
멀찌감치 서서 말하기를 원합니다.
멀찌감치 서서 얘기합니다.
"선생님은 너를 사랑해!"
대꾸가 없습니다.
희망이는 심통이 납니다.
이 궁리 저 궁리를 해 봅니다.
'어떻게 하면 저 녀석에게 뽀뽀를 할 수 있을까?'
처음 보는 녀석들이
무릎아래 눈동자만 있을 때면
어느 녀석이고 간에 그렇습니다.
가만히 안아 줄라치면
엉덩이는 저 멀리 문 밖으로 도망가 있습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불쑥 튀어 나왔을 때
두 눈을 찡긋하며 마음껏 첫울음을 터뜨렸을 때
'이 놈!'
하고 의사선생님이 혼을 냈나 봅니다.
아마도 그랬을 것입니다.
학기초에 처음 보는 녀석들이
무릎아래 눈동자만 있을 때면
어느 녀석이고 간에 그렇습니다.
슬금 슬금
눈동자가 옆으로 구릅니다.
눈치를 봅니다.
가만히 안아주면 막대기입니다.
가만히 안아주면 차돌멩이입니다.
가만히 안아주면 도망가기 바쁩니다.
그놈의 막대기
허구헌날 안아주다 보면
어느새 다정한 가슴으로 와 닿습니다.
그놈의 차돌멩이
허구헌날 비벼대다 보면
어느새 '쪽' 소리 나는 뽀뽀가 됩니다.
뽀뽀귀신 놀이를 합니다.
술래는 뽀뽀귀신입니다.
뽀뽀귀신에게 잡히면 뽀뽀를 열 번 받습니다.
뽀뽀를 열 번 받은 사람은 뽀뽀귀신이 됩니다.
뽀뽀란 놈은
처음에는 즐거움이었을 것입니다.
뽀뽀란 놈은
처음에는 반가움이었을 것입니다.
뽀뽀란 놈은
처음에는 그리움이었을 것입니다.
뽀뽀란 놈은
처음에는 사랑이었을 것입니다.
이제 뽀뽀란 놈은
처음에는 두려움입니다.
이제 뽀뽀란 놈은
처음에는 무서움입니다.
이제 뽀뽀란 놈은
처음에는 싫은 것입니다.
이제 뽀뽀란 놈은
처음에는 차가움입니다.
분명 잘못하였습니다.
'이놈' 하였던 의사선생님이 잘못하였던지
'하지마' 하는 엄마, 아빠가 잘못하였던지
무서운 어른들이 나타나는 텔레비젼이 잘못하였던지
무서운 어른들이 누워있는 신문이 잘못하였던지
누구인가
분명 잘못하였습니다.
어떻게 재미있게 놀것인가 얘기하기 전에
무엇을 하며 웃어볼까 궁리하기 전에
어떻게 이 녀석들을 가슴으로 안을까 생각합니다.
이제는
사랑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사랑없이도 즐거울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어른들은 사랑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을 많이도 만들어 냈습니다.
어른들은 사랑없이도 어린이를 많이도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우리네 아이들은 사랑입니다.
어른들이 입혀 놓은 막대기 옷을 벗겨내면
어른들이 입혀 놓은 차돌멩이 옷을 벗겨내면
우리네 아이들의 사랑이 가슴에 닿습니다.
막대기 옷은 입히지 말아 주세요.
차돌멩이 옷은 입히지 말아 주세요.
두려움을 가르치기 전에 다가섬을 알게 해 주고
눈치를 가르치기 전에 미소를 짓게 해 주고
벽을 쌓기 전에 사랑을 쌓게 해 주세요.
다가올 새 봄에는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보타리 마냥
마술사 아저씨의 마술보자기 마냥
선생님의 커다란 두 눈에
선생님의 길쭉한 코에
선생님의 작은 입에
선생님의 벌려진 가슴에
기대로 가득 찬 아이들의 눈망울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도
희망이는 뽀뽀귀신 놀이를 하며
아이들을 쫒아가기에 바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