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 소리가 있습니다.
자동차 소리
오토바이 소리
웅성웅성 사람들 소리
귀를 잡아당기는 음악 소리
핸드폰 소리
쇠와 쇠가 맞 닫는 소리
시끄러운 소리
옥길동 회관에서의 첫날 밤
밤새 깨어 있는 소리가 있습니다.
살아 있는 소리입니다.
잠을 자다가 깨다가
잠을 깨다가 자다가
하룻밤을 보냅니다.
옥길동 회관에서의 둘째 날 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익숙한 소리를 찾습니다.
라디오를 켜고, 텔레비젼을 켜고
음악을 켜고, 기계소리를 켭니다.
옥길동 회관에서의 셋째 날 밤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갑니다.
무섭기도 합니다.
보이는 것은 없습니다.
소리는 있습니다.
살아 있는 소리입니다.
옥길동 회관에서의 한해를 맞이하는 밤
라디오 소리도 들리지 않고
텔레비젼 소리도 들리지 않고
음악소리도 들리지 않는 밤입니다.
터벅터벅 옥길동 언덕에 올라서면
사박사박하는 바지 소리가 살아납니다.
턱 턱 하는 발소리가 살아납니다.
강아지 보채는 소리에 옥길동 마루에 올라서면
옥길동 회관의 불빛이 보입니다.
토토와 용기가 반기는 소리
늙은 거북이 잠 깬 소리
동물들이 맞아주는 회관에
살아있는 소리들이 깨어납니다.
지난 비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나그네 바람에 회관이 응답하는 소리
겨울회관이 기침하는 소리
체육실 마루가 기지개 펴는 소리
회관 구석구석
살아있지 않은 소리가 없습니다.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을라치면
깨어나는 회관의 소리들이 있습니다.
틱 툭 벽이 물어 오면
탁 탁 바닥이 대답하고
싱 슝 창이 끼어 들면
휘-이이 바람이 밀쳐 냅니다.
하나 둘씩 살아나는 소리들은
결코 시끄럽지 않게
조용히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얼굴을 비비는 소리
침을 삼키는 소리
입을 움직이는 소리
손가락이 맞닿는 소리
심장이 숨쉬는 소리
희망이가 살아 있는 소리들을
조용히 들려줍니다.
눈 내리는 소리에 잠을 깬 적이 있으신가요?
빗방울 흐르는 소리에 간지러움을 느끼신 적이 있으신가요?
머리칼을 매만지는 바람의 마음을 느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소리가 있는 것처럼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귀가 있어도 듣고 싶지 않은 것이 있는 것처럼
눈이 있어도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있을 것입니다.
익숙해진 것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의 귀가 듣는 것을 다시 한 번 들어 보고
우리의 눈이 보고 있는 것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살아있음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아침마다 아이들을 맞으며
아이들의 귀가 되고
아이들의 눈이 되고
아이들의 마음이 되고픈 선생님입니다.
아이가 되고픈 선생님입니다.
옥길동 회관에서의 한 해 밤은
한 해 만큼 아이가 되었습니다.
꼬옥 들어 보세요.
살아 있는 소리를..